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앨범 발표 후 그녀에게는 커다란 시련이 닥쳐왔다. 남편이 그의 의붓 아버지(그녀의 시아버지)를 잔혹하게 살해해 철창에 갇히는 신세가 된 것. 이 사건은 당시 언론에 의해 큰 뉴스거리로 다루어졌는데 그녀가 받은 충격이야 이루 말할 수 없을 듯 하다.
이 때문에 그녀가 처음으로 전곡의 가사 쓰기에 참여한 새 앨범 RISE에는 그녀의 개인적인 독백이 가득 담겨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이런 시련을 겪었음에도 그녀의 노래는 결코 비관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나겠다는 내용의 곡인 타이틀 곡 Rise는 그녀의 강한 의지 긍정적 가치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젠 끝났다는 것을 알아
하지만 난 우리가 끝났다는 걸 믿을 수 없어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지만
......
하지만 난 이겨낼 거야
내 삶을 봐
내 마음을 봐
그것들이 갈갈이 찢어지는 걸 난 봤지
하지만 이제 난 다시 일어설 준비가 됐어
......
이 곡은 음악 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불러모았는데 바로 다른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곡을 쓰는 것에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포크계의 거목 밥 딜런의 명곡 Knocking on heaven's door를 샘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곡의 전주 부분이 허밍으로 처리되어 있는 따스한 느낌의 발라드풍 작품으로 이미 얼마 전 영국 싱글 차트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또 다른 수록곡 Gonna get better 역시 비슷하게 그녀의 개인적인 의지를 담아내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앨범을 발매하면서 가브리엘은 외모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았다. 과거 그녀는 사시인 오른쪽 눈을 감추기 위해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다녀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수술을 받고 안대를 떼어버린 채 나타난 것이다. 게다가 헤어 스타일도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나 음악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앨범엔 과거 스파이스 걸스의 앨범에 참여했던 리처드 스태너드(Richard Stannard)와 줄리언 갤러거(Julian Gallagher)가 송라이터로 참여하고 있고 신예인 조나단쇼튼을 비롯해 네네 체리(Neneh Cherry)-돈 체리의 딸이며 이글 아이 체리의 누나-와 매시브 어택 등의 앨범에 참여한 바 있는 자니 달러(Johnny Dollar), 그리고 스파이스 걸스와 작업한 바 있는 리처드 스태너드(Richard Stannard)가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는데 2월 중순 영국 앨범 차트에서 마침내 1위 자리에 올랐다.
앨범 발매에 앞서 지난 해 가을 첫 싱글로 발매되어 영국 차트 톱 텐에 오른 Sunshine은 팝 감각이 가미된 소울풍 발라드.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인데 앨범 전반이 그러하듯이 멜로디를 꾸며주고 있는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이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주고 있다.
주조를 이루는 것은 이와 함께 Tell me what you dream과 Should I stay, Over you 등의 소울 발라드 넘버들이지만 특이하게도 모타운 사운드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한 작품들도 들어있다. When a woman과 Falling이 그런 곡들인데 그녀의 목소리조차도 마치 다이애나 로스의 음악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재킷 사진을 보면 외모 조차도 다이애나 로스를 연상시킨다. 분명 의도적으로 흉내를 낸 것은 아닌 듯 하지만...
그런가 하면 이채롭게도 미국식 R&B 사운드를 들려주는 Five o'clock이나 If you love Me 같은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이번 앨범으로 그녀는 올해 브릿 어워즈의 ‘최우수 여성 보컬’ 부문에 또 다시 후보로 올랐다. 세 장의 앨범으로 모두 후보에 지명된 것이다. 뒤늦게나마 그녀의 앨범이 우리에게 소개될 수 있게 된 것도 브릿 어워즈 후보에 오른 것과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듯 한데 결과는 두고 봐야 되겠지만 이제 그녀는 확실한 영국 소울 음악계의 얼굴로 자리잡았다.
[gmv 2000년 03월 원용민]
1. Sunshine
2. Rise
3. When A Woman
4. Tell Me What You Dream
5. 5 O'clock
6. Should I Stay
7. Over You
8. Falling
9. If You Love Me
10. Independence Day
11. Gonna Get B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