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노프의 커리어 1막을 마무리하는 첫 정규 앨범
[GOOD THING.]
지바노프는 2016년 두 장의 EP [so fed up], [for the few.]를 선보이며 씬에 자신의 이름을 아로새겼다. 2017년에는 레이블 굿투미츄(goodtomeetyou)에 합류해 대중과의 접점을 찾은 EP [KARMA]를, 2018년에는 스토리텔링이 돋보이는 EP [주마등 : 走馬燈]을 발표했다. 이처럼 지바노프는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폭넓은 음악 스펙트럼을 드러내는 건 물론, 프로덕션의 결에 어우러지는 보컬과 가사를 선보이며 섬세하고도 무드 있는 본인의 음악 세계를 구축한 아티스트다.
2019년 10월 29일 지바노프가 발표하는 첫 정규 앨범 [GOOD THING.]은 앞서 발표한 네 장의 EP를 함축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행보를 짐작게 하는 작품이다. 이는 우선 앨범에 담긴 음악에서 드러난다. 지바노프는 EP [so fed up]에선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EP [For The Few.]를 통해서는 하우스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 첫 정규 앨범에서는 현 힙합/알앤비 음악의 주류로 자리 잡은 트랩 음악을 주로 구사한다. “좋아”가 대표적인 트랙. 곡은 햇과 킥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트랩 리듬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공간감 가득한 비트 위에 지바노프는 자신의 보컬을 얹어 연인의 미묘한 감정을 사운드로 그려낸다. “종이인형”도 마찬가지. 더 나아가 “나쁜 아이”에서는 트로피컬 사운드에 관악기를 얹어 포인트를 주고, 미니멀한 곡 구성이 돋보이는 “Guilty”에서는 이펙터를 먹인 기타 음을 통해 여운을 안겨준다.
두 번째로는 그의 가사를 주목해보자. 이전 작품에서 지바노프는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주제를 다룬 바 있다. 이번 앨범에서는 [KARMA]처럼 사랑과 연애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은 사뭇 다른 편이다. EP에서 그는 모호한 단어를 통해 상대방과의 관계와 자신의 헷갈리는 감정을 묘사했다. 반면에 [GOOD THING.]에서는 감정을 솔직히 드러낸다. 대표적으로는 “너와 같이”와 “Good thing”이 있다. 두 곡에서 그는 이전 작품에서 잘 쓰지 않았던 ‘사랑’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또한, “Callin’”과 “Come along with me”에서는 조금 더 대담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출한다. 이 밖에도 그는 지난 작품처럼 자전적인 이야기를 트랙에서 풀어낸다. 예시로는 “검은 구름”과 “적막”을 들 수 있다. 전자에서 그는 ‘혼자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 질 거야’란 가사를 통해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드러내고, 후자에서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을 수 있게’란 가사로 힘들었던 시기의 본인을 투영한다.
이렇듯 [GOOD THING.]은 1년이란 시간 속 지바노프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지바노프가 그동안 걸어온 음악적 여정을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표현에 있어서 애매모호함을 추구하고, 밝음보다는 어두운 감정을 주로 노래하던 지바노프가 다른 노래의 결을 선보임으로써 앞으로의 행보를 암시하는 작품으로도 보인다. 첫 정규 앨범을 선보이며 아티스트로서의 제1막을 잘 마무리한 지바노프. 청자들은 [GOOD THING.]을 처음부터 끝까지 돌리며 지바노프의 음악이 지닌 매력과 앞으로의 행보를 확인해 보길 바란다. – 개다 (hiphop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