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nk To Rise' [Paid in Full]
[Live Hardcore]
이 밴드는 생존 자체가 하드코어다.
2006년 결성된 싱크투라이즈는 결성 10년 만에 마침내 정규앨범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장르팬이라면 누구나 알다시피 싱크투라이즈의 근거지인 청주는 로컬 펑크/하드코어의 자존심이자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이 작은 도시는 국제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13STEPS'를 위시하여 ‘Combative Post', ’Nahu' 등 우는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밴드들이 그곳의 순수 토박이 멤버로 결성되어 씬을 뒤흔든 놀라운 저력을 발휘한 바 있다.
이들이 활동의 저변을 넓힌다거나 멤버 개개인의 생업 등의 이유로 하나 둘씩 청주를 벗어난 지금까지 싱크투라이즈는 청주를 지키고 있다.
밴드의 리더이자 보컬인 이창옥이 토로하는 어려움은 멤버 라인업의 유지이다.
인기없는 음악을 하는 로컬 밴드는 멤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최우선 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7월 20일 천안에서는 직접 드럼을 치면서 노래한 적도 있다."고 이창옥은 지난 날을 회상한다.
그가 밝히는 로컬프라이드 싱크투라이즈의 생존 비결은 밴드 활동의 가시적인 결과물에 대한 오래도록 꿈틀대는 욕망 때문이다.
"2008년 6월 28일 Townhall Records와의 인연으로 서울에서 공연을 시작하면서 특히 머천다이즈 상품에 대한 중요성을 보고 크게 자극 받았다. 그때부터 다양한 활동방법에 대한 욕구가 생겼다. 원래의 밴드명이었던 ‘SAME SHIT'을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것도 활동 폭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The First Last Chance]
2015년 싱크투라이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이하게 된다.
바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인재들의 합류가 그것이다.
드러머의 거취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무렵, 이창옥이 청주에서 개최한 '골목길 사운드데이'의 초청밴드로 행사를 방문한 ‘Whatever That Means'의 드러머 갓대원은 이창옥과 동갑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싱크투라이즈와 급속도로 우정을 쌓으면서 흔쾌히 게스트 드러머 제안을 수락하더니 이내 정식 멤버가 되어 기존의 밴드를 병행하는 가운데 싱크투라이즈의 합주와 녹음을 위해 서울에서 청주까지 왕복 4시간 거리를 매주 오가며 밴드에서 제2의 시어머니로 빠르게 자리잡았다.
한편 이보다 조금 앞서서는 하드코어의 본고장인 미국 캘리포니아의 밴드 ‘xDeathStarx'의 멤버 Jason E. Keller의 극적인 합류가 있었다.
싱크투라이즈와 제이슨이 처음 만났던 그 때 그는 마침 단기간의 한국 생활을 위해 청주에 머물던 중이었다.
원래는 싱어송라이터 트로이의 공연을 즐기러 이창옥이 운영하는 카페에 손님으로 방문했던 제이슨은 이내 이창옥과 의기투합하여 싱크투라이즈의 게스트 보컬로 수많은 공연을 함께 하며 정규앨범에 들어갈 곡들의 가사를 다듬어 주었다.
밴드가 보기에 갓대원과 제이슨의 합류는 10년의 기간 동안 우연의 신이 주신 최초이자 마지막 기회였다.
그러나 많은 도움을 주었던 제이슨은 개인일정상 2016년 7월 한국을 떠나게 되어 있었다.
이 사실은 밴드에게 정규앨범작업의 데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싱크투라이즈는 오랜 숙원이었던 정규앨범의 기어를 단숨에 끌어 올리게 되었다.
[Local Pride]
그리고 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정규앨범을 발매하게 되었다.
아무리 로컬프라이드의 명성을 가지고 있다한들, 그들에게 아직 지나간 고난보다 다가올 고난이 많다는 것을 자신들 뿐 아닌 씬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과연 그들이 이 척박한 땅에서 비주류의 비주류로서 더 이상의 어떤 족적을 남길 수 있을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이 계속 은근히 살아남아 로컬프라이드의 아이콘으로 기억될 것이라는 점이다.
[Paid in Full]
이 앨범은 그야말로 싱크투라이즈가 10년 동안 짜낸 엑기스다.
앨범에는 사회에서 안정적이라며 강요된 삶의 정형성에 짓눌리기보다 나를 뜨겁게 만드는 길을 가겠다는 다짐과 함께 지루한 일상을 때워나가는 이들을 자신들의 다짐에 동참하도록 선동하는 과격한 포효가 담겼다.
밴드의 메시지는 강렬하게 퍼붓는 직진의 사운드에 담겨 듣는 이의 귀를 사정없이 강타한다.
여기에 스페셜 멤버 제이슨은 본토에서 공수한 하드코어 토핑이 되어 밴드의 사운드를 한차원 끌어올렸다.
그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올드스쿨 하드코어 특유의 파괴적인 직진성과 모던한 하드코어의 변화를 한줄기로 엮어낸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은 밴드의 10년간의 삶 그 자체와 그대로 일치한다.
싱크투라이즈가 10년간의 무두질을 통해 다듬어낸 대망의 첫 번째 앨범 "Paid in Full"은 그저 하드코어의 메카 청주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틀림없이 또 한번 씬 전체를 흔들고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