발가락도 손가락도 꽁꽁 얼어버릴 만큼 추운 크리스마스 이브, 빨간 리본을 단 하얀 여우 하나가 눈 내리는 산속을 터덜터덜 걸어갑니다.
길 위에는 누군가 걸어간 수많은 발자국들이 찍혀 있습니다. 여우는 수많은 발자국을 따라 길을 걷고 또 걸어갑니다.
한참을 걷다 고개를 들어보니, 곰님의 별장이었습니다.
산 속에서 가장 따뜻한 곰님의 별장에서는 크리스마스 파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사자도 뱀도 토끼도 호랑이도 다람쥐도 너구리도 염소도 듀공도 딩고도 모두모두 초대를 받았습니다.
따뜻한 곰님의 별장에는 호랑이가 가져온 크리스마스 트리도 있고, 다람쥐가 가져온 도토리도 있고, 염소가 가져온 우유도 있고, 사자가 가져온 북실북실한 담요도 있고 너구리가 가져온 넉넉한 숯덩이도 있습니다. 어렵게 바다에서 찾아온 듀공에게 모두들 덕담을 해주고 뚱하게 앉아있는 딩고 옆에는 토끼가 끊임없이 재잘거리고 있었습니다.
곰님의 별장의 창문에서 바라보이는 그곳에 하얀 여우가 눈 속에 폭 싸여 혼자 서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도 초대받지 못한 여우는 혼자서 눈싸움을 하다가 지쳐버렸습니다. 여우 옆으로 새하얀 크리스마스의 눈이 가득 쌓여만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