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피쉬의 보컬은 정말 노래를 잘하는 뮤지션이다.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거야 당연한 얘기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너무 많다. 아이돌 스타로 대변되는 댄스가수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정작 외모가 아닌 노래를 무기로 하는 가수들 중에도 딱 한번 듣는 것만으로 감동을 안겨주는 목소리는 흔치 않으니 말이다.
"스카페이스"라는 이름으로 홍대의 클럽 가에서 제법 이름을 날린 이들은 앨범 발매에 즈음해서 팀명을 "스카피쉬"로 바꾸고 2008년 음반업계의 실력파 대어로서의 등장을 준비하고 있다. 얼굴에 큰 상처가 있어 Scarface 라는 별명을 얻었던 마피아 두목 알 카포네처럼 이들은 낚싯바늘에서 헤어 나오기 위해 찢어지는 아픔을 감수하고 비록 얼굴에 큰 상처를 입었지만 굳건히 살아남은 물고기라는 의미로 자신들의 강력한 생명력과 카리스마를 만천하에 떨치겠다는 굳은 의지의 이름으로 팀명을 바꾸었다 한다.
스카피쉬는 어쿠스틱 기타(김도승)와 보컬(장형윤)로 구성된 듀오이다. 얼핏 흔하디 흔한 통기타 라이브 팀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막상 그들의 연주가 시작되면 그런 고정관념은 싹 사라져 버린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타리스트가 아니고 발길에 채이는 보컬리스트가 아니다. 꽃다운 27살의 나이에 요절한 지미 헨드릭스와 재니스 조플린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들의 연주는 매번 공연이 마지막 연주라도 되는 듯 불같은 투혼을 내뿜는다.
총 10곡의 자작곡으로 수록된 스카피쉬의 정규 데뷔앨범 "Chapter 1" 은 오랫동안 준비되었던 신인들의 첫 데뷔앨범이 그러하듯 한 곡도 흘려보낼 수 없는 간만에 듣는 수작이라 할 수 있겠다. 가요계의 불황으로 말미암아 리메이크가 판을 치는 이 시점에서 10곡의 독특한 자작곡을 듣는 일은 새삼 즐겁다.
팀명과 동명의 곡 "스카피쉬" 를 듣고 난 소감은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 한 느낌이었다. 이들의 이름이 생기게 된 탄생 배경을 이 곡 한 곡만 듣게 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타 한대로 반주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사운드가 꽉 차 있고 특히 후반부의
코러스 하모니와 목청이 터져라 부르는 보컬 애드립이 압권, 듣고 있으면 저절로 춤이 나오는 곡이다.
앨범 수록곡 중 가장 신나는 3번 트랙 "내 머리 속에" 는 혼자서 중얼거리는 듯 한 가사들을 연신 토해내는데 은근히 중독성이 있다.
타이틀곡인 앨범의 4번 트랙 "겨우" 는 따뜻한 느낌의 기타 반주와 시리도록 슬픈 멜로디 그리고 국악악기인 해금의 솔로연주가 돋보여 듣는 이의 소름을 돋게 하는 이 앨범의 백미다.
5번째 트랙 "그대 떠난 날" 은 슬라이드 기타 사운드가 멋진 한국어판 정통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 사운드라 해도 무리가 없겠다.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아직도 비가와",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하게 밴드 사운드로 녹음된 이 곡은 친근한 멜로디와 편한 코드진행으로 대중들의 감수성에 가장 근접해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이 드는 곡으로 자꾸자꾸 듣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거대한 바다 속의 상처 입은 물고기 한 마리가 일궈내는 작은 몸짓이 과연 커다란 소용돌이가 되어 우리에게 다가올지 사뭇 진지하게 기대해 보며 이들의 바다 속 모험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스카피쉬 웹사이트 www.scarfis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