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에타누 벨로주, 이반 린스 등과 함께 한 최고의 순간!
아름다운 듀엣을 담은 브라질의 신성 마리아 가두의 명작!
마리아 가두 [Nos(우리)]
한마디로 말하자면, 마리아 가두는 스타다. 현재의 브라질 대중 음악을 대표하는 새로운
스타 중 한 명이다. 마리아 가두는 데뷔작과 라이브 앨범, 카에타누
벨로주와 함께 한 라이브 앨범, 그리고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까지 네 장의 앨범을 연달아 플래티넘 판매고에
등극시켰고, 비록 4년만에 발표한 신작이 비록 (브라질 음반 시장의 침체와 함께) 예전만큼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16회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MPB 앨범
후보로 오를 정도로 높은 평가를 얻고 있으며, 그녀의 공연 티켓은 빠른 시간 안에 팔려 나간다. 그녀의 대중적 인기는 무려 280만명에 가까운 트위터 팔로워 숫자나
210만이 넘는 페이스북 팬들로도 짐작할 수 있다. 2009년에
데뷔한 그녀는 여전히 20대인데, 이 정도 경력/ 연령의 가수 중에 브라질 뿐 아니라 브라질 바깥에서도 폭넓은 인지도를 누리고 있는 인물은 국제적인 음악 스타들이
즐비한 브라질 내에서도 찾아 보기가 힘들다.
마리아 가두의
재능은 이미 어린 시절에 발현되고 있었다. 7살에 자신의 음악을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하고, 10대 초반부터 작곡과 공연을 했다는 사실은 왜 그녀가 데뷔 시절부터 신인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묵직한
안정감을 보여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마리아 가두의 최고 히트곡이자 데뷔 초부터 그녀의 이름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게 해 준 곡 “Shimbalaie”는 마리아가
10살 때 만들었던 곡이기도 하다. 마리아 가두라는 이름을 처음 알린 곡은 자크 브렐의
고전 “Ne Me Quitte Pas”의 커버 버전이다. 2009년에
브라질 전역에 방영된 TV 시리즈 “마이자(Maysa: Quando Fala or Coracao)”를 통해 브라질 전역에 방영되면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TV 시리즈는 이 곡을 60년대에 브라질어로 소화했던 유명 가수 마이자의 생을 다룬 작품이었는데, 가두는
마이자의 스타일을 따라가는 대신 자신의 보컬 / 음악 스타일대로 해석하면서 음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그리하여 데뷔작 발표는 더욱 순조롭게 이뤄졌는데, 2009년에 Slap/Som Livre를 통해 발매된 셀프 타이틀 앨범 “Maria
Gadu”는 불과 몇 달만에 히트작이 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Shimbalaie”는 TV 시리즈 “Viver a Vida”에 사용되면서 대형 히트곡이 되었고, 저 멀리
이태리 차트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유럽 지역에서도 큰 히트를 기록했다. 덕분에 데뷔작 발표와 동시에 반대편 대륙을 부지런히 오가야 하는 몸이 되었다.
브라질 거장들의
전폭적인 지원도 마리아 가두라는 이름을 브라질 바깥에 빨리 전파한 요인 중 하나였을 것이다. 밀톤 나시멘투(Milton Nascimento)와 주앙 도나투(Joao Donato), 카에타누
벨로주(Caetano Veloso). 브라질의 음악 스타들은 새로운 스타의 탄생을 반기고 축하했다. 그 중에서도 벨로주는 가장 적극적으로 그녀를 후원했는데, 칠순에도
여전히 왕성한 앨범/ 공연 활동을 하며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이 거장은 갓 데뷔한 신인과 함께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것은 가두가 벨로주 공연의 오프닝을 하는 것이 아닌, 함께 앉아 노래를 같이 부르는 공동 투어였다. 2011년에 CD와 DVD로 발표되어 큰 히트를 기록한 라이브 앨범 “Multishow: Ao Vivo”에서도 이 두 사람의 비중은 동등하다. 물론, 두 사람이 함께 무대에서 노래할 때에는 마리아 가두가 그의 음악적 우상이었던 벨로주의 곡을 함께 부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벨로주가 가두의 곡 “Shimbalaie”를
부르며 애정을 드러내는 대목도 나온다. 감격의 눈물을 흘리던 마리아가 곡이 끝난 직후 대선배와 포옹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음악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 앨범에 담겼던 곡 중 1곡은 여기에도 실려 있다.
