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은 했으나 새상품과 같음
이 작품은 레바논 출신의 작곡가 가브리엘 야레(Gabriel Yared)의 작품이다. 사실 이 작품은 영화가 개봉되던 86년 당시에는 영화가 만들어진 프랑스에서조차 철저하게 외면당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사운드 트랙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한때 대부분의 카페의 벽면을 장식했던 이 작품의 포스터의 인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점차 그 인기몰이에 서서히 가속도를 더해 갔고, 사운드 트랙 역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여주인공 베아트리체 달이 턱을 괴고 있는 포스터가 남겨주는 진한 인상만큼이나 이 사운드 트랙은 진한 맛이 있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Betty et Zorg는 후반부에 Zorg et Betty라는 이름의 순서를 바꾸어 영화의 미묘한 교차점을 암시하는 듯 하다. 첫 작품에서 끈끈하게 묻어 나는 색소폰과 기타의 선율에 정신을 팔고 있노라면 어느새 작품은 가브리엘 야레의 특징인 이국적인 멜로디 선율과 오케스트레이션의 배합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뒤를 잇는다. 국적을 알 수도 없을 이 이국적인 선율들은 영화의 배색과 잘 어우러져 음악을 듣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아련한 영화의 잔상들을 떠올리게 한다.
뭐니뭐니 해도 필자는 이 작품의 백미로 독특한 악기 배치가 인상적인 폴카 리듬의 La Poubelle Cuisine과 흥겨운 보사노바 풍으로 메인 테마를 재해석한 Chile con Carne가 아닐까 싶다. 이러한 이국적인 선율들의 배합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베티 블루의 복잡한 성격을 쉽게 받아들이게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