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과 서양을 하나로 묶는 뉴에이지의 거장 야니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를 담은 베스트 컬렉션
본 작 [COLLECTIONS] 는 진정한 야니의 히트 곡들을 추려서 모아놓은 엑기스라 할만하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에 걸친, 야니의 음악이 가장 황홀했던 시기의 곡들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으로 야니의 '폭풍'을 이전세대만큼 느끼지 못했던 젊은 애청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요약 정리 본이라 하겠다. 노래의 제목만 보면 무슨 곡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만 한번 들어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익숙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1980년도 무렵, 야니는 락앤롤을 그만두고 연주곡으로 채워진 자신의 솔로 작업에 전념하기 시작하면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후 1987년부터는 영화/텔레비전의 사운드트랙 작업을 주로 하게 된다. 후에 오랜시간을 함께 작업하게 되는 카멜레온 출신의 찰리 아담스(Charlie Adams)와 존 테쉬(John Tesh) 등의 멤버들과 함께 투어를 다니기도 하는데 [Keys to Imagination], [Out of Silence], 그리고 카멜레온 시절 멤버들과의 작업물을 담고있는 [Chameleon Days]와 같은 그의 초기 앨범들이 꾸준한 사랑을 받는다.
1992년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앨범 [Dare To Dream]이 미국에서 화제를 모으는데 앨범의 히트곡 [Aria]는 미국을 넘어 영국 항공사인 브리티쉬 에어웨이즈(British Airways)의 광고에 쓰이기도 한다. 뒤이어 두 번째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1993년작 [In My Time]을 발표하면서부터 야니의 음악이 텔레비전의 여러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일부를 나열해 보자면 슈퍼볼이라던가 US 오픈, 뚜르 드 프랑스, 피겨 스케이팅 챔피언쉽, 그리고 88 서울 올림픽과 ABC 뉴스의 시그널 등에 사용되는데, 음악 애호가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친숙한 이미지를 남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야니의 생생한 음악들은 주로 스포츠 프로그램의 오프닝 시그널로 자주 사용되곤 했는데 십대시절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던 그 인지라 이런 현상들이 너무 뜬금없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드디어 역사가 시작된다. 1993년 9월 23일, 그리스 아테네의 2천년 역사를 지닌 헤로드 아티쿠스 극장에서 촬영/녹음된 어마어마한 실적을 거둔 라이브 앨범 [Live At The Acropolis]를 필두로 그의 음악적 하이라이트가 비로소 펼쳐진다. 야니의 첫번째 라이브 앨범/비디오인 본 작은 샤르다드 로하니(Shardad Rohani)의 오케스트라 컨덕팅이 야니의 밴드와 접목하면서 대규모로 진행되는데 미국은 물론 전세계 65개국에 방영되며 수천만명의 사람들이 시청하게 된다. 실황을 담은 비디오는 당시 역대 두 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뮤직 비디오로 기록되기도 했는데 전세계를 대상으로 700만 카피를 팔아치웠다고 한다. 앨범에 수록된 [Acroyali/Standing in Motion]은 영국의 사회의학 기관인 'Journal of the Royal Society of Medicine'에서 모차르트 이펙트의 용도로 사용되기도 하는데, 템포와 멜로디가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 448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차르트의 곡 보다 훨씬 풍부하고 감정적이기 때문이었다.
