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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 동안의 음악 여정을 끝낸 전설의 록 밴드 R.E.M. 전세계 음악 팬들을 위한 마지막 선물 “R.E.M., Part Lies, Part Heart, Part Truth, Part Garbage, 1982 – 2011”를 남기다
지난 9월 21일 미국을 대표하는 R.E.M.은 해체를 그들의 홈 페이지를 통해 공식 선언했고, 전세계 언론과 수많은 팬들은 충격적인 소식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30년 넘는 기간 동안 15장의 정규 앨범과 EP•라이브•히트곡 모음집 등 다수의 비정규 음반으로 총 8천 5백 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미국 칼리지 록의 상징이었고 90년대 얼터너티브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R.E.M. 한국 음악 팬들이 유독 애청해온 'Everybody Hurts'의 멜로디 위에 흐르는 Michael Stipe의 노래가 어느 때보다 서글프게 다가선다.
단 한번의 멤버 교체 없이 – 물론 1997년 드러머 Bill Berry가 탈퇴했었지만 – 그룹이 결성된 1980년부터 31년째가 되는 2011년 9월까지 이어졌지만, 20대 초 중반 나이의 열정에서 시작된 음악 생활이 이제 50대로 접어든 R.E.M. 구성원 모두에게 연륜으로만 버티기에는 분명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솔직하게 피력한 듯 하다. R.E.M. 음악을 사랑해 온 다양한 세대의 팬들은 아쉬움과 슬픔이 여전하겠지만, 가장 COOL한 결단과 아름다운 마무리로 R.E.M.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11월 15일 전세계 동시 발매 될 마지막 앨범 “R.E.M., Part Lies, Part Heart, Part Truth, Part Garbage, 1982 – 2011”은 R.E.M.의 지금까지의 음악 역사를 2장의 CD에 집대성한 회고작(Retrospective)으로 그들을 사랑하는 수 많은 음악 팬들을 위한 마지막 감사의 선물이자 R.E.M. 스스로의 음악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으로 남게 될 것이다.
-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토대로 시대를 대표하는 밴드로 우뚝 선 R.E.M. –
1980년 미국 Georgia주 Athens에서 Michael Stipe(보컬)와 당시 레코드 가게에서 일하던 Peter Buck(기타)의 만남으로부터 R.E.M의 역사는 시작되었다. 이후 공개 모집을 통해 Mike Mills(베이스)와 Bill Berry(드럼)를 영입하면서 4인조 체제를 구축하게 되는데, 1981년 마침내 첫 싱글 'Radio Free Europe'을 발표하면서 미국 언더그라운드 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킨다. 80년대 초 하드 코어 및 펑크 밴드 음악과 뉴 웨이브(New Wave) 사운드가 공존의 인기를 얻고 있을 무렵 간결하면서도 경쾌한 기타 연주와 사회 비판적인 가사가 어우러진 색다른 음악을 전하는 R.E.M이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이다. 특히, 보수적인 공화당에 싫증을 느꼈던 대학생을 비롯한 당시 젊은 세대들은 R.E.M이 제시하는 파격적인 가사와 사운드가 위안이 되었고, 마침내 R.E.M은 칼리지 록(College Rock)의 최고 인기 밴드로 명성을 쌓아가게 된다.
