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서두르지 않는
아무 수식 없는 세 글자 이종민은, 낯설다. 하지만 그 이름 석 자 앞에 장기하와 얼굴들, 서울리딤슈퍼클럽, 노선택과 소울소스, 킹스턴 루디스카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록에서 스카, 레게에서 소울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동물적 감각으로 리듬 위 멜로디를 그려나가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첫 번째 앨범 ‘이종민’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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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거나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이 곳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달라는 듯 계속해서 흐르는 느린 신호. 조금 서툴게 느껴지는 부분들조차 서두르지 않아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오는 노래들이 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빨리 이 앨범이 잊혀졌으면 좋겠다는 몽니를 부리는 이종민의 첫 앨범은 그런 노래들의 모음집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삶은 그런 노래들이 전하는 온기에 의해 구원받고 위로 받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기운을 얻어왔다. 훈훈한 한 철을 품에 안고, 우리의 시간은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의 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