1997년, 3월에는 공연허가가 까다로운 인도의 타지마할에서 공연하면서 서양에는 몇 안되는 타지마할의 퍼포먼서로 등록된다. 후에는 중국의 자금성에서 공연하기도 하는데 아시아에서 펼쳐진 이 두 가지 거대한 이벤트는 1997년에 발매된 두 번째 라이브 앨범 [Tribute]를 통해 공개된다. 이 아시아 투어에서는 아르멘 아나시안(Armen Anassian)이라는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컨덕팅 했는데 그는 야니가 몇 년 전 이 프로젝트를 이야기할 때 속으로 의심했지만 결국은 해내고 말았다면서 매우 긍정적이며 탐구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감정에 무척 솔직한 사람이며 그의 음악은 가슴에서 곧바로 나온 것이라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2000년에 오랜만의 스튜디오 앨범인 [If I Could Tell You]를 발표하고 2003년에 [Ethnicity]를 공개하면서 2004년까지 앨범 투어를 다닌다. 1998년도에 이어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의 투어는 항상 그 해의 탑 10 콘서트 투어에 오르기도 했다. 짧은 휴식 이후 다시 [Yanni Live!]라는 모토로 라스 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Mandalay Bay)에서 펼친 공연은 앨범과 비디오로 2006년도에 발매된다.
야니는 20개 국가를 돌면서 공연을 펼치고 2백만명의 관객들이 공연을 찾았다. 전세계를 통틀어 35개의 플래티넘과 골드 레코드를 가지고 있으며 앨범들은 2천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가장 많은 모금액을 가진 뮤지션 중 하나이며, 2004년 5월에는 그가 다니던 학교인 미네소타 주립대의 학장이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기도 한다. 2007년 10월 부터는 프로듀서 릭 웨이크(Rick Wake)와 함께 스튜디오 앨범 작업에 들어갔으며 창의적인 콜라보레이션이 될 것이라면서 여러 사람들을 기대하게끔 만들고 있다.
Collections
이미 박스세트부터 상당수의 베스트 셀렉션을 가진 야니인데 본 작은 진정 야니의 히트 곡들을 추려서 모아놓은 엑기스라 할만하다.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프라이빗 뮤직(Private Music) 시절의 약 10년에 걸친, 야니의 음악이 가장 황홀했던 시기의 곡들을 수록하고 있는 앨범으로 야니의 '폭풍'을 이전세대 만큼 느끼지 못했던 젊은 애청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요약 정리본이라 하겠다. 노래의 제목만 보면 무슨 곡인지 모를 수도 있겠다만 한번 들어보면 금방 알아챌 수 있는 익숙한 곡들로 채워져 있다.
1. Reflections Of Passion
국내에서는 시계 CF에 사용되면서 알려진 곡으로 서정적인 피아노 연주는 청자로 하여금 정말 눈앞에 어느 정경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느낌 마저 안겨준다. 88년 작인 [Chameleon Days]에서 처음 공개된 야니 최고의 대표작으로 후에 [Reflections Of Passion]이라는 앨범제목으로 다시 발매하는데 앨범은 과거의 곡들과 당시의 신곡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다시 발매된 버전은 큰 사랑을 받게 된다.
2. Until The Last Moment
최고의 공연 중 하나인 [Live at the Acropolis]에서 공개된 트랙으로 공연 당시 이 곡은 자신의 새로운 앨범에 들어갈 곡이라면서 곡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고 연주를 시작한다. 그 어떤 영화의 사운드트랙에도 꿀리지 않는 드라마틱한 피아노 연주가 펼쳐진다.
3. Before I Go
93년도 화제작인 [In My Time]에 수록된 트랙으로 역시 국내 팬들에게는 전지현이 등장하는 초콜렛 과자 광고의 CF를 통해 익숙한 곡이다. 도입부가 마치 프랭크 밀스(Frank Mills)의 [시인과 나(The Poet And I)]를 연상시키는 곡으로 곡의 마지막 부분에 유독 희미하게 빛나는 신스의 스트링 파트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4. After The Sunrise
이 곡의 오프닝 부분은 여느 비디오 회사의 로고 타이틀로 쓰이기도 했으며 신시사이저가 피아노만큼 중요하게 배치된 곡으로 여러 극적인 효과들이 특히 눈에 띈다. 90년에 발표했던 [Reflections of Passion] 수록 곡이다.
5. To The One Who Knows
이후에 가면 더욱 짙어지지만 이 당시부터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이쪽에서 많은 멜로디를 차용해오기도 했다. 약간은 동양적인 색채를 가진 곡으로 단단하지만 자유로운 분위기를 담아낸다. 92년도 앨범 [Dare to Dream]에서 공개된 트랙이다.
