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로 써 내려간 꿈과 동경 그리고 외롭지 않은 방황 AdamZapple 김용은의 ‘하루’
애덤즈애플의 새 앨범 [하루]는 멤버 중 영화음악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용은의 피아노 소품집으로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느’를 제외한 전곡을 작곡, 연주했으며 특히 #4마리 와 #7슬픈 왈츠에서는 ‘러시안 로망스’로 유명한 클래식 첼리스트 박경숙씨가 참여하여 이채를 띤다. 데뷔앨범과 또 다른 애덤즈애플의 서정성을 보여주는 이 앨범에는 클래식과 뉴에이지 어딘가에 자리한 사랑스러운 열 세곡의 트랙들이 겨울의 한 자락을 들추며 따스하게 다가온다. 음악평론가 이헌석씨는 “그의 고독한 피아니즘에는 꿈과 동경 그리고 외롭지 않은 방랑이 있다면서, 21세기의 ‘에릭 사티’의 재림이다”라고 표현했다. 작곡과 편곡, 연주 모두 나무랄 데 없는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앨범 <하루>의 작업을 통해 또 한번 젊은 거장의 출현을 예고하는 듯 하다.
▶ “올해 최고의 피아노 앨범” -음악평론가 이헌석
타이틀곡 #2하루는 지난 햇살, 좋았던 날들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분위기의 아름다운 곡으로 명징한 오후의 빛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미 여러 방송국의 백그라운드 뮤직으로 쓰이고 있을 정도로 그 반응 또한 뚜렷하다. #2하루는 악보로도 출간된다. 결코 가볍지 않은 이 서정미는 작곡자인 김용은의 말로 명료하게 압축된다. “눈부신 날이면, 눈부셨던 그 날들이 떠오른다.”
서브타이틀곡 #6그노시엔느는 '짐노페디'로 익숙한 프랑스 작곡가 에릭 사티의 또다른 유명 연작 중 하나. 가장 최근에는 연기파 배우 나오미 와츠와 에드워드 노튼이 주연하여 화제가 되었던 영화 '페인티드 베일(Painted Veil)'에 삽입되기도 했었다. 사티 특유의 우울함과 몽환적인 느낌이 잘 살아있는 중독성 강한 곡으로 이번 앨범의 전반적인 느낌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이다. 원곡보다 좀 더 진중하고 두터운 느낌으로 연주하여 신비감 이상의 무게감을 발산한다. 특히 열 번째 곡인 #10새야 새야를 듣고 있자면 이러한 감상은 더욱 도드라진다. 마치 ‘그노시엔느’와 ‘새야 새야’가 새로운 에릭 사티의 연작처럼 들리는 신선한 충격을 경험하게 된다. 김용은과 에릭 사티, 진지함과 유머가 공존하는 음악 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들의 닮은꼴을 발견하게 된다.
일곱 번째 곡인 #7슬픈 왈츠. 영제는 ‘Waltz Alone'. 즉, '혼자서 왈츠를 추다'이다. 이 곡을 듣노라면 연주하는 악기들이 마치 실제 왈츠의 주인공처럼 회랑을 가로지르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그 그림은 이렇다. 혼자 외로이 연주되던 피아노 테마를 오보에가 받아주면서 함께 춤을 춘다. 그러다 턴 하고 나면 파트너가 첼로로 바뀌기도 하고, 다시 오보에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되자 함께한 이들은 하나씩 떠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피아노는 새삼스레 깨달은 척 되뇌이다 춤을 멈춘다. '왈츠는 혼자서 출 수 없다'고. 이 곡과 #4마리는 특히 ‘러시안 로망스’로 유명한 클래식 첼리스트 박경숙씨의 참여로 더욱 화제가 되었다.
이 밖에도 프랑수아 오종의 영화 '사랑의 추억'에 감명 받아 쓰게 되었다는 #4마리는 극중 주인공인 미망인의 이름이다. 영화의 마지막, 남편을 잃었던 해변에서 어디론가 흘러가기 시작한 마리의 뒷모습을 그렸다. 지난 여름, 여행 중 열차 안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회상하며 썼다는 #8기찻길. 4대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각각의 피아노가 나타내던 감정들이 하나 둘씩 겹쳐가고, 결국 모두가 함께 연주되며 끝을 향해 달려간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 어느 숲 속의 작은 연못과 그 위에 떠있는 연꽃 잎들, 그리고 목을 축이러 모인 토끼와 사슴들. 나무들의 울창함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 혹은 평화를 더없이 아름다운 멜로디로 빚어 낸 #5작은 연못 또한 많은 팬들의 사랑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