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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레시브메틀의 새로운 바이블 - TOXIC SMILE
“프로그레시브락은 음악의 한계성이 없어서 좋고, 그 다음으로 너무 자유스럽다. 즉, 무엇을 하든 모든 걸 다 시도할 수 있고, 또 그것이 하나의 ‘음악’으로 인정된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음악에서 솟아나는 힘이 좋다.” - Toxic Smile
지금 여러분은 턱식 스마일이라는, 한 낯선 그룹의 음반을 손에 들고 있습니다. 뭐, 한 달에 수십 장씩 쏟아져 나오는 게 락 앨범이고, 여러 잡지나 방송에서도 가끔씩 접할 수 있는 게 락 음악이지만, 이 앨범만큼은 정말 어렵게 여러분에게 선보여질 수 있었답니다. 이제부터 저는 그 긴긴 이야기를 짧게나마 글로 풀어내려고 합니다. 턱식 스마일에 대한 궁금증이 이 글로 인해 조금이라도 풀어진다면, 그것으로 저는 만족할 수 있겠지요.
먼저 턱식 스마일이 어떤 그룹인지 알려드리는 것이 제일 우선되어야할 것 같군요. 때는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독일 라이프치히 음대에 다니고 있던 키보디스트 마렉(Marek Arnold)과 드러머 다니엘(Daniel Zehe)은 연습실에서 잼을 하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었답니다. 당시 이 두 젊은이는 서로 담배를 나눠 피면서 실험적인 성향이 짙은 락 밴드를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고, 그 밴드가 바로 턱식 스마일이 된 것입니다. 특히, 마렉은 아트락과 프로그레시브메틀에 큰 애정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룹의 음악적 방향을 잡아주게 되었죠. 둘은 천천히 멤버들을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팀의 묵직한 사운드를 구현해줄 실력 있는 기타리스트가 필요했죠. 슬로핑 스페이스(Sloping Space)라는 그룹에 소문난 기타리스트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마렉과 다니엘은 그 기타리스트를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그가 바로 우베(Uwe Reinholz)로, 지금까지 턱식 스마일의 기타를 맡고 있는 멤버랍니다. 우베가 가입하고, 그후로 라우너와(베이스)와 올리바(보컬)가 팀에 합류하면서 밴드로서의 라인업이 처음으로 갖춰졌지요.
1997년 봄, 턱식 스마일의 첫 번째 데모가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라우너와 올리바는 다른 멤버들과 음악적 식견이 달라 자주 의견충돌이 생기곤 했죠. 팀은 새로운 멤버를 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턱식 스마일은 당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프랑크 스트람(베이스)과 톨스텐 슈만(보컬)을 영입하고, 곧 제 2의 출발을 알렸답니다. 그해 말, 밴드는 데뷔작이 될 「Madness And Despair」의 작업에 들어갔고, 이때 톨스텐의 목소리가 자신들의 음악과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당시에 이들은 이미 우정이 깊어진 사이였고, 또 톨스텐의 음악적 역량도 높았기 때문에, 그와 밴드가 헤어진다는 것은 쉽게 얘기할 수 없는 문제였죠. 그러나, 톨스텐은 턱식 스마일을 이해했습니다. 자신보다 더 밴드에 잘 어울리는 보컬리스트가 있다면, 그가 자신의 몫까지 다 해주리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1998년 어느 날, 팩토리 오브 아트(Factory Of Art)라는 그룹에서 보컬리스트와 드러머를 구한다는 공고가 붙었고, 다니엘은 턱식 스마일외에 다른 밴드 활동을 위해 오디션에 지원했습니다. 오디션을 보기 위해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중, 우연찮게도 다니엘은 팩토리 오브 아트의 보컬리스트로 지원한 래리(Larry B.)를 만나게되었습니다. 이때 마침 턱식 스마일의 보컬리스트도 공석임이 생각났고, 이에 다니엘은 래리에게 밴드에 가입할 생각이 없냐고 물었죠. 래리는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턱식 스마일은 그 동안 준비했던 곡들을 모아 테입에 담았고, 지속적으로 클럽에서 라이브활동도 했습니다. 작곡을 주로 맡고 있는 마렉은 그 와중에도 틈틈이 곡 쓰기에 열중했고, 그 결과 앨범에 대한 대략적인 구도가 잡혔답니다. 하지만, 2000년을 넘어가면서 프랑크가 밴드를 탈퇴하는 일이 생겼고, 턱식 스마일은 그의 후임으로 여러 재즈밴드에서 활동한 실력파 로버트(Robert Brenner)를 영입했습니다. 로버트의 가입으로 데뷔작의 제작은 활개를 띄게되었고, 한편으로 다니엘은 7곡이 들어있는 CD를 들고 여름방학 기간에 한국을 방문하게되죠. 다니엘은 여러 음반사를 돌아다니며 턱식 스마일을 홍보했고, 그 결과 ‘BMG KOREA’와 연결이 되었습니다.