6. Once Upon A Time
오프닝 부분이 무척 익숙한 곡이다. 본인의 기억에는 기업의 홍보 CF에 사용됐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업비트로 진행되는 야니의 곡 중에서 그나마 잘 알려진 곡이다. [Dare to Dream] 앨범에 삽입된 곡으로 유열의 라디오 방송을 비롯해 몇몇 프로그램의 활기찬 오프닝의 배경에 사용됐던 곡이다.
7. A Word In Private
몇몇 스트링과 베이스 부분이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ne)의 [데보라의 테마(Deborah's Theme)]를 연상시키기도 하는 곡으로 여리고 강함의 특색이 물 흐르듯 전개된다. 88년 작 [Chameleon Days]에서 사랑 받았던 곡이다.
8. Flight Of Fantasy
비교적 빠른 트랙으로 한 박자가 빠지는 형식으로 맞물려 들어가는 생동감 넘치는 전개와 신시사이저로 구현해내는 각종 악기들의 소리가 독특한 재미를 준다. 곡은 서정적인 멜로디의 느린 피아노로 마무리된다. [Reflections of Passion]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9. Almost A Whisper
단조의 이국적인 멜로디가 귀에 들어오는 곡으로 요즘 애청자들에게는 [Ethnicity] 앨범에서 다시 녹음된 보컬이 들어간 버전으로 익숙할 것 같다. [Reflections of Passion] 앨범에서 공개됐던 트랙으로 곡의 멜로디가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의 [My All]을 연상시키는데, 보컬이 들어간 버전을 들으면 특히 더 그렇다.
10. Aria
앞에서 언급했던 대로 영국의 항공사와 한국의 광주 비엔날레의 오프닝 음악 이외에도 여러 TV 시그널로 자주 사용됐던 야니의 대표곡이다. 가장 대중적 친화적인 트랙 중 하나로 [Dare to Dream] 앨범을 성공가도에 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기존에 성공했던 야니의 음악들과는 다르게 크게 부각되는 리듬파트와 여성 보컬파트로 인해 몇몇 사람들은 야니의 곡이 맞는가 하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곡 자체가 너무 좋기 때문에 스매쉬 히트했다.
One World, One People
본인이 야니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당시 컴퓨터를 새로 샀고 함께 딸려오는 비디오 CD 중에 야니의 [Live at the Acropolis]가 있었는데 그 비디오를 보면서 어린시절 문화적 충격 비슷한 것을 받았던 것 같다. 실제로 너무 멋있어서 혼자서 피아노를 따라 쳐보기도 했던 것 같다. 물론 나의 연주는 끔찍했다.
야니의 음악은 종종 "뉴 에이지(New Age)"라 불리곤 했지만 사실 본인은 "컨템프러리 연주곡"이라는 표현을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모토가 바로 "하나의 나라, 하나의 사람들"인데 이것은 무슨 사회주의 국가의 메니페스토라기 보다는 경계가 없이 모두가 한자리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글로벌국가에 대한 염원을 담은 멘트인 것 같다. 실제로 야니의 음악에서는 아프리카/유럽/아시아 등의 다양한 국가들의 특성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다. 야니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은 당신이라면 야니의 자서전인 [Yanni in Words]를 읽어보면 될 것 같다.
야니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 편안한 마음상태에서 만들면 듣는 사람의 마음 또한 편해진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전에 앞에서 언급한대로 누군가가 야니의 음악은 그의 마음속에서 바로 나오는 성질의 것이라고 했는데, 진심이 담긴 음악이야 말로 많은 사람들을 쉽게 매혹시킬 수 있는 것 같다. 아무런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은, 마음과 마음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음악 말이다. 사실 야니의 음악들에는 가사가 필요하지 않다. 이미 음악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철 (불싸조 myspace.com/bulssaz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