1982년 EP “Chronic Town”을 선보인 후 정규 음반을 발매할 수 있는 EMI산하 레이블 IRS레코드사와 계약을 하면서 음악적 태생지인 언더그라운드 신을 벗어나 더욱 폭넓게 그들의 음악과 정신을 알릴 수 있는 세상과 조우하게 된 것이다. 1983년 발표된 정규 1집 “Murmur”는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1983년 ‘올해의 앨범’에 지명되어 R.E.M.이란 밴드의 존재감을 강렬하게 각인시켰다. 이후 네 장의 음반을 더 발표하게 되는데 특히 1987년 정규 5집 “Document”는 빌보드 앨범 200차트 10위에 올랐고 수록 곡 중 싱글 커트된 'The One I Love'는 HOT 100 차트 10위에 랭크 될 만큼 대중적인 인지도를 드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칼리지 록 음악계의 상징적인 그룹으로서 시대를 비판하는 정치적인 내용의 가사는 물론이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사운드는 90년대 본격적인 대안 음악의 시발점에 R.E.M이 있었음을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Nirvana•Sonic Youth•Pavement는 물론이고 영국의 Radiohead까지 얼터너티브 황금기 시대를 함께 보냈던 후배 록 밴드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88년 Warner Bros. 레코드사로 이적하면서 발표한 여섯 번째 정규앨범 “Green”은 노골적으로 미국 사회와 정치 현실을 꼬집는 곡들을 수록하며 다가올 90년대 초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전성 시대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1990년대 R.E.M.은 그들의 최 전성기를 가져다 줄 작품을 연이어 선보이게 된다. 1991년 “Out Of Time”은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싱글 'Losing My Religion(HOT 100 4위)'으로 상업적인 성공은 물론이고 그래미상 3개 부문 수상으로 평단의 인정까지 마침내 이끌어 내게 된다. 이듬 해 내놓은 “Automatic For The People” 역시 'Drive'•'Man On The Moon'•'Everybody Hurts'등의 주옥 같은 히트곡을 양산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2년 간격으로 선보인 정규 9집과 10집 음반 “Monster(1994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와 “New Adventures in Hi-Fi(1996년 앨범 차트 2위)” 역시 엄청난 사랑을 받으며 90년대 팝 음악계 R.E.M.의 위상을 드높였다.
1997년 지병으로 인한 드러머 Bill Berry의 탈퇴가 다른 멤버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을 주었고, 혹시나 R.E.M의 새로운 음악을 더 이상 들을 수 없을지 모른다는 팬들의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불과 1998년 11집 “UP”을 선보이고 건재를 과시했으며 2001년(12집 “Reveal”)•2004년(13집 “Around The Sun”)•2008년(14집 “Accelerate”)에도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21세기 들어서도 ‘R.E.M.표 사운드’는 순항을 계속 했다. 올해 3월 대망의 열 다섯 번째 정규 앨범 “Collapse Into Now”가 공개되어 빌보드 앨범 차트 5위의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며 50대 초반의 노장 밴드에 대한 팬들과 평단의 아낌없는 찬사와 격려가 이어졌지만 안타깝게도 R.E.M.은 9월 작별을 고한 것이다.
- 3개의 신곡 포함 40곡으로 완성된 “The COMPLETE R.E.M.”을 만나다 -
9월 25일 소속사인 Warner Bros. Records사는 1980년부터 2011년까지 31년간 계속된 시대의 밴드 R.E.M의 음악 역사를 회고할 수 있는 명실상부한 베스트 앨범 발매를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IRS와 Warner Bros. Records사에서 냈었던 정규 앨범의 주요 히트곡들과 데뷔 EP ”Chronic Town” 및 영화 OST “Man On The Moon” 수록 곡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2003년 공개되었던 히트곡 모음집 “The Best of REM in Time 1988-2003”에 담겼던 'Bad Day'도 이번 베스트 음반 감상할 수 있다.
2장의 CD로 구성된 이번 앨범에는 음악 팬들에게 뜻 깊은 마지막 선물을 하려 한 듯 세곡의 새로운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것이 커다란 위안으로 다가서는데, CD 2의 마지막 순서에 놓인 세개 트랙인 'A Month Of Saturdays'•'We All Go Back To Where We Belong'•'Hallelujah'가 바로 그것들이다. 10월 19일 공식사이트(www.remhq.com)에 대표 신곡으로 선정된 'We All Go Back To Where We Belong'의 뮤직비디오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영화 “스파이더 맨”의 여주인공으로 잘 알려진 여배우 Kirsten Dunst와 아티스트•시인•행위예술가로 명성이 높은 John Giorno가 섭외되었는데, 이 두 사람은 같은 곡을 위한 뮤직비디오에 각각의 주인공으로 참여 2개의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보컬이자 프론트맨 Mike Stipe가 직접 감독을 맡으며 두 명사의 참여로 뮤직비디오의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감사의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는데 음악 팬들이라면 사이트에 직접 들어가서 어떤 작품이 연출되었는지 감상해 볼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까지 간결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곡들을 선보이며 31년간 음악 팬들과의 만남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있는 R.E.M. 그들이 선보인 마지막 노래 'We All Go Back To Where We Belong(‘우리는 속한 곳으로 모두 돌아간다)’'의 곡 제명처럼 R.E.M 그들이 돌아갈 곳이 바로 ‘음악’이라면 전세계 팬들은 언제라도 그들을 다시 품에 안을 것이다.
2011년 11월 9일 이종성(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