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푸르름과 바다 내음을 묻은 아카펠라 - CAP PELA
아카펠라 (A CAPPELLA)?
사전적 의미는 반주가 따르지 않는 합창곡,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교회식으로’라는 뜻이다. 아카펠라는 어원처럼 16세기 교회용 합창곡의 무반주 폴리포니 양식을 일컫는 말이었다. 가톨릭 음악과 대위법의 모범을 보여줬던 이탈리아의 교회음악가 팔레스트리나 (Giovanni Pierluigi da Palestrina 1525~1594)가 확립한 아카펠라는 종교 음악으로 명맥을 이어왔고, 이제는 현대 대중 음악의 한 장르로 사랑 받고 있다. 얼마 전까지 조금은 고상한 음악 정도로만 인식되던 아카펠라가 요즘 들어 주류 음악 장르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날로 복잡해져 가는 세계, 거대 도시문명에 지칠 대로 지친 현대인에게 아카펠라가 삶의 쉼표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신이 주신 가장 아름다운 악기인 인간의 목소리만으로 만들어내는 음악, 거추장스러운 옷을 모두 벗어버린 음악 아카펠라는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그 동안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아카펠라 음악을 많이 들어왔다. 클래식과 영국 팝을 바탕으로 아카펠라의 전형을 만든 King’s Singers에서부터 오케스트라에서 쓰는 클래식 악보를 그대로 옮겨서 목소리로 표현하는 정확하고 섬세한 아카펠라 그룹 Swingle Singers와 The Singers Unlimited, Manhattan Transfer와 Take 6 같은 재즈 계열의 아카펠라까지. 특히 Take 6는 재즈, R&B, CCM의 경계를 허무는 음악으로 한동안 붐이었던 R&B 스타일 아카펠라의 뿌리가 되기도 했다. 월드뮤직에서도 아카펠라 팀의 활동은 꾸준했는데, 특히 재즈와 연결된 브라질 보사노바 아카펠라, 그 중에서도 여성 아카펠라 그룹 Quarteto Em Cy (꽈르떼뚜 엥 씨), Trio Esperanca (트리오 에스뻬랑싸)가 두드러졌다.
요즘에는 모든 악기를 목소리로 표현하는 스웨덴의 혼성 팝/재즈 아카펠라 그룹 The Real Group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산뜻하고 싱그러운 그들의 음악은 북구의 청정 지역이 내뿜는 산소처럼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이제 The Real Group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스페인 마요르카 출신의 아카펠라팀 Cap Pela의 음악을 만나보자.
Cap Pela의 음악을 듣기 전에 그들이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 마요르카는 스페인 땅으로 지중해에 위치한 발레아레스(Baleares) 군도에 속한 섬이다. 발레아레스 군도는 Mallorca(마요르카), Menorca(메노르카), Ibiza(이비사), Formentera(포르멘테라), Cabrera(카브레라) 등 5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빼어난 자연 경관과 온화한 기후로 지중해에서도 가장 유명한 휴양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스페인 본토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고유 문화를 아직까지 보존하고 있고, 언어 역시 스페인 표준어인 Castellano(카스테야노)가 아닌 스페인 동부 지방, 카탈루냐 (바르셀로나가 있는 지역)의 언어인 Catalan(카탈란)을 사용하고 있다.
사실 cap pela는 아카펠라란 뜻 외에 카탈란어로 “이름에 돈 한푼 들이지 않다”란 뜻이 있는데 참 기묘한 말의 조화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성장했을 것 같은 7명의 남녀 보컬리스트들은 그들의 고향, 마요르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화음에 담아 전해 준다.
Cap Pela는 발레아레스 군도에서 자신들이 들어왔고 행해져 왔던 보컬 음악과는 다른 뭔가를 하고 싶어하는 7명의 젊은이들에 의해 1994년 초에 결성되었다. 이 덕에 이들은 1996년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행해진 "Concorso Internazionale di Canto Corale di Verona"에 참가하며 자신들의 이름을 세계에 알리기 시작했으며,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Concurs Internacional de Cantonigr?" 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그러다 1998년 7월 Palma de Mallorca에서 있은 B. B King의 "Plaza de Toros" 에 출연해 특별공연을 하는 영광을 누린다.
이들의 레퍼토리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 그저 그들이 듣기에 편하고, 노래를 부르면 기쁘고 즐거운 모든 음악이 이들의 레퍼토리가 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데뷔 음반은 자신들이 좋아하고 또 영향을 받은 뮤지션들의 음악이 주를 이룬다. [Can’t Help Falling In Love](엘비스 프레슬리), [I Saw Her Standing There](비틀즈), [Bohemian Rhapsody], [Love Of My Life](퀸), [I Feel Good](제임스 브라운), [Englishman In New York] (스팅), [Orinoco Flow](엔야), [Tears In Heaven](에릭 클랩톤), [Walk Of Life] (다이어 스트레이트). 익숙한 노래들이지만 아카펠라로 듣는 신선함에다 또 카탈루냐어의 이국적인 느낌까지 더해져 아주 새롭게 다가온다.
하지만 Cap Pela 멤버들이 만든 3곡의 창작곡 [La Bretanya], [Tu Ets Un Boig], [No Som El Rei]는 이들이 단지 유명한 노래만을 레파토리로 삼는 아카펠라 팀이 아님을 확실하게 보여 준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태생의 배우 밀라 요보비치 (Milla Jovovich)의 노래로 많이 알려진 러시아 민요 [In A Glade], 흑인 영가 [El Cami De Jesus], 그리고 자장가 [Nga Iwi E] 까지 듣고 나면 Cap Pela의 지중해 아카펠라에 푹 빠져 버리게 된다.
조금의 오차도 없이 촘촘하게 짜인 치밀한 구성의 아카펠라는 아니지만, 지중해의 푸르름과 바다 내음을 잔뜩 머금은 Cap Pela의 자유로운 아카펠라는 우리를 지중해 어디쯤으로 데려다 준다.
CAP PELA 멤버
Esther Barcelo (에스떼르 바르쎌로, 1971년생) – 소프라노
Guillem Ramon (기옘 라몬, 1973년생) – 테너
Sofia Domenech (소피아 도메네끄, 1977년생) - 소프라노
Carolina Domenech (까롤리나 도메네끄, 1974년생) - 알토
Joaquim Domenech (조아킴 도메네끄, 1971년생) – 베이스
Santiago Francia (산띠아고 프란씨아, 1971년생) – 테너
Begona de la Iglesia (베고냐 델 라 이글레시아, 1973년생) – 알토
1. Enamorat De Tu (Can't Help Falling In Love)
2. La Bretanya
3. I Saw Her Standing There
4. Tu Ets Un Boig (You Are Crazy)
5. Bohemian Rhapsody
6. In A Glade
7. Ens Ha Salvat(He Saved Us)
8. Estima'm (Love Of My Life)
9. No Som El Rei
10. I Feel Good
11. Englishman In New York
12. Orinoco Flow
13. El Cami De Jesus (Jesus Walked)
14. Amb Tu Al Cel (Tears In Heaven)
15. Walk Of Life
16. Nga Iw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