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자베스의 공백을 채울 새로운 괴물 재즈힙합프로듀서
'소리헤다'의 데뷔앨범 [소리헤다]
누자베스(Nujabes)를 기억하는가? 2010년 2월, 뜻밖의 교통사고를 당해 36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곡 'Luv(sic)'으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누자베스는 일본 재즈힙합계의 거장이자 서정적인 힙합의 아이콘 이였다. 갈수록 트랜디한 클럽튠 음악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재즈힙합이 설 곳을 잃고 있는 요즘, 그의 빈자리가 더욱이 크게 느껴진다. 1년이 지난 이때, 그가 떠난 자리를 조금이나마 채워줄, 재즈힙합에 힘을 보탤 신인이 등장했다.
지난 2010년 2월, Common과 Talib Kweli의 크루 소울쿼리언즈(Soulquarians)와 재즈비트의 만남이라는 흥미로운 콘셉트로 믹스테잎 [Jazzquarians]를 발표해 좋은 평을 받았던 소리헤다가 1년 동안 야심 차게 준비한 자신의 데뷔 앨범을 발표한다.
"재즈? 재즈! 재즈."
힙합에서 90년대를 황금기(Golden Era)라고 지칭하는데, 이 황금기 가운데에는 재즈힙합이 떡 하니 한자리 잡고 있다. A Tribe Called Quest나 Gangstarr 등이 들려줬던 이 시절의 재즈힙합은 수많은 뮤지션에게 영향을 줬고 소리헤다 역시 그 운명의 손을 피할 수 없었다.
"소리헤다, 소리를 헤다"
소리헤다는 스스로의 음악은 질감으로 시작해서 질감으로 끝난다고 말할 정도로 질감에 대한 연구에 온 힘을 기울여왔다. 소리에 대한 오랜 연구 끝에 탄생한 본 작 [소리헤다] 역시 포인트는 질감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래된 재즈 LP에서 채굴한(Diggin') 소스를 가공하더라도 예스러운(Vintage) 질감을 유지하는 능력은 소리헤다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앨범은 멋진 피아노 선율이 돋보이는 타이틀 곡 'Night Lights'로 포문을 연다. 'Night Lights'에 참여한 'RHYME-A-'은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대표 MC라는 이름답게 소리헤다의 재지한(Jazzy) 비트를 멋지게 소화한다. 그리고 야밤의 커피 종결자가 될 '별이 빛나는 밤에'는 소울컴퍼니의 '매드 클라운'과 재즈밴드 Downstream의 싱어 '강선아'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곡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역대 가장 아름다운 재즈힙합곡 중 하나로 손꼽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요즘 물이 오른 MC, 비프리(B-Free)가 참여한 'Highs and Lows'는 본 앨범에서 가장 신나고 펑키한 곡으로 비프리의 엉뚱하고 재밌는 가사가 일품이다. '해가 뜨면'에서는 BRS 레코드가 자랑하는 Lyricist '아날로그소년'과 최고의 보컬리스트 '소울맨'이 함께하여 미친 존재감을 서슴없이 보여준다. 그 외에도 Delicat, Boi B(of 방사능), Huckleberry P, 수다쟁이, DJ Freekey, 김박첼라, 진왕, Crucial Star가 참여해 앨범의 완성도를 높여주었다.
본 작 [소리헤다]를 통해 소리헤다는 인상적인 데뷔에 성공할거라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참여 아티스트들과의 화학작용이 예사롭지 않아 더 많은 콜라보의 탄생이 예고되고 있다. 이 앨범이 그동안의 재즈힙합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충분하지만, 거기 머물지 말고 새로운 재즈힙합의 전성기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카말(Kamaal The A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