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반드시 크게 들을 것> 개봉에 편승, 준비된 밴드로 거듭난 타바코쥬스의 정규 2집
설레발. 사전적인 의미로는 ‘몹시 서두르며 부산하게 구는 행동’을 뜻한다. 변형된 의미로는 ‘있는 척 하며 잘난 척을 함’, 내지는 ‘깝죽거리다’, 속어이지만 ‘나대다’ 정도 되겠다. 타바코쥬스의 본작 <설레발>은 후자의 의미로써 평소 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에 대한 함축적인 해석이자, 결국은 현재 본인들의 모습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만의 독특한 시선(아티스트가 가져야 할 중요한 요소)은 2009년 1월 발표한 정규1집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를 통해 나타낸 바가 있다. 이는 수록곡들의 가사를 통해 그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극명하게 나타나며, 각 곡에는 앨범발매까지 걸린 5년의 흔적 -결성 초기 밴드의 음악적 색깔에 대한 고민부터 서로 간에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과 그들 각자가 소화할 수 있는 음악적인 영역 등등 - 이 함축되어 있다.
게으름 반, 고민 반으로 5년 만에 완성된 전작에 비교해, 본작 <설레발>은 놀랍게도 단 1년 반의 시간이 걸렸다. 1집 앨범 발매 후, 그 동안 함께 지낸 베이스 주자 조퐈니가 밴드를 탈퇴하며‘해체’라는 쿨(cool)한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나머지 멤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음악을 하고 싶다.’며 질질 짜고 있었다. 질질 짜고 있던 그들은 느닷없이 고딕메탈밴드 출신의 제법 귀여운(?) 송학훈을 영입, 이상하게 업그레이드 된다. 곡 작업만으로 걸린 시간이 아닌, 이런 쓸데없는 상황을 겪으며 보낸 1년 반이 지나 불현듯 만들어 낸 정규 2집. <설레발>, 과연 정체는 무엇인가?
수록 곡을 살펴보자면, 첫 곡부터 심상치 않다. 숲 속의 따스한 아침을 형상화한(이라니 세상에!) 연주곡 ‘숲 속의 아침’부터, 토익900점 이상인 영어능력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후크송 ‘I am a boy, You are a girl’, 2010 남아공 월드컵을 대놓고 노리며 만든 골키퍼의 애환을 다룬 강렬한 돈벌이 곡 ‘미안해. 몰랐었어. 오프사이드인 줄 알았어’, 이촌향도 현상으로 인한 농촌 노총각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왠지 보컬 권기욱(나루토 아저씨)의 이야기 같은 ‘전원일기’, 깔끔한 모던록 사운드 속에 고전영화 <공포의 외인구단> 오혜성의 절절한 심정을 담은 ‘엄지에게’, 술에 취해 홍대 앞 최고 기타리스트인 차승우(문샤이너스)의 멱살을 잡으며 ‘너보다 더 잘 칠 수 있어’ 라고 선언했던 천재 기타리스트 권영욱의 기타솔로가 돋보이는 술 먹는 곡 ‘원샷’, 언제나 스스로를 로큰롤러라 칭하며 앨비스 프레슬리의 느끼한 감성을 학습한 슬로우 곡 ‘전화번호’, 이제는 스타가 된 듀오 옥상달빛의 건반연주와 보컬 권기욱의 처절한 뉘우침이 담긴 피아노 곡 ‘청춘’ 등등.
이와 같이 전혀 맥락 없고 뜬금없는 각 곡들은 1집 앨범 발매 이후, 그들이 받은 환호와 비난, 음악적 욕심과 물질적 욕심이 정돈되지 못한 채 여러 개의 곡으로 표현된 바인데, 그렇다면 이 앨범은 그들의 욕심이 앞선 판단으로 인한 잘못된 결과물인가?
1집 앨범 발매 이후 앨범에 관한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모 레이블의 러브 콜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사실 그때까지도 ‘록스타가 되려면 설렁설렁 대강 하더라도 사람들이 저절로 알아주는 록스타가 되야 제 맛이지, 열심히 해서 록스타가 되는 건 멋이 없다.’라는 생각을 해왔던 타바코쥬스는 진짜 설렁설렁 지냈더니 자신들만 빼고 주변의 모든 밴드가 스타가 되어버리는 현상에 당황한다. 덕분에 저절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타바코쥬스는 마침 드러머인 백승화가 타바코쥬스와 갤럭시익스프레스, 루비살롱을 주인공으로 찍은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이 4월 말에 극장개봉을 하니 기회는 이때다 싶어 애지중지 모셔놓았던 비장의 곡들과 장르적 범위 안에서 가능한 새로운 신곡들로 무장을 한다. 하지만 그러고 보니 왠지 평소에 안 하던 ‘열심히’와 ‘정말 대중적’인 곡들이 그들에게는 왠지 설레발 치는 것 같아 아예 앨범 타이틀도 ‘설레발’이라 짓게 되었다.
