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이지민의 새 정규음반 <이상한 꽃>은 전위적 문학가인 이상(李箱)의 글을 노랫말로 하여 작곡된 열 편의 음악을 담고 있다.
전작
열 트랙의 음악은 수수께끼와 같은 이상의 언어 안에 숨겨져 있던 메시지를 찾아내고, 그 안의 마음을 노래로 풀어낸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움직이려는 절박한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좌절감이 이지민의 속삭이는 듯한 간결한 보컬로 표현되는 첫 번째 트랙 “꽃나무"는, 그 섬세함과 다이내믹함으로 전체 음반을 조망하게끔 한다.
자신의 파멸을 눈치채지 못한 채 깊은 매혹에 빠지는 마음을 표현한 “절벽”, 숙명적으로 맞지 않는 상대방과 함께 걸어가며 드는 서늘한 마음이 실려 있는 “지비(紙碑)”,
너무도 사랑하지만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에게 드는 조용한 슬픔과 외로움의 마음이 세 편의 연작으로 표현된 “∙ 소(素) ∙ 영(榮) ∙ 위(爲) ∙ 제(題) ∙” 등은 음반 전체를 지배하는 쓸쓸한 정서를 저마다의 색채로 그려낸다.
기존의 문학적 질서를 전복한 실험성과 독창성은 이를 해석하고 재창조한 음악에서도 주된 키워드가 된다. 모던재즈의 확장성이 빛을 발하며,
전통적인 형식 위에 여러 음악 장르의 영향이 폭넓게 뻗쳐있는 모양이 듣는 재미를 증폭시킨다. 사뭇 혼란스러워 보이는 시어의 질주 속에 숨겨진 리듬을 표현하기 위한 불규칙한 변박이 돋보이는 “거울”,
원대한 발상과 순간의 집중이 어우러지는 집단 즉흥연주와 함께 호기롭게 읊어지는 “자화상(습작)", 갑작스러운 심상과 정서의 전환을 텍스처와 리듬의 변화로 거침없이 표현하는 “오감도(烏瞰圖) 시제12호” 등은
무언가에 대한 해석을 넘어, 그 자체로 완결된 음악으로 나아간다.
피아니스트 김은영, 베이시스트 장승호, 드러머 송준영의 견고한 앙상블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보컬과 균형 있게 어우러지며 섬세한 해석력을 보여준다. 솔로이스트로 참여한 색소포니스트 이선재,
기타리스트 오진원, 마지막 트랙 “이런 시"에 참여한 기타리스트 김진수 또한 자신만의 색채를 그대로 드러내며 앨범의 완성도를 높인다.
활자로 존재하던 말들이 소리로 되살아나 듣는 이의 마음에 그림을 그리는 융합의 순간이 담긴 앨범이다.
이상(李箱) | 글
이지민 | 작곡, 편곡
이지민 | 보컬
김은영 | 피아노, 편곡(Track 7)
장승호 | 베이스
송준영 | 드럼
이선재 | 색소폰 (Track 3, 4, 8)
오진원 | 기타 (Track 3, 9)
김진수 | 기타 (Track 10)
Recorded on April 27-28, 2019 by Daesup Shin at Yireh Recording Studio
Edited by Hongjae Shin at pondsound studios
Mixed by Pete Rende
Mastered by Nate Wood at Kerseboom Mastering
Produced by Jimin Lee
1. 꽃나무
2. 거울
3. 오감도(烏瞰圖) 시제12호
4. 자화상(습작)
5. 소(素) 영(榮) 위(爲) 제(題) 1
6. 소(素) 영(榮) 위(爲) 제(題) 2
7. 소(素) 영(榮) 위(爲) 제(題) 3
8. 절벽
9. 지비(紙碑)
10. 이런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