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계에 던지는 과감하고 신선한 출사표. Retro Bomb 1st EP [Unknown Parade]
그 어느 때 보다 불안정하고 혼란스러운 한국의 음반시장에서 모험과 시도를 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닐 것이다. 획일화된 메이져 시장은 물론이고, 창의적인 음악과 실험적인 음악이 넘쳐나던 인디. 언더시장 조차도 누구나 쉽게 듣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Retro Bomb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별화 되고 독특하다. 그들만의 화려하면서 절제된 사운드와 스타일의 조화는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음악적 성향을 지녔다.
앨범명인 [Unknown Parade]는 스스로를 전혀 알려지지 않은 축제의 주인공이라 일컫는다. 저 언덕너머 희미하게 들리는 신나는 퍼레이드 소리. 소문에 소문을 거쳐 떨리는 마음으로 직접 찾아와야지만 즐길 수 있는 그들만의 숨겨진 축제는, 좋아하는 음악을 직접 찾아서 듣고 즐기던 시절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미 발표된 두 장의 디지털싱글 앨범의 수록곡 들처럼 Retro Bomb의 음악들은 다양한 작법들이 조화를 이룬 앨범이다. 밴드이지만 밴드스럽지 않은 그들의 사운드는 각기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던 세 멤버의 결합이 서로의 장점을 잘 살려냄으로써, 독특하지만 잘 다듬어진 well-made 음악으로 승화되었다.
타이틀 곡인 'WHY'는 연인사이에 있어서 남자가 자신의 애인이 아닌, 또 다른 여자에게 매력을 느끼면서 겪게되는 내적 갈등을 솔직하게 표현한 곡이다. 복고적인 8bit synth와 기타의 절묘한 조합으로, 누구나 들으면 어깨를 들썩일 만큼 그루브한 곡이다. 그 외에도 Rock n Roll적인 요소가 가미 된 'Good'은 독특한 음악 스타일만큼 독특한 가사로 눈길을 끈다.
4곡이라는 트랙리스트만 보면 그들을 판단하기에 다소 곡 수가 적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음악을 듣고 나면 이내 왜 앨범명이 [Unknown Parade] 인지를 느낄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색채의 곡들이 담겨져 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또 한가지! 이런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현장에서 표현해내는 그들의 라이브 실력이다. 멤버 개개인이 다양한 음악활동을 통해 이미 검증된 플레이어로, 무대에서의 프로다운 그들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