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앨범 ‘초심(初心)’은 21살 김민주의 정서를 아티스트 김훨(䎀)의 서사로 담담히 담아낸 앨범으로,
날아오르는 모양 ‘훨(䎀)’ 이란 뜻 처럼 김민주에서 김훨(䎀) 로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초행(初行)' 이기도 하다.
삶 속의 이별, 외로움, 가난한 마음이 심연에 웅크리고 앉아 가능한 가장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래하고 또 노래한다.
한편, 이번 앨범은 데뷔 앨범이라기엔 너무나 무게감 있다.
최고의 프로듀서 송홍섭을 중심으로 드럼 서수진, 건반 남메아리 & 박은선, 반도네온 고상지 등
가장 핫한 뮤지션들만 참여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앞으로의 음악세계가 궁금한 싱어송라이터의 탄생이 너무나 반갑다.
<평론글-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김훨 [초심] : 하얗고 깨끗한 마음
예술을 하는 이에게 ‘타고난 것’이란 평생 밑천에 다름 아니다. 타고난 감성, 타고난 재능, 타고난 성정. 사람들은 그 모양과 색깔이 남들과 현격히 다르고, 이제까지 없었던 것일수록 더 주목하고 더 사랑한다. 꾸준한 노력을 통해 자신만의 것에 다가가려는 이들에게 이건 보통 힘 빠지는 일이 아니다. 죽을 만큼 노력해 겨우 닿은 자리에서 가쁜 숨 한 번 태우지 않고 태초부터 있었다는 듯 우아하게 자리한 이들을 바라보는 범인의 심정. 나는 ‘타고난’ 이들을 발견할 때마다 어쩐지 그 마음에 쉽게 감정 이입을 해버리고 만다.
김훨의 음악을 들으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바로 그 마음이었다. 이 사람은 ‘타고난 사람’이구나. 무엇보다 음반이 가진 무게가 낯설었다. 이렇게 단단하고 묵직한 자신만의 무게를 가진 데뷔작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언제였던가. 보통 데뷔작은 한 사람이 태어나 지금까지 겪은 모든 경험의 총량이라 중량이 더 나간다고는 하지만 김훨의 첫 앨범 [초심]이 가진 무게는 그런 평균값과는 조금 다른 종류였다. ‘초심(初心)’이라는, 뭐든 처음 시작하는 이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법한 단어를 굳이 제목으로 뽑은 패기부터가 이미 남달라 보이기도 했다.
튼튼한 심지를 가진 흔들림 없는 그의 음악을 일찌감치 알아본 곳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요즘 이런 음악을 이런 무게로 하는 이가 흔치 않았다. 2018년에는 자라섬 음악 경연대회 JiFM를, 2018년에는 제 29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를 섭렵한 그는 이후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꾸준히 노래하고 연주하며 다음 도약을 준비했다. 2019년 여름에는 네이버 뮤지션 리그를 통해 싱글 앨범 ‘Down’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인 음악가와 경력 있는 베테랑 음악가를 엮어 시너지 효과를 꾀하는 프로그램답게 한국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베이시스트이자 프로듀서인 송홍섭과 함께 작업한 이 곡을 통해 김훨의 목소리를 처음 접한 이도 많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 끝이 어딘지 알 수 없도록 아래로, 아래로 퍼져가는 목소리를.
앨범 [초심] 역시 그런 김훨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마치 악기를 조율하듯 무심하게 툭 떨어진 첫 음에 실려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서늘하게 울리는 목소리가 선 굵은 물결을, 바람길을 만든다. ‘사랑이 하나 떠났네요’. 영원처럼 퍼져나가는 이 소리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 삶의 근원에 자리한 외로움과 고독 등 밀려드는 가난한 마음 앞에서도 결코 소리 높여 울거나 소리치지 않는다. 다만 자신만의 질량으로 깊은 심연에 웅크리고 앉아 가능한 가장 먼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래한다. 첫 곡 ‘1’에서 마지막 곡 ‘뭍으로’까지 한결같이 같은 심박으로 두근대는 노래들은 그 안정감을 동력으로 듣는 이들을 김훨의 세계로 천천히 빨아들인다.
