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데뷔 앨범 ON HOW LIFE IS는 3월 중순 빌보드 앨범 차트 6위까지 오르는 호성적을 거두었고 100만 장을 돌파해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1970년대 스타일의 소울과 펑크를 주조로 록과 팝, 그리고 힙 합에 이르는 다양한 요소를 한데 버무려 놓고 있다. 오르간과 기타, 툭툭 삐져나오는 혼 섹션, 그리고 심지어 DJ의 스크래칭 등등은 처음 듣는 이를 당혹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얼핏 산만해 보이는 곡진행에 있어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바로 메이시 그레이의 뛰어난 보컬 능력이다. 게다가 잼 세션을 하듯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매력 중의 하나다.
첫 데이트의 추억을 떠올리며 속절없이 애인의 전화를 기다리는 마음을 노래한 나른한 힙 합 비트로 시작되는 Why didn't you call me를 시작으로 DJ의 스크래칭으로 시작되는 Do something은 랩 듀오 아웃캐스트(Outkast)의 1984년 데뷔 앨범 SOUTHERNPLAYALISTICADILLACMUZIK의 수록곡 Git up git out과 랩 듀오인 나이스 앤 스무스(Nice & Smooth)의 Funky for you를 샘플링해 사용하고 있다. 인생을 낭비하지 말고 무언가를 해보라는 교훈적 내용의 곡. 한편으로 성에 대한 솔직한 접근이 눈길을 끄는 작품들도 있는데 Caligula나 Sex-o-matic Venus freak이 그런 곡들로 특히 후자의 곡은 노골적인 성적 표현을 담은 가사가 이색적이다.
현재 차트에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싱글 I try는 앨범에서는 가장 대중성을 지닌 작품으로 헤어지려 해보지만 결국은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내용의 사랑 이야기.
고풍스러운 소울과 현대적 힙 합 사운드를 믹스한 이번 앨범에는 첫 싱글 Do something처럼 기존 곡을 샘플링하고 있는 곡들이 눈에 띄는데 I've committed murder에는 재즈 색소폰 주자 겸 보컬리스트인 에디 해리스(Eddie Harris)가 1968년 발표한 Live right now가 사용되고 있고 유명한 영화 <러브 스토리>의 테마를 담고 있기도 하다. 또 A moment to myself란 트랙에는 랩의 선구자격인 커티스 블로우(Kurtis Blow)의 Human beatbox와 디제이 섀도우(DJ Shadow)의 Entropy 등을 샘플링해내고 있다.
나이 서른이 다되어 데뷔작을 내놓은 메이시 그레이. 10대에 벌써 톱 스타의 자리에 올라서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팝 음악계에서 이는 분명 흔치는 않은 일이지만 어찌 보면 그만큼 인생을 경험한 뒤에 내놓은 작품이라 다른 아티스트의 앨범에 비해 농익은 음악을 담아내고 있다는 얘기가 될 수도 있다. 노래 한 곡 한 곡에서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그 때문. 외국과는 음악적 취향이 전혀 다른 것이 우리 나라의 현실이라 그 반응이 어떠할지는 알 수 없지만 주목해볼 만한 실력파 아티스트임에는 분명하다.
1. Why Didn't You Call Me
2. Do Something
3. Caligula
4. I Try
5. Sex-O-Matic Venus Freak
6. I Can't Wait To Meetchu
7. Still
8. I've Committed Murder
9. A Moment To Myself
10. The Let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