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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인 서정미의 스웨덴 국민밴드 켄트 (kent)
북유럽의 차가움과 유리같은 섬세함을 가진 여덟번째 정규앨범 Red
스웨덴어로 노래하는 투명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로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의 모던 소년 소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켄트. 모던록의 멜랑꼴리를 더욱 진화 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스웨덴의 라디오헤드(Radiohead)'로 소개되곤 한 켄트의 새 앨범 [Red]는 2008년부터 2009년 사이에 뉴욕과 베를린의 한사(Hansa) 스튜디오, 그리고 스웨덴의 하일틴게(Hyltinge) 교회 등지에서 레코딩됐고 이전작을 함께 만들었던 존 조슈아 슈만(Jon "Josha" Schumann)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목가적인 오르간 소리를 바탕으로 울려 퍼지는 첫 곡 [18:29-4], 이어지는 댄서블한 비트를 가진 [Taxmannen],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하며 이전의 켄티쉬함이 살아있는 [Hjarta (Heart)]는 슬픔에 가득찬 영광을 재연하려는 듯한 웅장한 매무새가 압권이다. 이어 비트 중간에 진행되는 오버드라이브 걸린 기타가 긴장감을 주조해내는 [Idioter], 리버브 걸린 청량한 피아노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아득한 속도를 보여주는 [Svarta linjer], 그리고 다시 어쿠스틱 기타로 돌아오다가 결국은 댄스플로어로 향하는 [Ensamheten 등의 곡들이 쉴 틈 없이 전개된다. 마지막 곡은 언제나 강렬한 여운을 담은 곡들이 위치하곤 했는데 본 앨범의 마지막 트랙 [Det Finns Inga Ord]은 '역시나' 그들의 전통을 배신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어느 작품을 들어도 순간 '켄트'일 것이라고 짐작 가능케 만드는 독특한 분위기, 정에서 동으로, 그리고 차가움에서 뜨거움으로 바뀌는 찰나의 고양감과 그를 통해 얻어지는 거대한 질주감은 본 작에서도 현저하게 두드러진다. 극적인 선율과 폭발적인 서정미가 주옥같은 멜로디와 혼연일체되어 밀려들어오는 이 악곡을 거부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이 앨범은 일찍 시작되는 스웨덴의 겨울을 떠올리게 한다. 짧지만 눈부신 햇살과 칠흑과도 같은 밤의 떨림을 고스란히 담고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