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포크의 전설 김두수의 데뷔 음반이 오리지널 마스터의 발견으로 25년 만에 CD로 첫 출반된다.
80년대 언더그라운드 음악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심오한 포크 순혈주의자가 바로 ‘김두수’이다.
김두수는 대구에서 태어나 청소년기까지를 대구에서 보냈다. 어린 시절 음악에 재능을 보였지만 부친이 음악에 반대하자 공부에 흥미를 잃고 대학 진학 후 방황의 길을 걷게 된다. 하지만방황의 길에서 김두수는 자연과 소리에 심취하게 되고 그저 풀피리 하나와 통기타 그리고 걷는 길 내내 동반하던 자연은 김두수의 음악세계의 근원이 되었다. 이는 이후 김두수 음악세계에서 보여지는 소리에 대한 구도적 자세를 만들어주는 힘이기도 했다.
당시 유명한 제작자 ‘킹 박’은 김두수의 곡을 몇 소절 듣지도 않고 앨범 제작을 제안했으며, 데뷔 앨범은 1986년 공개된다. 앨범에 실린 ‘귀촉도’는 미당 서정주의 시를 노래했는데미당 역시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온통 시위정국으로 뒤숭숭한 시대상황은 고려대 출신 가수의 비탄조의 가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하였고 심의불가의 철퇴가 내려졌다. 제작자 ‘킹 박’은 문제 곡 ‘철탑’을 ‘작은 새의 꿈’으로 변경하고 가사도 일부 수정하였다. 쟈켓도 윤해남화백의 추상화를 김두수 얼굴사진으로 교체했다. 김두수는 데뷔음반을 보고 절망했으며, 미당 서정주의 시 ‘귀촉도’를 타이틀 곡으로 삼으려 하자 시인에게 누가 될까 반발했다. 어렵사리 1집을 발표했지만 당시의 시대상황과 오랜 방황으로 얻은 병마는 김두수를 멈추게 했으며, 김두수의 이름과 함께 1집 음반도 잊혀져 갔다.
‘김두수 1집’은 한국적 서정성이 물씬 배여 있는 독특한 가락과 가녀린 듯 떠는 바이브레이션 창법으로 묘한 신비감을 자아내며 비수처럼 듣는 이의 가슴속을 파고든다. 타이틀 곡인 ‘귀촉도’는 미당의 장례식장에서 조곡으로 들려지기도 하였다. 음반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 음반은 ‘한국 민속 록(Folk Rock)의 명반’으로 인식되었으며 또한 희귀 음반으로 중고 음반 샵에서 초고가로 판매되어 애호가들의 애를 태워왔다.
이번 ‘김두수 1집 음반’의 부활로 자칫 영원히 묻힐뻔한 한국 포크음악의 귀중한 자료가 보존되게 되었음을 다행으로 여기며, 최근 은둔에서 벗어나 세상을 부유하며 자연과 영혼을 노래하는 음유시인 김두수의 재조명 기회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