타이틀이 정해지자, ‘설레발’은 그들의 맥락 없던 작업물들을 자유롭게 만들었으며, 뜬금 없이 쓴 곡들은 그 자체로도 의미를 갖게 하는 마술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엉뚱하고 유쾌하기로 소문난 밴드인 이들의 새로운 매력으로 탄생 되었다. 1집 앨범은 각 곡들이 개별적인 의미가 있고, 그러한 의미가 다른 곡간에도 서로 관계함으로 하나의 의미를 만들어 내어 앨범을 이루었다. 그러나 본작은 앞서 말했듯, 보다 유쾌하게도 어떠한 맥락은 없고, 허황된 의도의 각 곡들이 ‘설레발’이라는 앨범의 타이틀로 인해 그 의미를 부여 받으며, 각 곡들간의 유기적 관계는 없으나 앨범 전체가 하나의 생명력을 갖게 된 셈이다.
1집을 통해 확고부동한 자리를 차지한 그들의 위치 ‘찌질이들의 대마왕’. 이제 그 자리를 박차고 준비된 밴드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야심작 <설레발>은 이러한 이유로 완성된 앨범이다. 앨범 발매의 준비 동기 마저 엉뚱하다. 그들이 풀어내는 세상의 모습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명확하게 드러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본 앨범의 수록곡을 통해 각종 상황에서 설레발 치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유쾌한지, 불쾌한지의 여부가 과연 중요할까.
글 : 루비살롱레코드 길마담
타바코쥬스 커뮤니티 club.cyworld.com/tobaccojuice
루비살롱레코드 http://www.rubysalon.com
음악 열심히 안 할거라면서 1집 발매 공연에서 부끄럽게도 눈물 흘린 보컬 권기욱
타바코쥬스의 리더이자 보컬인 권기욱은 강렬한 보이스와 좀 특별한 행동으로 팀의 대표 캐릭터를 맡고 있다. 열심히 할 생각이 없다며 별생각 없이 뱉어낸 다소 뻔뻔한 한 마디는 그를 자고 일어나보니 대스타 ‘나루토 아저씨’로 만들었다. 가끔 개그맨인지 가수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그의 쥐어짜는 듯한 거친 보컬은 타바코쥬스만의 독특한 음악색깔을 만들어 낸 일등 공신이다.
보컬 권기욱과는 피를 나눈 친동생이지만 술만 취하면 싸우는 기타 권영욱
권기욱과는 친형제 사이로 권기욱이 입에 달고 다니던 ‘천재 기타리스트 동생’이다. 누가 형제 아니랄까 봐 쿵짝이 아주 잘 맞기도 하지만 오히려 너무 가까워 싸움에 이르는 일이 부지기수다. 술에 취해 막 나온 대사들과 욕설은 영화에서 다 뺐으면 좋겠다고 밝힌, 보기와는 달리 나름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 칼칼한 목소리와 요즘 대세라는 날렵한 눈매가 돋보이는 매력남이다.
고딕메틀 출신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베이스 송학훈
자신이 먼저 이야기 하기 전에는 아무도 그가 고딕메틀의 베이스 주자였다는 것을 가늠할 수 없는 발랄함과 귀여움의 소유자이다. 한동안 음악을 떠나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일류호텔조리사로서 생활하던 중, 타바코쥬스의 1집 앨범에 큰 감명을 받아 무작정 쫓아다닌다. 전 베이시스트 조퐈니가 돌연 밴드를 탈퇴하자, 자신의 일도 그만두고 오랫동안 봉인해 두었던 그의 베이스를 꺼내어 합류한다. 권기욱과 권영욱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유일한 멤버이나 두 형제의 땡깡이 힘에 부치면 가끔씩 다 버리고 귀가한다.
별다른 캐릭터가 없는 중국유학파 기타 성호림
중국 유학에서 돌아와 다시 팀에 합류하게 된 원년 멤버 기타리스트 성호림. 너무 평범한 탓에 다른 멤버들에 묻혀 특별한 캐릭터가 없다. 때문에 다른 밴드를 찾아 주겠다며 타바코쥬스에서 떠나라고 권유하는 리규영 사장의 말에도 아직 타바코쥬스와 함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도 지극히 평범하진 않은 인물. 천천히 살펴보면 요다부터 우마서먼까지의 외모를 갖추고 있으며, 차분히 이야기 하다 보면 권기욱과 권영욱보다 더 막장일 경우가 있다.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주를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드럼은 못 치는 백승화
자타 공인 드럼만 안되고 다른 건 다 되는 타바코쥬스의 드러머. 타바코쥬스만의 독특한 노랫말을 만든 장본인이지만, 멤버들에게 앨범 제목이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요?]만 아니었다면 더 많이 팔렸을 거라며 구박을 받기도 한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 다큐멘터리로 큰일을 낸 그는 더 이상 드럼 실력에 구애 받지 않아도 될 만능 재주꾼으로 밴드 활동과 영화 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