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당찮 『간절기의 간지』
귓바퀴에서 발끝으로 이어지는, 간절기의 애매모호한 감성
가당찮, 당신의 듣는 귀를 머쓱하게 간질일 사운드
가당찮은 랩퍼 돈춘호와 함께한 『처음 뱉겠습니다』 이후로 게으르고도 느릿느릿한 행보를 끈질기게 이어왔다. 현란한 퍼포먼스 없이도 가슴을 두드리는 곡. 가사를 얹는 수단에 그치지 않고 그 자체로 즐거움을 주는 곡. 하나하나의 소리로 귀를 자극하되 전체적으로는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곡. 이를 위해 가당찮은 샘플링을 배제하고 다양한 음색의 소리들을 요소요소에 배치하는 데서 이루어지는 균형, 혹은 불균형을 추구한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머쓱한 사운드가 당신의 귀를 간질인다.
가지런히 간추린 간절기의 간절한 간지
『간절기의 간지』는 장르에 매이지 않은 다양한 느낌의 음악들을 간절기의 기분과 엮어 구성한 앨범이다. 애초부터 hiphop이나 electronica, rock으로 굳이 구분하기 애매한 곡들이 애매한 느낌과 애매하게 어우러진다. 간절기의 분위기를 100% 즐기게 도울 표지 뒷면의 상세한 안내와 함께, 앨범의 흐름을 보여주는 토끼 사나이의 귓바퀴에서 발끝까지 이어지는 애매한 감성이 총 16곡의 타기만만한 전개 속에 녹아든다. 한 방의 하단 강발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올, 이 예기치 못한 신선함.
아가일 니트와 사각 트렁크의 오묘한 조화인가 부조화인가
쭉 뻗은 8차선을 타고 가다 생각지도 못하게 들어선 샛길 같은 전개. 샛길로 들어서고 보니 딱히 지름길도 아닌 것 같은 배신감. 주위를 휘휘 둘러보나 봄인지 가을인지 알 수 없는 풍경. 시계를 봐도 새벽녘인지 어슬녘인지 헷갈리는 시간. 어느새 몸에 걸친 아가일 니트와 사각 트렁크의 오묘한 조화. 어쩌면 부조화. 사실 지금이 간절기인지 아닌지조차 긴가민가한 지경에 이른 애매모호함. 뭐 이런 계절, 이런 감각을 위한 자신 없는 선택. 『간절기의 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