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당연한 듯 얘기하다 누군가 물어보면 정작 규정하기 곤란한 말들이 있다. 그래서 서로 오해하고, 이젠 이해하는 듯 다시 이야기하다 또다시 오해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누군가 ‘솔로몬’이나 ‘애정남’이 되어 뚜렷한 규정을 내려주면 좋으련만 현실에선 서로 다 아는 듯 표정관리를 하며 그냥 넘어가곤 한다.
김목인은 음악가이다. 그는 캐비넷 싱얼롱즈의 멤버로 2006년 [리틀 팡파레(Little Fanfare)]를 발표했고,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의 멤버로도 활동 중인 음악가이다. 2010년부터는 솔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그가 평소처럼 점잖은 어투로 묻는다.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
같은 질문에 대답만 바뀌는 종교행사의 형식을 빌어 자문자답하는 [음악가 자신의 노래]의 첫 곡 “음악가, 음악가란 무엇인가”는 그가 솔로 데뷔앨범을 통해 어떠한 이야기를 건네려 하는지를 함축하고 있다. 에둘러 도망가지 않고 직구를 던지는 그의 화법에는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담겨있고, 거기에 위트가 살짝 얹혀져 있다.
김목인은 [음악가 자신의 노래] 음반을 통해 ‘모든 것에 가격이 매겨져도 완전히 가격이 매겨지지 않을’ 음악 그리고 음악가란 직업에 대해 노래한다. 그리고 그의 노래는 감동에서 출발한 음악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의 본질적인 순환에 접근하려 한다.
“이번 앨범은 오래된 곡과 최근에 만든 곡들을 한 주제 아래 모은 것입니다. 작년쯤 “그가 들판에 나간 건”, “작은 한 사람” 같은 곡의 분위기로부터 [음악가 자신의 노래]라는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던 것 같습니다. 후보 곡 리스트를 써두고 작업하다 최종적으로 “음악가의 개런티에 대한 곡”을 빼고 “음악가, 음악가란 직업은 무엇인가”를 추가해 10곡이 되었습니다. [음악가 자신의 노래]라는 제목은 시인 월트 휘트먼의 ‘나 자신의 노래(Song of Myself)’와 비슷한 의미인데요, 김목인 개인’의 이야기라기보다 개인에서 시작되어 모두의 이야기로 흘러드는 이야기, 내가 속한 어떤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음악가 혹은 음악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 그런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음악가의 밭
김목인의 첫 레코딩은 2002년 발매된 [안녕하세요, 카바레사운드입니다]에 수록된 “장기입원환자의 꿈”이었다. 충주의 고향집에서 녹음된 이 피아노 연주곡은 ‘가정용 피아노를 위한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그는 이후 캐비넷 싱얼롱즈로 활동하며 2006년 [리틀 팡파레(Little Fanfare)]를 발표했고, 캐비넷 싱얼롱즈의 활동이 뜸해질 때부터 집시앤피쉬 오케스트라와 솔로 활동을 병행해왔다. 그리고 2011년 지금 자신의 이름을 건 솔로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발표한다. 우연인지 인연이지, 이번 레코딩의 대부분은 그의 충주 고향집에서 이뤄졌고 첫 레코딩 때 연주했던 가정용 피아노로 녹음했다.
[음악가 자신의 노래]의 열 곡은 충주 시골집에서 김목인이 연주한 피아노와 클래식 기타로 구성되었다. 주변 소음과 함께 공간의 아우라를 담은 그 음들은 어딘가로 흘러가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을 머금고 있다. 여기에 주변 동료 음악인(더블베이스 ? 이동준, 집시스윙기타 ? 이호석, 아코디언 ? 박혜리, 바이올린 ? 조윤정, 드럼 ? 장희원, 하모니카 ? 허세정, 코러스 ? 황진영, 윤주미)들이 연주를 거들었다.
김목인의 [음악가 자신의 노래]는 노래마다 하나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연히 마주친 낯선 이와의 사연(“꿈의 가로수길”), 바쁘냐고 묻는 세상에 변명하는 음악가의 이야기(“일주일에게”), 문을 닫는 단골 카페에 바치는 뮤지컬의 수록곡(“뮤즈가 다녀가다”), 추상적이면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음악씬에 대해 거는 말(“씬”), ‘글렌 굴드에 관한 32개의 이야기’란 영화를 보고 쓴 이야기(“글렌 굴드”), 음악가란 직업의 특수성에 대한 생각(“음악가의 밭”) 등 느린 속도로 꼼꼼하게 세상과 자신의 일상을 바라보는 이만이 가질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특히 소박한 피아노 연주가 따스하게 흐르는 “음악가의 밭”에서 그는 신화처럼 시작한 상상이 현실의 모진 환경에까지 이르는 심려 깊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직업의 특수성에 대한 궁금함 때문에 여러 책을 읽은 기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노래의 사회적인 기능’이 최근 몇 년의 주된 관심사였는데요. 신화처럼 이야기가 지닌 기능이라든지, 옛날 사람들이 하늘과 땅을 대칭시켜 생각하던 관습이라든지, 문명화되지 않은 사회를 훌륭히 지탱하던 ‘증여’와 같은 경제행위에 대한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 곡은 ‘음악가의 밭은 하늘에 있다’는 상상에서 시작해, 땅 위에 기반을 둔 삶의 이야기와 상상의 이야기를 엮어본 작업입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세계와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옛날 사람들이 신화를 쓰는 방식을 참고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최근 공연을 통해 많이 접한 재개발이라는 하나의 흐름에 대한 생각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