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조라는 미니멀한 구성을 바탕으로 하여 그런지, 하드코어/펑크적 성향에서부터 사이키델릭, 포스트 락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음악적 스펙트럼 속에서 자신들만의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음악을 담은 EP ’The Red Album’을 공개하며, 등장한 아폴로 18은 분명 올해 가장 주목 받는 새 얼굴 중의 하나이다.
아폴로 18의 두 번째 결과물에 붙은 정규[0]의 의미는 전적으로 밴드 멤버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우리가 앞으로 보여줄 것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우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셈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들의 밴드 결성 초기부터 구상되어 왔던 ’Red-Blue-Violet’ 의 3연작 작업물의 중간 단계인 본작은 지난 2월 공개된 the Red Album의 서정성을 보다 더 극대화하면서도 더욱 격렬해진 독특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담겨있다.
전광석화처럼 몰아치는 속주와 끝없이 증폭되는 사운드, 그리고 수시로 끼어드는 노이즈가 어우러지며 빚어내는 사운드의 폭주는 기실 음반이라기보다는 라이브에 가깝고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한판의 난장 혹은 시나위처럼 막무가내다.
록큰롤과 하드코어, 포스트 록의 정서까지를 흠뻑 빨아올린 뒤 제 멋대로 소화시킨 채 뿜어내는 이 같은 잡종의 파장은 최근 한국의 록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음을 확신하게 한다. 이미 지난 해 몇몇 밴드의 등장으로 형성된 한국 록 씬의 유니크한 스타일의 역동이 더욱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한 장의 음반과 함께 우리가 갖게 된 것은 단지 새로운 록스타가 아니라 멋진 신세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