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적 - "자신만의 눈과 목소리를 지닌 싱어송라이터."
이규호- "한번 틀어놓으면 멈추기 힘든 목소리.구분의 경계를 무색하게 만든다.물인지 공기인지 우주 한가운데 어딘가 그 근원으로 깊어지다가 길을 잃고 첨벙거린다."
아스트로비츠 - "가슴 한구석을 강타 당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부드럽고 따스하게."
정지찬 - “현실이 아닌 어느 곳에 와 있는듯하다. 언젠가 꾸었던 꿈의 순간을 들을 수 있다면 이런 음악일까?
그녀의 마음속 어딘가에 있던 꿈을 볼 수는 없지만 들을 수 있어 잠시 신비롭다. 눈을 감고 들어보기를.”
오지은 - "낙엽 같은 목소리를 지닌 사람이 만든 뚝심 있고도 아름다운 앨범. 절제된 고독. 마음에 구멍이 뚫렸을 때 추천"
*흐르는 따뜻한 것들
앨범을 튼다. 첫 곡이 흐른다. 별다른 말도 없이 기타와 드럼, 베이스, 허밍이 흐른다. 태어나 처음 들어보는 노래지만 배냇적부터 들어온 멜로디 마냥 기분이 편안해진다.
문득 주위가 따뜻해졌다고 느낀 순간, 우리 안에 숨어 있던 모든 기억들이 넘쳐 흐르기 시작한다. 처음 마주한 감정에 어쩔 줄 모르던,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한없이 몽롱하던, 이대로 모든 게 멈춰버렸으면 간절히 바라던, 그런 작지만 소중한 기억들.
그리고 그 기억들 위로, 낯선 풍경들이 슬라이드처럼 하나 둘 겹쳐진다.
[젊은이]는 싱어송라이터 유하의 첫 정규 앨범이다. 이 앨범이 그녀의 첫 작업물은 아니다.
스무 살이던 2013년 ‘제24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하며 시작된 커리어는 2014년 첫 싱글 [Atmosphere]과 첫 미니 앨범 [Astronaut]에 닿았다.
대기와 우주, 땅에서 내내 떨어져 있던 그녀의 다리는 2015년 레이블 ‘afternoon records’로 적을 옮긴 뒤에도
싱글 ‘Hallelujah’를 거쳐 다시금 하염없이 어딘가로 향했다. 지금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다는 기세로 그녀는 실제 미국 동부와 서부, 샌프란시스코의 소살리토(Sausalito)를 거쳐 프랑스와 스페인의 국경에 놓인 피레네(Pyrenees)산맥, 그리고 이름 모를 사막으로 향했다.
‘물 한 병과 다리 / 물 두 병과 다리 / 물 세 병과 염도 높은 것 / 물 네 병과 저 멀리 보이는 것 무엇인가 / 마을이다’ (‘Pyrenees’)
그렇게 흐르고 또 흐른 순간들이 모여 [젊은이]가 되었다.
앨범은 예상했던 2016년보다 늦게 마무리 되었지만 노래 구석구석 스며든 시간과 공기의 무게는 지난 시간들이 무용하지 않았음을 자랑하듯 짙은 밀도를 자랑한다.
앞서 그토록 많은 감정을 흐르게 했던 Intro 격의 ‘Sausalito’로 출발신호를 보낸 트랙들은 우아하게 조율된 연주와 감성의 결 사이로
기억과 상념의 조각들을 차곡차곡 채워 넣는다.
흐르는 것을 흘러가는 대로 보내는 시선이 내내 차분하고 포근하다.
드물게 만나는 감각에 정점을 찍는 것은 다름 아닌 유하의 목소리다.
앨범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유하의 목소리만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질감과 양감을 전하고 있다.
‘너’, ‘왜’, ‘혹시’ 같은 하나의 단어를 내뱉는 것으로 수 십 갈래의 심상의 타래를 엮어 나가는 그녀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가진 매력과 재주 덕분이다.
그녀는 이 앨범을 “’나’라는 젊은이가 경험한 것들을 담은 앨범”이라 말한다. 일하는 젊은이, 여행을 떠난 젊은이,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젊은이, 진짜로 돌아오지 않을 젊은이. 이국의 풍경을 눈으로 쫓으며 세상을 채우는 ‘곰 같은 새’,
알 수 없는 여지 뿐인 ‘사막의 나무’, 기억으로 가득 찬 ‘소리 없는 밤’, 때로는 그저 ‘울었다’에 대한 생각이 밀물처럼 들어왔다 썰물처럼 빠져 나간다.
그 모든 감정을 안온하게 끌어안는 연주 속에 마지막으로 남는 건, 끝끝내 다시 어디론가 떠나는 젊은이의 뒷모습이다.
‘문을 잠궜다 열쇠는 버렸다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테니까’(‘젊은이’) 짧은 마지막 인사가 남기고 간 짙은 여운에 꼬리 긴 노을이 드리운다.
그것은 여전히 흐르고 있으며, 매우 따뜻하다.
김윤하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