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in Cambodia"
동남아시아 팝스 Meets 캘리포니안 서프 뮤직!
시대와 국적을 초월한 변방의 그루브로 세상을 점령해나간 뎅기피버의 캄보디아 發 초특급 바이러스
SNL KOREA ‘GTA 시리즈’의 바로 그 곡!
1. 중국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출몰하는 고열을 동반한 급성질환 '뎅기열'은 주로 모기를 매개로 걸리는 질병이다. 이를 검색해보면 아마도 연예인 신정환이 계속 나올 텐데 알려진 대로 가수 신정환 씨는 뎅기열 때문에 입국을 못하고 있다며 병원 입원 사진까지 찍은 것이 거짓임이 발각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게 된다. 올해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뎅기열 경보가 발령 나기도 했는데 모 언론에서는 "신정환의 '뎅기열', 브라질월드컵을 위협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을 정도였다. 그러니까 뎅기열은 이렇게 한 사람의 연예경력마저 살해시켜버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2014년 현재, 아직 실용화되고 있는 예방 백신조차 없는 상태다.
2. 현재 국내에 런칭하여 비교적 선전해내고 있는 라이브 코미디 쇼 SNL에서는 한 소재가 인기를 끌면 후에 연작으로 이를 이어나가곤 했다. 인기 비디오 게임 ‘GTA’를 여러 가지 상황에 대입시킨 'SNL 게임즈'라는 코너 또한 인기를 얻게 되면서 꾸준히 재생산됐다. 이 코너에서 게임이 시작될 무렵에는 항상 이상한 뽕짝 같은 노래가 배경으로 깔렸다. 이 코너를 봤던 사람들이라면 흥겨운 음악에 자기도 모르게 어깨가 덩실덩실 흔들렸을 수도 있겠는데 바로 이 노래는 ‘뎅기열’을 밴드 명으로 사용하고 있는 뎅기 피버(Dengue Fever)의 'Integratron'이라는 곡이었다. 몇몇은 이를 한국 곡으로 착각하기도 했는데 그럭저럭 한국적인 정서와 미묘하게 맞닿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이 곡은 미국 외화시리즈
"뎅기 피버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과 블론디(Blondie) 사이의 교차점에 위치해있다."
- 킹크스(The Kinks)의 레이 데이비스(Ray Davies)가 보내온 추천사 중
*Dengue Fever
LA에 거주하는 에단 홀츠만(Ethan Holtzman)과 잭 홀츠만(Zac Holtzman) 형제는 캄보디아 여행을 갔다 온 이후 큰 영감을 얻어 돌아온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보컬을 찾기 시작하는데 결국 롱 비치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부르는 캄보디아 출신 디바 츠홈 니몰(Chhom Nimol)을 발견해낸다. 그녀는 이미 리틀 프놈 펜에서는 널리 알려진 가라오케 가수였고 마침 미국으로의 이주를 결정하고 고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돈 또한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밴드에 가입하기로 한다. 그렇게 뎅기 피버는 2001년도에 결성됐다.
뎅기 피버의 음악은 적당히 뜨거웠고 따라서 그럭저럭 괜찮은 네이밍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파워풀한 가성과 이국적인 보컬라인을 지닌 츠홈 니몰의 개성 있는 목소리와 외모에 쉽게 눈길이 가지만 사운드의 중심에는 열혈 캄보디아 록 팬인 홀츠만 형제가 위치해 있었다. 이 형제들은 뎅기 피버 결성 직전 각자 밴드를 하고 있었고, 베이시스트로 합류하는 세논 윌리암스(Senon Williams)의 경우 레이더 브라더스(Radar Bros.)의 멤버이기도 했다. 츠홈 니몰이 캄보디아 출신이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면 밴드의 사운드는 미국 현지의 시점으로 해석된 캄보디안 록의 형태로써 완성되어 있었다. 이것은 밴드의 장점이 될 수도, 혹은 트집 잡힐만한 꺼리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일부 리뷰를 보면 이들의 음악이 기존 동남아 대중음악 팬들보다는 미국에서 본 동남아시아라는 관점으로 감상해야 더욱 흥미로울 것이라는 언급 또한 있었다.
