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경호 [Unnamed Road]
방경호의 음악은 늘 어딘가로 항해한다. 목적지는 예측불가다. 헤비메탈/하드록에서 인더스트리얼로 핸들을 꺾기도 했고, 불현듯 재즈의 문을 열고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그는 하나의 장르, 하나의 틀 안에 갇히기를 거부하며, 그 안에서 독자적인 작품을 써왔다. 비록 많은 사람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방경호는 조그맣고 특색 있는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건설해왔다. 베테랑이 빠지기 쉬운 아집에 갇히지 않고, 언제나 한 끝을 열어두었다. 과거의 음률과 작금의 트렌드를 부지런히 오고가며 방향을 모색해왔다. 그의 길은 그야말로 모색의 여정이었다.
그렇다고
그 결과 방경호가 지금껏 발표한 그 어느 음반보다 잘 들리는 음반이 완성되었다. 담백하게 중독되는 후렴구를 앞세운 ‘Fly’, 피아노와 어쿠스틱 기타가 조곤조곤 어우러지는 타이틀곡 ‘Rain’, 점층적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팝송 ‘I Want You’, 몽환적인 텍스처를 부각한 ‘Picture of Air’ 등 수록곡 면면으로부터 감지할 수 있다. 트랙들은 각기 떨어져 있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상의 밀도를 높인다. 그리하여 콘셉트 음반은 아니지만 탄탄한 구심점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작품이 되었다. 14곡이라는 빡빡한 구성이지만, 어느덧 페이지가 넘어가 있었다. 리스너의 온도와 작가의 온도가 신기할 만큼 한 곳에서 만난 탓이다.
언젠가부터 ‘감상’이라는 게 피곤하게 된 시대가 왔다. 현란한 스펙터클 속에서, 날마다 몸을 조이는 일상 속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건 잉여적인 행위에 가까워졌다. 방경호는 잠시 숨 쉴 공간을 열어주고자 한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 웹진 ‘이명’ 편집장)
1.일어나
2.Ghost Town
3.FLY
4.Rain
5.Unnamed Road
6.Sorry
7.가면
8.The world we live in
9.Isn't it war?
10.유리
11.I want you
12.Picture of air
13.꿈을 꾸면서
14.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