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십센치) The 2nd EP 앨범 보도자료
십센치의 두번째 EP를 들었다.
첫 트랙 '오 예'의 전주가 시작되었고
그동안 십센치 음악에서 들어본적 없었던 사운드로 까닭모를 엇박자의 섹션들이 펼쳐졌다.
그리고는 권정열의 과장된 목소리만 남아 필요 이상의 농염한 가사들을 쏟아냈다.
내 마음이 혼란스러운 사이에 곡은 벌써 절정까지 흘러갔고 "철쫑이~" 라며 기타솔로를
시작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말았다. 너무 부끄러워서 였다.
'근데 나 졸려'는 유럽풍의 트랜디한 편곡이 돋보였다.
이건 분명 십센치가 가진 역량 이상의 너무 잘 한 편곡이었다.
함께 작업한 밴드 멤버들의 고생이 안봐도 눈에 훤해진다.
하농을 연상케하는 간주와 후주도 인상적이다.
이번 앨범은 전작들보다 보컬의 사운드가 더 힘있고 매력있게 느껴졌다.
'Nothing without you'에서 권정열의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한 목소리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이 안가는 곡이다.
'Don't let me go' 도 새롭다.
강한 리듬에, 소소한 가사에, 브릿팝 스타일의 피아노 라인에, 독특한 코러스와 신스 사운드까지
다양한 요소들이 트랜디한 느낌을 내며 어우러져 있다.
'모닝콜'은 그동안 대중에게 각인된 가장 십센치스러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전주를 듣고 나도 모르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라고 '죽겠네'를 부르고 말았다면
자신을 진정한 십센치 매니아라고 봐야 할 것이다.
옆에서 지켜본 십센치의 창작과정은 한가롭고, 치열하다.
계산보다는 자신들의 기분이 우선이고, 멋있는게 나오면 그것을 발표하는데 망설임이 없다.
한국 인디밴드 최초로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콘서트를 개최할 만큼 몸집이 커진 그들이
2집이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고, 콘서트를 불과 몇 일 앞둔 애매한 상황에서
왜 이 미니 앨범을 발표했는지는 들어보면 알 수 있다.
1집에도 없고 2집에도 없는 무엇인가가 이 미니앨범에는 있다.
나는 이 작품이 단연코 십센치 최고의 명반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유기고가 고영배(from 소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