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필 정규 2집 ‘Ordinary Days’
- 재즈에 담아낸 평범한 하루의 특별한 이야기
버클리 음대 출신 재즈 색소포니스트 신현필이 2년 만에 발표한 정규 2집 앨범 ‘Ordinary Days’는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하루’라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개된다. 신현필의 이번 앨범은 눈을 뜨며 시작해 침대에 누울 때까지 대부분 기억조차 못하고 스쳐가는 평범한 순간
들을 섬세하게 포착해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악기’인 색소폰을 통해 들려준다.
1번 트랙 ‘Dawn’(Train to Montauk)은 동이 트기 직전, 검푸른 아침의 새벽의 풍경을 담은곡이다. 영화 ‘이터널 션샤인’의 첫장면을 모티브로 해 완성한 이 곡을 시작으로 신현필은 자신의 평범한 하루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직 잠이 덜 깬 채 몽롱한 기분으로 침대밖을 가까스로 빠져나가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2번 트랙 ‘Meditation’과 이유 없는 기대감과 묘한 흥분을 업템포의 리듬으로 표현한 3번 트랙 ‘The Audacity of Hope’, 꿈을 꾸듯 지나가는 한낮의 기분을 몽환적으로 표현한 4번 트랙 ‘Daydreaming’, 반복되는 일과 속 풍경을 느릿하지만 그루브 넘치게 표현한 5번 트랙 ‘The Old days’가 이어진다.
6번 트랙 ‘Persona’는 섹소폰 연주자로서 무대에 오르기전, 마치 또 다른 자아의 가면을 쓰듯 돌변하는 자신의 모습을 국악기중 섹소폰과 같은 관악기인 ‘대금’의 색채를 사용해 담아낸 곡이다. 이어지는 세 곡은 라이브 재즈 클럽의 현장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Blueshouse’에서는 격렬한 즉흥 연주를 선보이며, ‘Theme for JH’에서는 늦은 밤 낭만적인 도시의 밤 풍경을 담아낸다. ‘Minormode’에서는 도시의 밤 뒤편의 공허와 혼란스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과감한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를 차용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트랙들을 통해 그의 ‘평범한’ 하루는 마무리된다. 12번 트랙 ‘Follow the Greenlight’는 한쪽만을 바라보는 쓸쓸하고 맹목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이 곡은 영화 ‘위대한 개츠비’중 주인공이 호수건너 사랑하는 사람의 집에서 새어져나오는 불빛을 오매불망 바라보는 장면을 모티브로 했다. 마지막 트랙인 ‘Lesson from Sungjae’는 그에게 재즈를 처음가르쳐준 스승님이며 또한 존경하는 뮤지션이기도 한 ‘섹소포니스트 손성제’와의 첫 레슨에서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다음 날을 준비하며 잠드는 순간을 표현했다.
신현필은 이번 앨범에서 작곡과 연주 뿐 아니라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로 음악적 역량을 과시하였다. 한편 연주에 있어서는 ‘나는가수다’, ‘신승훈 밴드’등의 밴드마스터인 베이시스트서영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피아니스트 전용준 등 국내 최정상급 뮤지션들이 앨범에 연주자로 참여하였다. 또한 국내 최고의 콤비인 믹싱과 Co-Producer 에 이재훈, 54회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엔지니어링부문 수상자 황병준이 후반작업을 담당해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사운드를 완성했다.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화학적 결합을 시도한 ‘Dawn’이나 ‘Blueshouse’, ‘Minormode’에서 들려주는 색다른 색소폰의 질감은 그가 지난 2~3년간 다양한 이펙터를 이용한 실험으로 빚어진 사운드다. 또한 ‘Follow the Greenlight’ 에서는 단선율 악기인 섹소폰 사운드의 화성적 확장뿐만이 아니라 직접 보코더 녹음을 시도 하기도 했으며, ‘Lesson from Sungjae’의 스트링 편곡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의 앨범은 우리에게 가장 대중적이지 못한 대중음악 장르인 재즈를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가사가 없는 연주 앨범의 단단한 진입장벽은 앨범 전체에 스토리텔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하였다. 그가 마련한 이러한 음악적 장치는 리스너 자신의 삶을 각각의 곡에 투영하기 쉽도록 유도하는데 유용하다. 수려한 멜로디라인을 기반으로 록, 일렉트로닉 등 일반적으로 익숙한 장르와의 퓨전을 과감하게 시도함으로써 난해한 화성과 소리, 리듬의 배열이라는 재즈의 고정 관념을 벗어나게 해준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빛나는 점은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가 포착해 낸 ‘일상’(Ordinary Days)은 무료하게 반복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매 순간 돌발적인 즉흥성으로 가득하다. 이 주제는 재즈라는 장르를 정의하는 단어들을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는 가장 설득력 있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