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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에 잔흠집이 약간 있으나 전체적으로 양호한 상태
대학교에 들어가 클럽 출입이 자유로워지면서 드럭을 찾아오게 된 크라잉너트는 오디션에 합격해 드럭 하우스 밴드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당시 드럭은 현재 코코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버거킹, 옐로우키친의 전신인 헤로인, 베이비킬즈 등이 하우스 밴드로 있고 언니네 이발관, 델리스파이스,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마이 언트 메리 등 다양한 밴드들이 초청 공연을 벌이던 꽤 인기 있던 클럽이었다.
초반에는 기존 밴드들의 인기도에 눌려 '손님 쫓는' 밴드였지만 'Our Nation Vol. 1'에 수록된 'Everyday', 'Pink', 'Ballad Body', '말 달리자', '펑크걸' 등 자신들의 개성이 담긴 자작곡이 쏟아져 나오면서부터는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원단 펑크록인 섹스 피스톨즈, 클래쉬부터 소닉 유스, 너바나로 대표되는 얼터너티브록, 픽시스, 푸가지, 블라인드 멜론, 플레이밍 립스, 스매싱 펌킨스, 데드 케네디즈, 레닌그라드 카우보이즈, 메탈리카, 비스티 보이스에 이박사까지 골고루 섭렵한 이들의 취향은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특한 가사 쓰기와 맞물리면서 크라잉너트만의 음악을 만들어냈다.
'모두 같이 멋진 모습 속에/ 그녀만이 더럽고 깨끗해/ 나와 같이 노래부를 그녀는 내꺼'(펑크걸)라는 나름대로의 사랑 노래부터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야돼/ 모든 것은 막혀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말 달리자)의 허무주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차가 먼저냐 사람이 먼저냐/ 사랑을 팔 테니 값을 매겨라'(파랑새)같은 독백 적인 가사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메시지는 거칠지만 속뜻이 있고 때론 심각하지만 유머러스하다.
역동적인 라이브 액션만큼이나 파워풀하고 잘 짜여진 연주는 평소 공연하는 드럭의 조악한 음향시스템에서보다는 간혹 갖게되는 큰 무대 공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96년 스트리트 펑크쇼, 서울대 '소란' 공연, '97자유 공연, 영화 '재키 브라운' 시사회 공연, 얼마 전 김경호, 사준, 유피 등과 함께 출연했던 원주 공연 등이 크라잉너트가 꼽는 자신들의 라이브 베스트 5.
얼마 전 발표한 첫 번째 독집 앨범은 '펑크걸'과 '말 달리자'를 재 수록했으며 '묘비명', '갈매기', '싸나이', '접속', '파랑새', '검은새', '뻔데기', '성냥팔이 소녀' 등을 담고있다. 드럭 레이블의 다른 앨범들과 마찬가지로 홍대 주변의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저 예산을 들여 후닥닥 녹음을 마쳤다. 그 결과 세계 어느 나라의 인디 앨범들과 비교해봐도 뒤지지 않을 로우-파이(Low-Fi) 사운드가 특징.
이번 앨범은 빠른 템포의 흥겨운 펑크록이 중심이 되었던 'Our Nation Vol. 1'에 비해 냉소적인 느낌의 절제된 미드 템포 곡들도 다수 수록, 펑크록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들의 변화한 모습을 느끼게 해준다. 최근에는 공연 때마다 객원 보컬인 김인수를 동반해 퍼포먼스를 겸한 라이브를 벌이고있다.
공익근무를 마쳤다고 해서 일명 공익으로 불리는 김인수는 코러스, 독백, 분장, 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동거지로 크라잉너트의 라이브 무대에 컬트적인 느낌을 더해주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