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나 [X-파일]과 거의 흡사한 리듬감을 지니고 있는 이 사운드트랙은 휴먼 드라마의 성격이 부각되는 영화의 컨셉 덕분인지 멜로디가 부각되는, 그래서 친근하게 와 닿는 록넘버들로 포진돼 있다. 재미있는 점은 딸인 리브 타일러가 출연하는 탓에 그의 아버지 스티븐 타일러(Steven Tyler)가 무려 5곡이나 소화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75년에 발표한 Sweet emotion, '78년에 많은 사랑을 받은 Come together와 같은 에어로스미스(Aerosmith)의 히트곡은 물론, 이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I don't want to miss a thing, What kind of love are you on 그리고 리브 타일러, 벤 에플렉의 대사와 겹쳐지는 스티븐 타일러의 솔로곡 Animal crackers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영화 [마지막 액션 히어로]에 Dream on을 삽입시켰던 것 말고는 영화와 그리 친분이 없었던 노장 하드록 밴드인지라 에어로스미스의 목소리를 접하는 반가움은 더하다. 특히 이 가운데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은 토니 브랙스톤의 Un break my heart와 [업 클로즈 앤 퍼스날]의 주제곡인 Because you loved me를 발표한 '90년대 최고의 히트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다이안 워렌(Diane Warren)이 쓴 곡이라는 데서 화제성이 배가되는 게 사실. 그뿐 아니라 독특한 보컬을 뽐냈던 스티븐 페리(Steven Perry)의 빈자리를 스티브 오게리(Steve Augeri)로 메꾼뒤 새롭게 라인업을 다진 저니(Journey)의 신곡 Remember rain(재미있는 점은 스티브 페리는 올 여름 워너 브라더스의 7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인 [매직 스워드]의 사운드트랙에 참가해 라이벌전을 펼친다는 사실)은 물론, 최근 영화배우로도 그 입지를 다지며 작년 두 번째 솔로 앨범인 [Destination anywhere]를 발표한 존 본 조비(Jon Bon Jovi)의 신곡에 거는 기대도 크다. 게다가 이미 영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사운드트랙에 참여한 캐나다 출신의 4인조 록밴드로 언뜻 스매싱 펌킨스의 톤이 느껴지는 아우어 레이디 플레이스(Our Lady Place)를 비롯해 Sunny came home을 향한 전폭적인 애정공세로 올 그래미에서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노래를 수상한 숀 칼빈(Shawn Calvin), '94년 아카데미 주제가상에 노미네이트 됐던 영화 [쥬니어]의 주제곡 Look what love has done을 불렀던 패티 스마이스(Patty Smyth)와 같은 포크록 여가수와 함께 앨범을 채워주는 여성 보컬인 샨탈 크레비아주크(Chantal Krevia zuk) 역시 작년 데뷔앨범 [Under these rocks and stones]을 발표한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이란 사실이 새롭다. 특히 그녀가 이 사운드트랙에 넣어주고 있는 곡이 피터, 폴 앤 메리(Peter, Paul & Mary)의 '69년 히트곡인 Leaving on a jet plane의 리메이크곡이기도 하다. 밥 시거와 실버 블렛 밴드(Bob Segar & The Silver Bullet Band)의 '83년도 히트곡인 Roll me away와 지지 탑(ZZ TOP)의 '74년 히트곡인 La grange까지 망라된, 대부분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왕년의 노장밴드들과 중견급 뮤지션들로 포진된 사운드트랙이다. 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무사히 지켜내기 위해선 젊은 혈기보다는 지혜와 연륜이 더 중요하단 얘기일까?
[글 : 권영 (GM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