이렇듯 타고난 무게추에 적절한 균형을 맞춰주는 건 앨범에 함께 참여한 믿음직한 참여진들과의 유려한 호흡 덕이 크다. 특히 ‘시간’과 ‘Lazy Tape’을 제외한 모든 트랙의 편곡을 함께한 싱어송라이터 임주연의 활약이 눈에 띈다. (‘시간’은 재즈와 소울, 블루스 사이의 어딘가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피아니스트 남메아리가 편곡자이자 프로그래밍으로 참여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작업은 물론 인디와 메이저를 오가는 다수의 작업에서 편곡과 연주를 담당해 온 그가 쌓아온 시간은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김훨의 목소리와 원곡이 가지고 있는 깊이를 만나며 안락함을 선사한다. 싱글 ‘Down’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오고 있는 프로듀서 송홍섭이 베이스 연주와 편곡(‘Lazy Tape’)으로 다시 한 번 참여했고, 서수진(드럼), 박은선(피아노), 최원석(기타), 고상지(반도네온, ‘후회’) 등의 베테랑 뮤지션들의 이름도 반갑다. 단단한 노래가 만드는 새로운 물길에 좋은 음악가들이 모여드는 건 무척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김훨의 노래를 처음 들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본선을 위한 마지막 실연 예선에서, 그는 김민주라는 본명으로 섰다. 실연을 위한 몇 개의 악기가 드문드문 놓여 있는 무대 위에서 김훨은 [초심]에도 수록된 ‘은’을 불렀다. 노래였기에 ‘불렀다’는 동사를 썼지만 그건 편지처럼 읽히고, 일기처럼 쓰여졌다 말하는 게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차분히 전주가 이어지다 잠깐의 멈춤 후 후렴구가 울려 퍼졌다. ‘은아, 가득하네’. 아무런 설명도 듣지 않았지만 그가 노래에 담은 마음이 그대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그런 노래, 그런 무대였다. ‘초심’이란 ‘첫 마음을 잃지 말자’는 오랜 다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어 그대로 ‘첫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하얗고 깨끗한 처음의 그 마음. 싱어송라이터 김훨이 사람들에게 처음 건네는 그 목소리가, 마음이 바로 그렇다. 아마 알아채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
<크레딧 정보>
Track 1. 1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Drums 신승규 / Bass 송홍섭
Piano & Keyboards 임주연 / Guitars & Reverse fx 김호윤 / Programing 이상훈 / string 융스트링
Track 2. 후회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Piano 김훨 / Bandoneon 고상지 / Accordion 이자원
Track 3. 은(Studio Live.ver.)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Cello 박찬영 / Ambient programing 이상훈
Track 4. 숨소리로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Ambient programing 이상훈 Drums 신승규
Bass 송홍섭 / Piano 김훨 / Keyboards 임주연 / Guitars 김호윤 / Clarinet 조성현 / Background Vocal 김훨
Track 5. Lazy Tape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송홍섭 / Bass 송홍섭 / Drums 서수진 / Guitars 최원석 / Piano 박은선
Track 6. 시간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남메아리 / Programing 남메아리 / Keyboards Bass 남메아리
Guitars 최원석 / Background Vocal 김훨 & 남메아리
Track7. Down(elec.ver.)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Programing 이상훈 / Bass 송홍섭
Guitars & Reverse fx 김호윤 / Piano 김훨
Track8. 뭍으로 작사/작곡 김훨(김민주) / 편곡 임주연 / Guitars 김호윤 Piano 김훨
1. 1
2. 후회
3. 은(Studio Live.Ver.)
4. 숨소리로
5. Lazy Tape
6. 시간
7. Down(elec.ver.)
8. 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