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람들보다 더욱 중국적인 얼후[二胡] 소리로 가득 채운, 김지은의 얼후 음반.
이 음악 덕분에 몸과 마음이, 그리고 귀가 행복해 졌으니 얼후 연주가 김지은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야 할까 보다. 아스라한 떨림으로 연주된 얼후의 음악을 눈을 감고 듣고 있노라면, 찬란한 음파의 편린으로 영원의 공간을 유영하는 듯 부드러운 선율의 움직임을 만나게 된다. 중국음악가들보다 더욱 중국적인 얼후 소리로 가득 채운 음반속의 일련의 곡들은 시공을 초월한 미학으로 완성된 듯하다.
얼후는 중국을 넘어 아시아의 악기로 가장 사랑받는 전통악기로 음색이 맑고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해금과 같은 원류의 악기이기도하다. 해금은 한(恨)스럽고 깊은 맛이 있는 반면, 얼후는 이보다 좀 더 밝은 성음으로 사랑에 빠진 여인처럼 감성이 풍성하다고 할 수 있다. 여인의 아름다운 내면의 목소리를 음반에 고스란히 담아낸 김지은은 중앙대에서 해금을 전공하다 1999년 처음으로 얼후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한국 음악계에서 ‘얼후 1세대’로 불린다. 그녀는 대학에서 해금을 전공한 후 2000년부터 4년간 북경의 국립중앙음악학원(대학)에서 연수과정 수료하였다. ‘유희열의스케치북’, EBS Space ‘아시아 음악축제’, KBS ‘낭독의 발견’에서 얼후를 연주하여 대중들에게 인지도를 넓혔으며, 영화 ‘형사’, ‘작업의 정석’, ‘검우강호’의 영화음악에 얼후 연주로 참여 한 바 있다.
김지은은 이번 음반 속에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물씬 풍기는 중국악기 얼후의 매력을 8가지 다른 멋으로 연주하여 담아냈다. 진솔한 아름다움을 표현한 ‘이천영월 二泉映月’을 비롯하여, ‘병중음 病中吟’에서는 애절함을 담아냈다. ‘한거음 閑居吟’에서는 무거움으로, 우아함은 ‘촉영요홍 燭影搖紅’에, 세련됨은 ‘춘시 春詩’에, 따뜻함은 ‘축주가 祝酒歌’에, 자유로움은 ‘양소 良宵’에, 평화로움은 ‘월야 月夜’에 담아 8가지 다른 멋으로 고스란히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