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아톰북의 리더 sp의 솔로 프로젝트이다. 빅베이비는 그녀가 즐겨 연주하던 어쿠스틱 기타의 모델명이다(하지만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녹음에는 모두 마틴 기타가 사용되었다). 38,000km는 지구의 달 사이의 거리인 38만km에서 숫자 ‘0’을 빼먹은 그녀의 기억력 덕분에 생겨난 숫자이다. 그리고 “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는 기타와 그녀 사이의 감정을 담은 노래이다. 사랑하는 대상을 생각하면 기분이 좋지만 전달이 안돼서 아쉽기도 한 그런 기분, 거리감, 기타를 잘 치고 싶은 소원 등이 담겨있다.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데뷔앨범 [Big Baby Driver]는 어쿠스틱 기타와 sp의 이러한 관계의 소산물이다.
아톰북은 2002년 데뷔 EP [Hello?]를 발표하고, 2008년 정규 1집 [Warm Hello from the Sun]을 발표했다. 2009년 드라마 ‘트리플’에 “Every Place is your Playground”가 삽입되고, 2010년에는 일본에 라이선스 발매가 되기도 했다. 간간히 공연도 했다. 느린 걸음이지만 2집을 위한 곡도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리더인 sp의 솔로 프로젝트인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앨범이 먼저 선보이게 되었다. 사실 아톰북 1집에는 아톰북과 빅베이비드라이버의 스타일이 혼재되어 있었다. 이유인즉슨 프로듀서였던 mynci가 아톰북과 빅베이비드라이버의 데모를 듣다가 둘을 섞어서 트랙리스트를 작성했기 때문이다. 아톰북도 sp, 빅베이비드라이버도 sp인데 굳이 나눌 필요가 있을까 했다. 그런데 이제는 구분할 필요가 생겼다. 아톰북이 멤버가 교체되고 늘어나면서 밴드로서의 정체성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빅베이비드라이버는 포크/블루스/팝에 대한 sp의 사적인 취향이 보다 많이 드러나는 프로젝트이다.
[Big Baby Driver]의 지향은 “You Gonna Quit Me Blues”의 커버버전에 담겨 있다. 20세기 초 블루스/랙타임 싱어이자 기타리스트였던 블라인드 블레이크(Blind Blake)의 원곡을 빅베이비드라이버는 자기 맘대로 연주하고 있다. 이어지는 “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 역시 기타를 잘 치기 위해 하늘의 별이라도 따야 하는 그녀의 심정이 담겨있다(이 곡은 sp가 베이시스트로 참여했던 오르겔탄츠 앨범에도 수록되었다).
터벅터벅 걸음걸이를 닮은 어쿠스틱 기타의 핑거링과 그녀의 목소리가 만나면 빅베이비드라이버의노래가 완성된다. 햇살을 머금은 밝은 포크송(“Your Sun is Stupid”, “I’m Leaving Here Now”, “Let’s Breaking Down”)과 느리고 낮은 곳으로 침잠하는 곡(“I Am a River Dolphin”, “Constantly Vanishing Me”, “내일”)은 [Big Baby Driver]의 정서를 구성하는 두 가지 줄기이다. [Big Baby Driver]에서 대부분의 연주를 sp 스스로 했고, “Marca’s Wedding”의 피아노에 김목인(캐비닛 싱얼롱즈), “I Am a River Dolphin”, “Let’s Breaking Down”의 하모니카에 허세정(아미) 등이 참여했고, 아톰북 멤버가 “38,000km 너머의 빅베이비”의 휘파람과 손박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