그해 10월, 턱식 스마일의 데뷔작이 독일에 공개되었고, 밴드는 한국에서의 발매를 기다렸습니다. 이때 ‘BMG KOREA’는 한국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파트 Ⅳ(Part Ⅳ), 미스테리(Mystery) 출신의 기타리스트 안회태(Hete Ahn)를 밴드에 소개시켜주었고, 11월 독일로 건너간 안회태는 여러 합주 끝에 마지막 멤버로 가입하게 됩니다. 턱식 스마일은 한국을 위한 또 다른 데뷔작을 제작하기로 합의했고, 몇 달에 걸쳐 「Madness And Despair」 한국버전 녹음을 시작했습니다. 즉, 한국에서 발매되는 앨범에는 독일버전에 있는 발라드 2곡이 빠지고, 대신 예스(Yes)의 고전 Owner Of A Lonely Heart와 Daydream이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이제 앨범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군요. 턱식 스마일의 데뷔작 「Madness And Despair」는 전부 11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어떤 곡은 12분이 넘는 시간동안 연주하기도 하고, 또 어떤 곡은 3분도 안돼서 끝나기도 하죠. 어쨌든 중요한 건, 턱식 스마일 멤버들이 정말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수록곡에 대한 각각의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글을 시작하면서 맨 처음 적어놓은 말을 보면 알겠지만, 턱식 스마일은 자신들의 음악이 한계성 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하게 들려지길 원하기 때문이죠. 제가 여기서 뭐라고 얘기하면 그것이 여러분의 한계성을 제한할까봐 걱정이 된답니다. 여러분이 만약 이 앨범을 듣고 진정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면, 자기 자신만의 수록곡 설명을 적어 멤버들에게 보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 같습니다. 대신 참고할 사항을 좀 말씀드리자면, 원래 독일에서 발매된 음반은 기타 사운드를 약하게 잡아놓아서 헤비메틀에 가까운 느낌이 별로 없는데, 이 앨범은 보다 강렬한 사운드를 위해 믹싱과 마스터링을 다시 했다는 겁니다. 어쩌면, 턱식 스마일 멤버들이 한국버전 앨범을 들어보고 왜 이렇게 세졌는지 놀랄지도 모르겠네요. 아, 쓸데없는 노파심에 한가지 더 덧붙이자면, 안회태는 독일에서 앨범이 발매되고 나서 가입한 것이기 때문에, 이 앨범에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곡은 2곡뿐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발매할 2번째 앨범에서는 모든 곡에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고 하니, 더더욱 기대되는군요.
자,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구요, 여러분은 모쪼록 즐거운 감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빨리 CD를 오디오에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세요. 차가운 키보드와 긴장감 넘치는 하이햇, 그리고 그 뒤를 차분하게 따라가는 베이스 연주가 들릴 겁니다. Nothing To Believe가 시작됐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