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음악평론가로서 뿐만 아니라 이미 인디문화 씬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성기완은 기타리스트로서 원더버드의 고구마, 박현준, 손경호와의 프로젝트 밴드 99와 그 두 번째 음반 '스케치북에서 보여주었던 실험정신을 이 앨범을 통해 더욱 유감없이 보여준다.
그는 나무가 되는 법이란 명제로 30대의 고독과 그 극복에 대한 사고의 의식적 흐름을 글이 아닌 사운드라는 3차원의 매개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11개 트랙 모두 나무가 되는 법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긴 하지만 그는 각각의 곡에 가사가 아닌(두 곡을 제외하고) 시인의 어법을 통한 몇 마디의 글들을 음악에 맞춰 읊조리고있다. 전제적으로 음악의 성격은 전기기타를 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는 록이나 재즈와는 거리가 멀며 굳이 장르적인 면을 따지자면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해 왔던 인상적인 '사운드'를 중점으로 한 프리 뮤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성기완은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서 그의 주 분야인보컬과 기타 외에도 콘트라베이스와 드럼, 탬버린, 쉐이커 등의 리듬악기 역시 잘 소화해내고 있다. 유일한 세션참여 곡인 나무가 되는 법08에서는 그의 오랜 지우인 박현준(3호선버터플라이)의 탄탄하고 현란한 베이스를 맛볼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성기완은 그 동안 밴드(99)를 통해 표현하지 못한 또 하나의 음악세계를 이 한 장을 통해 표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음악이 범람하는 시류 속에서도 꿋꿋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가는 프론티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