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eamer : (n.) 몽상가, 실현성 없는 헛된 생각을 즐겨 하는 사람.
이 앨범을 관통화는 화두는 역설이다. 차가운 뜨거움, 세련된 투박함 혹은 의기양양한 겸손. 이런 역설을 하나로 묶는, 남들은 어불성설이라 포기했을 일을 이 젊은 몽상가는 해냈다.
이용문의 데뷔앨범은 모던 재즈의 본향 뉴욕 유학파 출신답게 세련된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는 능숙하고 노련한 연주를 선보이는 베테랑 세션들의 공이 크다. 하지만 그 중심축을 이루는 이용문의 색소폰은 기세등등한 어릴 적 골목대장 마냥 거침없고 힘차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조화가 무너지지 않고 그의 연주 또한 거칠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기세등등 할지언정 그 안에 녹아있는 감수성은 그 시절 우리 동네 골목어귀의 풍경마냥 따스하고 유쾌하기 때문이리라.
이용문은 이 앨범에서 “능숙한 풋내기”의 모습도 뽐낸다. 연주는 신인답게 당당하고 거침없지만 자신의 기량을 뽐내고 싶을 법도 한 샐프-프로듀싱한 데뷔앨범이건만, 세션들에게 선뜻 앞자리를 양보하기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앙상블은 분명 정밀하게 기획한 프로듀싱의 결과물이겠지만, 듣는 이의 귀에는 jam처럼 자유롭고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온다. 재미있는 점은 마치 영화의 신스틸러처럼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의 색소폰이 그 기예를 토해내며 화룡정점을 한다. 이 뮤지션의 음악적 역량이 단순히 훌륭한 연주에만 있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점이다.
차인표부터 케니G까지 사실 한국에서 색소폰은 좋은 의미로는 부드럽고 낭만적인, 나쁜 의미로는 느끼한 이미지가 많았다. 하지만 이 앨범을 통해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색소폰 연주와 재능 있는 루키를 만날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꾸는 꿈을 오래도록 같이 꾸고 싶다.
글. 배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