라틴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신인 후보로 지명된 마리아 가두는 벨로주 뿐 아니라 많은 음악가들과 협연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브라질에서 활동하는 유명 음악가들뿐만이 아니라 2010년 브라질을 방문한 이글 아이 체리(Eagle Eye Cherry)의 공연 무대에 함께 하기도 했고, 제시
해리스(Jesse Harris)의 2012년작 “Sub Rosa”에는 노라 존스, 빌 프리셀, 멜로디 가르도 등과 함께 게스트로 참여하기도 했다. 불과 3년 남짓한 활동 기간 동안 함께 녹음하거나 게스트로 참여한 작품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가면서 거의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고도 남을 정도의 분량이 되었을 때 소속 레이블 Slap(Som Livre의 서브 레이블)은 “Nos”(우리)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듀엣 (혹은 그 이상의 인원들과 함께 한) 녹음들을
한 데 모은 앨범을 발표한다. 2011년 두번째 앨범 발표 이후 2년의
시간이 흐른 2013년에 발매된 이 앨범은 신작 소식을 기다리고 있던 팬들에겐 훌륭한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브라질에서 발표되는 많은 양의 앨범들을 일일이 접하기 힘든 브라질 바깥의 팬들에게 이 컬렉션은 마리아
가두의 신작과 다를 바가 없는 앨범이기도 했을 것이다.
마리아 가두가
등장하기 이전인 21세기 첫 10년간 브라질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린 여자 가수를 얘기하자면 아나 카롤리나(Ana Carolina)를 먼저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데뷔 후 10년 남짓한 기간 안에 무려 5백만장이라는 판매고를 달성한 이 여가수는 자신의 데뷔 10주년을 자축하는
프로젝트를 2009년에 기획했는데, 여기에는 마리아 베타니아, 지지 포시, 질베르투 질, 세우
조지 등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했다. 그 많은 스타+스타들의
협연들 사이에서도 가장 빛을 발했던 작품은 바로 마리아 가두와 함께 한 “Mais Que A Mim”(나보다
더)이었는데, “Nos” 앨범이 이 곡과 함께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마리아 가두의 데뷔 직후인 2009년에
녹음된 곡이기도 하고 (이 앨범의 트랙 리스트는 발표 순서를 따르고 있다.), 이 곡을 통해 마리아의 지명도는 더욱 더 높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감정선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나의 몫이지만, 그것을 완성하는 것은 마리아의 음성인데 하늘을 찌르는 고음 없이도
듣는 이들의 감정을, 집중력을 최고치로 고양시킬 수 있는 이 두 가수의 풍부한 표현력은 서로 닮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브라질 음악계의 오늘과 내일을 대변할만한 두 명의 재능 있는 가수가 함께 한 곡이 흐르고
나면 토토뉴 빌레로이(Totonho Villeroy)의 2010년
“Jose”에 수록되어 있던 “Recomeco”(새로운 출발)이 등장한다. 토토뉴는 가수이면서 동시에 아나 카롤리나의 히트곡을
많이 만들어 낸 작곡가이기도 한데, 그가 앨범을 녹음하면서 마리아 가두를 파트너로서 떠올린 것은 대단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아나-토토뉴의 작업들처럼, 이 두 사람의 호흡 역시 완벽하다.
