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대표 인디 밴드들의 음악을 일렉트로닉 어법으로 재탄생시킨 새로운 시도의 리믹스 앨범
'Remix'(리믹스).
기존의 곡을 기본으로 하여 여러 음악적 변화를 통해 새로운 곡으로 재창조하는 것.
많은 경우 일렉트로니카 음악으로 시도된다.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리믹스 음반이 나왔다. 그것도 인디음악계에서 최근 가장 주목을 받았던 곡들로만 이루어진 인디음악 리믹스 음반이라 그 의미가 크다. 이 재미있으면서도 당돌한 시도를 한 이들은 일렉트로닉 듀오 MDS다. MDS는 bjorn(뵤른)과 허동, 두 멤버로 이루어진 팀이다. 허동은 뉴욕과 보스턴 등지에서 실험적인 일렉트로닉 음악을 하는 Elephant Feed Monkey라는 듀오로 활동을 하였고 귀국 후 밴드 와이낫의 사운드 디자이너 및 키보디스트로 활동을 하며 영화음악과 CF, 미디어아트 등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해온 뮤지션이다. 뵤른 또한 뉴욕과 보스턴에서 DJ Bjorn이란 이름으로 클럽 DJ와 하우스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한 뮤지션으로 푸디토리움 1집에 포토그래퍼와 사운드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엔 Sunday Sunset의 1집 앨범에 편곡과 프로그래밍 참여를 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일렉트로닉 뮤지션이 새로운 사운드를 위해 의기투합하여 몇 달간의 고군분투 끝에 리믹스 앨범 "I am the REMIX"를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기존의 가요계에서도 리믹스의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 음반처럼 인디음악이라는 명확한 소재와 일렉트로니카라는 확실한 음악적 주제를 가지고 완성된 음반의 형태를 갖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생소한 일렉트로니카 음악 역시도 국내외에서 오랜 활동을 통해 탄탄한 실력을 쌓아 올린 MDS의 음악적 전문성으로 그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들은 이 음반에서 컴퓨터로 만들어 낸 음원 보다는 Minimoog, MS-20 등의 빈티지 아날로그 신디사이저를 적극 사용하고, 편의성이라는 이름아래 고유의 소리의 특성이 있음에도 현재 음악프로덕션에서 거의 사라져버린 릴 테이프 데크를 이용하는 등, 사운드에 큰 공을 들이고 신디사이저나 드럼머신의 사운드를 대형 기타앰프를 통해 받는 등의 실험적인 시도 역시 주목할 만 하다. 거기에 MDS는 스스로 리믹스할 원곡을 선택하고, 리믹스에 이어 믹싱까지 모두 책임지는 등 음악가이면서도 엔지니어의 역할까지 담당하였다.
이들이 리믹스에 선택한 인디음악의 면면을 보면 작년부터 올해까지 인디음악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음악들이다. 또한 그 뮤지션들 또한 음반과 라이브에서 음악성과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로만 이루어져있다. 이미 인디씬을 넘어선 인지도를 쌓고 있는 장기하와 얼굴들의 '달이 차오른다 가자', 10cm의 '오늘밤은 어둠이 무서워요'를 위시하여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킨 음반을 내고 홀연히 해체해버린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의 '석봉아'와 홍대 음악씬에서 라이브 무대의 강자로 오랫동안 군림하고 있는 허클베리핀과 와이낫, 거기에 오지은, 치즈스테레오, 피카, 텔레파시, 푸디토리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깊은 음악성을 가진 음악들을 모아 단순히 클럽 댄스음악으로 재포장한 것이 아닌 원곡을 오브제로 사용하여 재창조한 2차적 창작물로써 엠비언트 음악에서 뉴디스코, 일렉트로 하우스에 이르는 다양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창조한 의미 있는 음반이 될 것이다. 기존의 곡을 알고 있는 청자라면 이 흥미로운 음악적 변화에 무릎을 칠 것이고, 몰랐던 청자들은 원곡을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비로소 다양성과 실력이 요구받는 지금의 한국 음악계에 신선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MDS의 인디음악 리믹스 앨범 'I am the REMIX'는 훌륭한 자양분이자 상큼한 청량제가 될 것이다.
이제, 볼륨을 높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