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은 견뎌내는 존재가 아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삶, 그 자체입니다’
타인에 대한 기대, 실망 그리고 이해에 관한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싱어송라이터 INMAY의 네 번째 정규앨범 [결국 타인]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의 이름이 새겨진 많은 곡들이 증명하듯 인메이는 2008년 첫 앨범 출시이후, 쉬지 않고 음악활동을 이어온 요즘의 보기 드문 착실한 싱어송라이터이다. 단지 음악이 좋아서, 하고 싶어서 시작되었던 그의 음악세계는 햇수로 7년이 지난 지금, ‘타인에 의한 고독’이라는 큰 틀 아래에서 매년 좀 더 선명한 그만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 작년 가을에 발표된 디지털 싱글 [12시엔 칼로리가 리셋됩니다]의 경우,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기존의 익숙한 음악을 버리고 주류에 편승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하기도 했지만, 새롭게 출시된 앨범 [결국 타인]은 그가 결코 고독에 대한 그만의 고집을 아직 놓치지 않았음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고 있다.
겨울의 끝자락에 선보이는 그의 네 번째 정규앨범 [결국 타인]은 스쳐가듯 그를 알았거나, 그의 음악을 한동안 즐겼던 사람들에게는 이전 음반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익숙한 앨범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면, 타인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포용적이면서 동시에 더 배타적으로 변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그가 늘 시도해왔던 멜로디와 보이스, 그리고 가삿말의 묘한 간극으로 인해 더욱 극대화된다. 이를테면, 인메이가 보여주는 ‘익숙한 듯 생경한 가삿말’과 ‘무심한 듯 날카로운 멜로디’는 우리가 타인에게서 느끼는 고독에 관한 수많은 모순들을 대변하고 있으며, 늘 타인의 관심을 바라면서도 그로 인해 더 큰 고독감을 느끼게 되는 감정의 순간들을 앨범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돕고 있다.
이전까지의 앨범이 ‘개인이 느끼는 고독에 대한 단편적인 인상들’을 담아냈다면, 이번 앨범은 좀 더 오랜 시간을 관찰한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흐름’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총 10곡으로 구성된 이번 앨범의 첫 곡 ‘밤공기(1번 트랙)’는 마냥 행복하기만 한 평범한 연인의 모습이지만, 앨범이 진행될수록 타인에 대한 기대와 자신의 정체성이 점차 충돌하면서 결국 타인이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틈에 관해 이해하고 인정하며 끝을 맺는다. 사실상 앨범의 마지막 곡인 ‘오해의 바다(9번 트랙)’에서는 바다라는 무한한 공간으로 나와 타인의 관계를 선명히 구분 짓고 있는데, 이 바다라는 메타포야 말로 ‘타인을 완전히 공감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고독의 결말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앨범의 타이틀이 계속 바뀌어도 결국 인메이는 인메이일뿐이다. 모두가 꺼려하는 한 없이 우울하고 고립적인 ‘고독’에서 벗어나, 고독에 관한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그는 모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는 이어가되, 미처 깨닫지 못했던 관계의 모순을 들려주는 싱어송라이터 인메이. 결국 타인인 그가 건네는 위로 아닌 위로가 다가오는 봄에 들뜬 우리의 마음을 나지막이 달래줄 것이라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