남미의 다른 국가 가수들과 활발한 교류를 가져 온 중견 싱어송라이터 파울리뉴 모스카는 아르헨티나의 케빈 요한센과
공동 작품을 종종 만들어 왔는데, 대부분의 가사가 영어로 되어 있는 곡 “Oh My Love, My Love”는 더블 앨범으로 발표된 2010년작
“Muito Pouco”의 두번째 디스크에 수록된 곡으로, 케빈
요한센과 마리아 가두가 게스트로 참여한 곡이다. 이 앨범의 두번째 디스크는 단촐한 편곡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들어 있는데 마리아 가두의 목소리는 이런 소규모 편성의 어쿠스틱 연주와 함께 할 때 더욱 돋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Lamento Sertanejo”(부제: 도밍기뇨스의
포루), “Nosso Estranho Amor”(우리의 낯선 사랑) 같은
고전에서 마리아 가두는 자연스럽게 녹아 드는 것으로 모자라 곡을 새롭게 해석하는 역할까지 해낸다. 질베르투
질과 도밍기뇨스의 작품으로 유명한 “Lamento Sertanejo”는 질베르투 질과 밀톤 나시멘투가
함께 한 2011년의 라이브 버전이며, “Nosso Estranho
Amor”는 앞서 설명했던 벨로주와 가두의 공동 라이브 앨범 “Multishow: Ao
Vivo(2011)” 수록곡이다. 마리아 가두는 이런 거물급 스타들과 함께 할 때에는 아마도
‘선택 받는 입장’에 더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이 거장들은 대단히 중요한 순간에, 그리고 자신의 대표적인
음악을 노래하고 연주할 때 마리아 가두의 목소리를 떠올리는 것 같다. 역시 브라질 음악의 대가 중 한
명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산드라 데 사(Sandra De Sa)는 자신의 30년 음악 생활을 결산하는 무대에서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해 준 출세작 “Demonio
Colorido” (화려한 악마)를 마리아 가두와 함께 불렀다. “브라질의 빌리 홀리데이” 혹은 그의 동료였던 전설적인 소울 가수
‘Tim Maia의 여성 버전’으로 불리기도 했던 산드라의
탁월한 음성을 더욱 극적으로, 매력적으로 들리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해주는 이런 목소리, 이런 재능이 마리아 가두에겐 있다. 그녀가 대중은 물론 앞선 세대의
중요한 음악가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통산 3천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브라질 컨트리 음악(Música
sertaneja)에 있어 가장 높은 인기를 자랑해 온 시타우징유 & 소로로(Chitaozinho & Xororo) 형제의 40년의 음악
생활을 기념하는 무대에도 가두는 등장한다.
경력 차이가 많이 나는 선배 가수들이 전반부를 채우고 있지만, 중반 이후에는
마리아 가두와 같은 세대의 음악가들도 찾을 수 있는데, 마리아 가두와 같은 해 데뷔한 신쿠 아 세코(5 A Seco)는 서서히 이름을 알려가고 있는 5인조 MPB 그룹이며, 국내에서 내한 공연을 한 적도 있는 싱어송라이터 티아고
요르크(Tiago Iorc)는 마리아와 같은 레이블의 동료 가수이기도 하다. “Musica Edita”가 수록된 티아고 요르크의 2013년 앨범
“Zeski”는 이 앨범 “Nos”와 거의 동시에 발매된
작품이기 때문에 두 작품에 동시 수록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2010년 발표된 마리아 가두의
라이브 앨범에 참여한 바 있는 절친한 친구이면서 배우/ 가수인 레안드로 레오(Leandro Leo)는 자작곡 “Felicidade”(행복)를 함께 불렀다. 앨범의 마지막은 2013년에
데뷔작은 발표한, 아직은 생소한 신인 음악가 카밀라 위트만(Camila
Wittmann)이 함께 하며, 9번째로 등장하는 다니엘 샤우돈(Daniel Chaudon) 역시 2000년대 초반 리얼리티 쇼로
잠시 알려졌으나 2012년에 정식으로 데뷔 앨범을 발표한 신인 가수다.
