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균(김거지) 정규 1집 앨범 “달동네” 리뷰
상심의 도시를 위로하는 ‘Urban Folk’
싱어송라이터 김정균의 “달동네”
화려함과 세련미로 가득한 도시. 하지만 화려하고 세련된 도시를 채우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떨까? 매일 힘들고, 지치고, 상처 받고, 슬퍼하고, 의지할 곳을 찾아 술잔을 기울이는 것이 아프지만 현실이다. ‘상심(傷心)’으로 가득한 도시인의 삶. 스스로를 ‘거지’라 이름 짓고 상심의 공감을 노래했던 싱어송라이터 김정균은 자신의 첫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을 “달동네”로 정했다. ‘거지가 노래하는 달동네는 어떤 곳일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출신으로 주목 받았던 김거지는 이번 앨범 발매에 앞서 자신의 활동 명을 본명인 김정균으로 바꿨다. 달동네를 걸어 내려왔던 거지가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은 뒤 다시 달동네로 걸어 올라간 셈이다.
하늘아래 ‘달과 가장 가까운 동네’라는 의미의 ‘달동네’. 앨범 전반에 깔린 정서는 이전 곡들과 마찬가지로 ‘서민적 공감’이다. 알람 소리에 일어나야 하지만 5분만 더 자고 싶어 이불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소소한 일상의 공감, 젖어버린 종이컵과 눅눅해진 과자들로 연상되는 경제적 공감... 김정균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이런 노골적이고 안쓰러운 공감들이 목소리와 사운드 안에 따뜻하고 포근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관되게 배경이 되는 ‘밤’ 또한 그러하다. 그의 노래에서 ‘낮’ 배경을 느끼는 건 언제나 사치다. 겨우 해가 떴다 해도 일어나기 싫은 아침 이불 속 정도다. 달빛이 내리는 달동네 언덕에서 통기타 하나 들고 노래하는 쓸쓸한 남자의 모습이 회화적으로 그려진다.
김정균의 음악은 우리 삶의 노골적인 일상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만들어지는 씁쓸한 공감은 묘하게도 위로를 전한다. 서민의 삶 속으로 들어가 위로를 전했던 모던 포크의 장르 역사와 연결시켜 볼 때 그의 음악에는 ‘Urban Folk’라는 이름이 어울린다. ‘상심의 도시’를 달래는 진짜 솔직한 위로.
더 이상 ‘거지’가 아닙니다. 음악은 부잡니다.
김정균의 이번 앨범에서 느껴지는 특징 두 가지는 ‘비유’를 최소화한 가사와 다채로운 사운드다.
우선 가사의 경우 사물에 사람의 관계나 감정을 비유하던 ‘형이상학적’ 표현을 최소화했다. ‘알람시계’ 등을 의인화하는 것이나 비틀즈의 ‘Rubber Soul’의 독음을 연상시키는 ‘Lover Seoul’을 제목으로 사용하는 등 곳곳에 특유의 재치들이 담겨 있기는 하지만 곡 전체를 비유로 그려가는 기존의 방식에서 많이 달라졌다. 그리고 이런 특징 덕분에 곡들이 가진 진지함과 솔직한 감성은 이전에 비해 많이 깊어졌다.
사운드는 한층 다채로워졌다. 타이틀곡인 ‘야경’에 깔려 있는 포크 기타 사운드와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의 교차, ‘Midnight Picnic’의 블루스 스타일, ‘밤 새운 이야기’의 로큰롤 건반 등 포크 기타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앨범을 다채롭게 채우고 있는 다양한 사운드들은 정규 앨범의 가치를 한껏 높여준다.
투 타이틀로 낙점된 ‘기차’는 걸그룹 레인보우의 지숙이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과거 김거지라는 이름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곡의 마스터링은 영국 메트로폴리스에서 진행했다. 음악만큼은 더 이상 ‘거지’가 아니다. 음악은 부자다.
김거지가 김정균이 되어 다시 올라선 달동네. 그에게 달동네는 추억일까 아직 현실일까?
(글/대중음악 평론가 이용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