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성. 마음을 움직이는 미더스.
그의 목소리는 조곤조곤하다.
그가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수줍지만 숨김이나 보탬이 없다.
영화의 근간이 되는 시나리오는 가슴으로 대하지만 마지막으로 가닿을 관객이 느껴야 할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있다.
때로 너무 부지런해 너무 많은 곡을 쓰기도 하지만 정확한 취사와 과감한 첨삭으로 감독을 헷갈리게 하는 법이 없다.
그는 한 마디로 따뜻한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가졌다.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의 테마를 단순한 슬픔이 아닌 슬픔 안에 깃드는 영롱한 희망을 담고자 했다.
그것은 장르적인 관습을 뒤집는 시도였다.
<오를리 공항>의 긴박감은 오히려 미니멀하게
<혜린이 잘 있었어?>는 떨어져 있음의 안타까움을 드러내면서도 언젠가는 만날 것이라는 소망과 바램을 심어 놓았으며, <오랜 재회> 에서는 정연과 종배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불러 들여 함께 안도하고 함께 흐느끼게 한다.
한 곡 한 곡 꼼꼼히 들으면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우리를 향해 건네는 체온 같은 과하지 않은 따뜻한 치유의 손길을 느낄 수가 있다. 아울러 살아있다는 것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우리를 다시 일어나게 한다는 절대의 진리를 깨닫게 한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우리를 침잠하게 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작업 말미쯤에 그가 이런 문자를 보내왔다.
-편곡 전체 오늘 새벽에 끝내고 한 번 쭉 봤습니다. 자체적으로 미진하거나 이상한 부분도 역시 수정했고요. 연주하면 해결되는데 미디라서 해결이 진짜 안 되는 한 두곡 빼고는 제가 봤을 때 완벽히 끝난 것 같습니다. 영화 보면서 슬퍼서 울기보다 감동해서 우는 그런 영화가 만들어진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좋은 영화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믿어주신 것에 진정 감사드립니다...
음악감독과 감독이 함께 나누었던 충일한 행복감이 세상에 널리 퍼지길 바라며.
집으로 가는 길, 감독 방은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