많은 동료들의 응원을 얻으며 등장했던 마리아 가두는 어느덧 동료나 후배들을 응원해 주는 입장이 되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이 앨범은 브라질의 현존하는 음악 세대를 망라하는
작품집이 되었다.
음악 장르 역시 다채로워서 MPB, 컨트리, 소울 뿐 아니라 얼터너티브 록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제이바퀘르(Jay
Vaquer), 흑인 음악과 애시드 재즈 등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밴드 조타 퀘스트(Jota
Quest)와 함께 한 곡들도 이어진다. 그런 순간에도 별다른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면, 그것은 온전히 이 주인공의 재능 덕일 것이다. 이 재능은 브라질
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그 어떤 장르의 뮤지션과 함께 할 때에도 빛을 발할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이글 아이 체리, 제시 해리스와의 공동 작업의 결과물은 이미 그것을 말해주고 있으며, 앨범에는 없지만 앨리샤 키스(Alicia Keys)와 함께 한 무대에서도
마리아 가두는 R&B/소울에 대해 탁월한 소화력을 선보인 바 있다. 이미 안정적인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싱어송라이터지만, 탐험할 수
있는 음악적 대륙이 광활해 보이는 그이기에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더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이반 린스와 함께 한 “Quem Me Dera”(내가
바라는 것)다. 이반린스의 2012년 앨범 Amoragio에 수록된 이 곡은 그리 특별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탁월하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자칫 평범하게 들릴 수 있는 이 곡의 나머지 모든 요소에 윤기를
부여하며, 쉽게 잊기 힘든 순간을 제공한다. 남녀가 함께
한 듀엣곡들은 흔하고 또 흔하지만, 이런 아름다운 목소리의 조합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곡 바로 앞에 등장하는 “Camaleonte(Camaleao)”
역시 이반 린스의 작품인데, 브라질-이태리 그룹
반다 인벤타리오(Banda Inventario)와 이태리 가수 제시카 브란도(Jessica Brando)와 함께 이태리어로 노래하고 있다. 노랫말을
이해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귀에 들려오는 이 멜로디와 음성들만으로도 감흥을 느끼기엔 충분하다.
이 앨범은 주로 마리아 가두라는 이름과 그 목소리를 계속 되뇌게 하는 작품이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들을 발견하게 하는 작품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목소리, 새로운 음악. 그리고 새로운 재능 같은 것들이다. 우리는 한국에 살지만, 동시에 지구에서 산다. 지구에서 사는 가장 좋은 이유 중의 하나는 언제든 좋은 음악이 전세계 곳곳에서 쏟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마리아 가두는 그 하나의 큰 장점을 확인시켜 주는 이름이다.
김영혁
01. Mais Que A Mim (with Ana Carolina)
02. Recomeco (with Totonho Villeroy)
03. Oh My Love, My Love
(with Moska, Kevin Johansen)
04. Lamento Sertanejo
(with Gilberto Gil, Milton Nascimento)
05. Demonio Colorido (with Sandra De Sa)
06. Nosso Estranho Amor (with Caetano Veloso)
07. Do Nada, Me Jogaram Aos Leoes
(with Jay Vaquer)
08. No Rancho Fundo (with Citaozinho, Xororo)
09. Luzia (with Daniel Chaudon)
10. Em Paz (with 5 A Seco)
11. Camaleonte (Camaleao) (with Banda Inventariio)
12. Quem Me Dera (with Ivan Lins)
13. Mais Uma Vez (with Jota Quest)
14. I Know It Will not Be Long (with Jesse Harris)
15. Alone (with Eagle-Eye Cherry)
16. Musica Inedita (with Tiago Iorc)
17. Felicidade (with Leandro Leo)
18. Buque (with Camila Witt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