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가을 뚜벅뚜벅 그 차분한 라운딩을 시작한 The Boxer. 그들이 활동 1년을 즈음하여 내놓은 첫번째 앨범
Where do they come from ?
Jazz와 rock, 그리고 folk와 pop을 넘나드는 그들의 라이브러리 만큼이나, 그들의 음악이 펼치게 될 스펙트럼은 예상하기 힘든 것이었다. 누군가는 기타와 피아노가 이끄는 유려한 멜로디가 가득한 jazz piece를 기대하고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steely dan, sting과 같이 절묘한 흥분을 자아내는 멜로디와 하모니를 기대했으며, 오래된 친구는 담담하게 eric clapton 스타일의 blues를 연주하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PMG, keith jarrett, eric clapton, sting, steely dan, stevie wonder 등 그들의 음악적 멘토들에 대한 진심어린 음악적 존경은 자신의 음악에 대한 치열한 자기검열의 시간으로 이어졌고, 길다면 긴 그 시간속에서 그들은 신인이 되기 전에 이미 노장이 되어버렸다.
너무 많은 생각은 의외로 담백한 메시지와 멜로디로 정제되어왔다
The Boxer가 2009년 그들 스스로를 위해 내놓은 음악적 해답은 단순하다. 감정의 요동없이 담담하게 되돌아보며 지난 시간에 대한 고백을 담은 담백한 메시지와 듣는이로 하여금 담담한 감상에 젖어들 수 있게 하는 간결한 멜로디…
이번 앨범을 통해 전하는 The Boxer의 첫번째 메시지는 “해뜨는 오후”이다. ‘유언’과 ‘돌아가자’가 전해주는 지난 사랑, 시간에 대한 회한만큼이나 이미 늦어버린 오후이지만, ‘where do we go?’에서 여전히 그 시간들은 현재이고 아름답다는 면에서 아직은 아름다운 해이다. 지난 시간에 대한 바라봄이 오직 후회만으로 점철되지 않음을 이야기하는 ‘Let it go’의 따뜻한 애정은 그들의 오후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
The Boxer가 “해뜨는 오후”를 통해 보여주는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포크적인 향수가 가득한 오후의 정경으로부터, 늦은밤 싸늘한 달빛 밑에 숨겨놓은 농염한 사랑의 기억까지. “해뜨는 오후”의 이와같은 다양한 빛의 모습은 그들의 음악의 미덕이며, 다음 앨범을 통해 보여줄 새로운 스펙트럼에 대한 기대감의 이유이기도 하다. 5번 트랙 ‘망원경’은 이러한 기대에 대한 복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