그다지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과거 캄보디아는 동남아시아 굴지의 록 대국이었다. 하지만 1970년 초 무렵부터 급진적인 좌익 무장단체 크메르 루주에 의해 정치가 불안정해지면서 록과 같은 오락문화의 발전이 전면 차단된다. 악명 높은 폴 포트(Pol Pot) 정권은 사악한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인 록을 경멸했고 당시 활동하던 뮤지션들은 은신하거나 숙청되면서 결국 캄보디아 록 황금기는 강제로 마감됐다. 얼추 비슷한 시기 유신정권의 긴급조치로 인해 검열 아래 노래 부르고 레코딩했던 한국의 상황과 이상하게 데자뷔 된다.
"만일 당신이 캄보디아에서 온 미녀가 라스푸친(Rasputin), 배리 화이트(Barry White), 앨런 긴스버그(Allen Ginsberg), 마이클 허친스(Michael Hutchence), 그리고 브라이언 윌슨(Brian Wilson)과 한 무대에 올라와 있는 밴드를 상상한다면 뎅기 피버라는 훌륭한 발상의 그룹을 만나게 될 것이다.
- LA 타임스
"Something old,
Something new,
Something borrowed,
And something blue."
- 'Tooth and Nail' 中.
위의 네 줄은 뎅기 피버의 곡 'Tooth and Nail'의 가사이지만 사실 이들의 특성을 축약해내는 문구이기도 하다. 왠지 오래된 듯 새롭고, 일부는 빌려 왔고, 또 이따금 블루한 뎅기 피버의 노래들은 이 국제화 시대에 이상한 방식으로 전세계에 잠식해 들어갔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오리지널리티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터인데 이제는 온갖 스타일 중 필요한 것만을 자신의 것으로 취해 어떤 방식으로 재조합 해내느냐가 관건인 시대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의 음악에도 힙합 씬에서 주로 사용되는 '브랜드 뉴 올드 스쿨(Brand New Old School)'이라는 용어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지 않나 싶다. 밴드의 중요한 순간을 응축시켜낸 본 한국 베스트 반에 발맞춰 수많은 이들이 기다려온 뎅기 피버의 내한공연 또한 곧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거진 10년 전부터 이미 뎅기 피버를 들어왔던 국내 팬들이라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런 상황에 감개가 무량할 것이다.
장황하게 일단 이런저런 설명은 썼지만 뎅기 피버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으면 없을수록 오히려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가 열광하는 일련의 B급 액션 영화 같은 데에 선글라스를 쓴 여성이 기관총 한 자루를 들고 씩씩하게 등장하는 장면에 걸릴 것 같은 촌스러운 듯 진지한 음향이 내내 이어진다. 이 소리에서 간혹 발견되는 향수의 감정은 억지 같이 들리겠지만 새삼 아시아 인으로서의 자신의 DNA에 각인된 무언가로부터 끌어당겨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처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매력이 캄보디안 싸이키델릭, 그리고 뎅기 피버에게 있었다. 참으로 해괴하고 풍성한 수수께끼 같은 노래들이다. 열대의 더운 바람, 흙냄새와 향신료로 버무려진 구수한 글램-로크랄까.
*뎅기피버 멤버가 4장의 정규 앨범과 EP에서 엄선한 곡들과 미발표 신곡을 포함한 한국 스페셜 에디션
*포스터 형 해설지가 첨부된 2단 에코팩 사양
*’킹오브더팝리뷰’ 한상철(Bulssazo)의 상세한 해설
*절찬리에 음원 서비스 中
*11월23일 내한공연 확정(상상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