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과 마찬가지로 홀로 작곡, 작사, 편곡, 노래를 해내며 싱어 송라이터로서의 퓨어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앨범엔 ‘아’, ‘야’, ‘어’, ‘여’, ‘오’, ‘요’, ‘우’, ‘유’, ‘으’, ‘이’라는 글자로 시작하는 가사를 가지고 관계와 현재를 키워드로 한 노래들이 담겨있다.
통제의 언어에 관한 노래 ‘아’를 시작으로 서로 아끼면서 둥글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남녀에 대한 이야기 ‘야’, 스무 살 차이 나는 막내 동생이 태중에 있었을 때 부모님이 짝짓기하는 것을 보고 좋았다는 이야기에 영감을 받아 만든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이야기 ‘어’, 버릴 것이 없는 완전한 소와 소같이 완전하기엔 돈이 없다는 화자의 신세타령 ‘여’, 아무리 가족이 잘해줘도 속 썩이는 오빠만 못하다는 귀여운 여자가 화자인 ‘오’, 실질적 인간관계가 불가능해 보이는 화자가 컴퓨터와 아기를 낳으면 어떻겠냐고 이야기하는 ‘요’, 사랑하는 사람이 울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간단하고 간절한 내용을 담은 ‘우’, 짝사랑의 마음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씨앗이라고 노래하는 ‘유’, 쌍둥이를 통해 자기 혐오감을 표현하는 화자의 이야기를 담은 ‘으’, 불완전한 관계에 대해 자포자기하는 불안한 여자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마음을 담은 ‘이’로 마무리 된다.
이번 앨범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도발적이고 오묘하며 복합적이면서 깊은 퓨어킴의 음악 세계가 예쁘게 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 앨범으로 음악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자신이 모르는 사람들이 자신을 생각해주기 원해서라는 그녀의 바람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그녀의 창법, 화법, 작법 모든 것이 날 잡아 끈다. <이응>은 창작에 관련된 나의 뻔한 습관을 반성케 한다.” -윤종신
“이것 저것 기웃대며 살지만, 내 가슴 속 깊은 한 점을 자극하는 건 오직 재능뿐이다. <이응>은 온전히 그런 재능으로 채워진 앨범이다.” –조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