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의 근본이 어디에 있는지 잊지 않고 있었다. ‘그들이 나를 알고내가 그들을 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에게는 자신이 책임져야 할 충실한 팬들이 있었던 것. 그런 그의 반성과 다짐이 담긴 통산 여덟 번째의 정규 작품집은 아니나 다를까 [Rebirth]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의미심장하고 또 비장한 그 무엇이 감지된다. 좋았던 한 때에 대한 향수나 집착을 담은 것이라면 돌 던져 마땅할 테지만, 귓가에 맴도는 '새' 음악들을 통해 짐작해 보는 그의 '현재'는 '과거'에 토대 한 '미래'였다. 일부 슬로 잼 트랙들에서 과거의 그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반면, 일부 업 템포 트랙들의 경우에는 전혀 그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해도 의심가지 않을 정도로 생경한 느낌이다. 공동 프로듀서 로이 해밀튼(Roy Hamilton)의 역량과 비중이 극대화되어 드러난 덕이다. 'Anything Goes'나 'Ladies Night' 그리고 '100% All Men' 같은 트랙에서 보여지듯, 키스 자신이 오직 보컬리스트로서의 소임에만 충실한 곡도 더러 된다.
하지만 그가 진정 화려하게 빛을 발하는 순간들은 위에 언급한 곡들을 제외한 나머지 10트랙에 집중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잘 새겨 들어보면 뭔가 조금 달라졌음이 느껴진다. 일곱 번째 트랙으로 자리한 One On One'의 경우, 강한 터치의 보코더 연주와 게스트 보컬리스트 롤라 트로이(Lola Troy) 그리고 레이드 블랙(Lade Blac)이 들려주는 감각적이고 수려한 보컬 하모니의 조화가 일품이다. 미드 템포 잼 넘버 'Wonderful Thang'의 경우, 분명 이번 앨범을 위해 새롭게 만들어진 곡임에도, 흡사 그의 초기 작을 본인 스스로 리믹스 한 듯 여겨진다. 열정과 자긍심 그리고 뚜렷한 목적 의식이 낳은 산물이다. 팬들의 심판을 앞둔 그가 음반사 관계자들에게 남긴 몇 마디가 그의 음악관과 신념을 대변해 주고 있다.
“데뷔작 발표 당시의 심정을 이 앨범에 고스란히 담아 봤습니다. 아직 너무나 많은 팬들이 [Make It Last Forever] 앨범에 대해 이야기하곤 하죠. 그 앨범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의미가 되는 지에 대해서요. 전 이번 앨범이 그런 그들에게 또 저에게 그런 상징적인 재탄생의 의미로 각인되기를 소망합니다. 제가 이렇게 긴 세월동안 음반을 만들고 또 보다 젊고 어린 나이의 새로운 팬들에게 어필 할 수 있단 게 꿈만 같아요.”
보너스 트랙으로 만나지는 두 곡의 라이브 공연 실황 음원 가운데 하나가 그의 최대 히트 곡으로 꼽히는 'Twisted'이다. 구태여 마빈 게이의 'Sexual Healing' 선율부를 대거 차용한 리믹스 버전을 기초로 해 공연 레퍼토리에 삽입한 것을 보면, '그의 음악이 과연 어디에서 기원 했을까'에 대한 답은 필요치 않으리라. ’80년대를 데뷔해 시대를 풍미하고 팬들과 함께 장성해 온 아티스트 가운데 과연 몇이나 ’90년대를 지나, 21세기까지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를 숙고해 보면, 다시 한 번 어느새 'R&B의 장인'이 되어 있는 키스 스웨트를 맞닥뜨리게 된다. 처음 며칠간은 좋아 죽을 것 같더니 금세 싫증나 버리기 일수인 요새 R&B 음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일관성과 깊이가 있으면서, 지루하거나 따분하게 들리지도 않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그로 인해 땀 흘리는 날이 계속 될 전망이다.
1. I Want You
2. Gots To Have It
3. Anything Goes
4. Ladies Night
5. 100% All Man
6. The Right Stuff
7. One On One
8. Show Me
9. Trust Me
10. Wonderful Thang
11. In & Out
12. Can It Be
13. What Is It?
14. Live Bonus Track
15. Twisted(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