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생각을 여태까지 아무도 안 했을까.’
여행음악전문그룹 투어리스트의 음반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여행과 음악의 깊은 연결성이야 말해 무엇하리. 우리는 노래 한 곡, 음반 한 장을 듣는 행위를 ‘여행한다’는 서술어로 풀어내기도 한다. 그리고 음악은 공간의 이동 없이도 우리를 여행하게끔 한다. 투어리스트는 음악과 여행이 함께 할 때 내는 시너지를 정체성으로 삼은 그룹이다.
여행이 가도 가도 지겹지 않은 건 때마다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와 동행자가 맞물리기 때문일 터, 투어리스트의 음악 역시 마찬가지다. 작곡가, 작사가, 보컬리스트, 웹툰 작가, 사진 작가 등 각기 다른 삶을 사는 열 명의 멤버 수만큼이나 다양한 음악을 들려준다. 음악으로 여행을 얘기한다는 범위의 한계를 디테일한 소재의 발굴로 극복하고 있다.
투어리스트의 음악 어법에는 특징이 있다. 점차적으로 차고 나오는 비트, 크게 활강하는 듯한 스트링의 대선율, 리듬을 확 풀어놓는 후렴구가 그것이다. 마치 떠나는 순간의 두근거림, 이동의 시간에 느끼는 자유, 마침내 도착한 여행지에서의 해방감을 상징하는 듯한 사운드에 귀 기울인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행복한 여행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