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키델릭 밴드 줄리아드림이 정규 2집 ‘생과 사’로 돌아왔다.
2014년 데뷔작 ‘Lay it down on me’를 발매한 이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 줄리아드림이 정규 2집 ‘생과 사’로 돌아왔다. 많은 호평을 이끌어 냈던 1집 ’불안의 세계’로부터 4년, 무기한 활동을 중단했던 2017년 10월로부터 3년 만의 복귀이다.
줄리아드림은 1집 발매 이후, 많은 공연과 해외 투어로 지쳐가고 있었다. 비록 헬로루키 우수상과 한국대중음악상 3개 부분 노미네이트 등 의미 있는 결과들도 있었으나, 창작의 벽, 결성 이후 가족보다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한 멤버 간의 권태, 그리고 인디씬의 점진적 하락세로 인해, 달라지는 것이 없던 나날을 보내며, 그야말로 중단을 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마주했던 것이다. 드러머 염상훈은 ‘그때는 멈춰야만 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밴드는 없어졌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게 기약 없이 멈춘 그들은 3년간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음악 활동을 이어간다.
리더 박준형은, 사실 휴식을 선언한지 한 달 만에 새로운 앨범에 대해서 구상을 시작했다고 한다.
[삶은 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끝없이 고통을 남김에도, 우리는 생을 이어가는 것일까]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 음악적, 인문학적 고민은 ‘생과 사’라는 대명제를 정한 뒤 이내 벽을 맞이한다. 각자의 삶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리아드림으로서의 시간보다 중요해졌고, 몇 번의 복귀를 시도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 중단을 반복하곤 했다. 마치 뜻대로 되지 않는 생을 반영이나 하듯.
그럼에도 멤버들은 ‘돌아가야만 한다. 꼭 돌아갈 것이다’라는 뜻이 변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자신들에게 던지던 질문.
‘줄리아드림이 돌아간다면, 어떠한 음악을 들려줘야 할 것인가, 또 왜 돌아가야 하는가’
그들이 늘 잘해왔고 좋아했던 것과, 새로이 흡수하게 된 영감들은 때로 화합했지만 종종 부딪혔다. 오랜만에 만나 새로운 음악에 대해 공유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멤버들은 이 다층적 영향을 어떻게 한 곳으로 모을 것인가 하는 고민에 빠진다. 베이시스트 손병규는 ‘지난 6년간의 활동보다 2년간의 갭이 더 큰 것 같’다고도 했다.
그러던 차에, 기존 세 멤버의 오랜 음악적 동료이자 친구인 훈조가 밴드의 멤버로 합류하게 된다. 분명 외부의 시선이 필요했다. 동시에 밴드의 음악을 잘 이해하고 애정으로 바라봐 줄 사람이어야만 했다.
그런 점에서 훈조는 완벽한 멤버였고, 그동안 새로운 멤버에 배타적이었던 기존 멤버들도 마치 오래된 동료를 마주하듯 자연스럽게 4인의 체제로 전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창작에 조금 더 박차를 가하게 된다.
사실 ‘생과 사’에는 더 많은 곡이 담겼을 수도 있었다. 만약 모든 곡들을 다 집어넣으려면 20곡이 넘었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러나 음악을 만들고, 이야기의 밀도를 높여가며 모든 생의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면 생은 어떠한 면을 이야기할 것인가. 줄리아드림은 ‘욕망과 실패’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하나의 인간은 타인의 의지로 태어나, 삶을 마주하게 되고, 작은 욕망으로부터 삶을 시작해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기 위해 분투하지만, 실패하고, 무너지는 과정을 분명히 마주한다.
그리고 모든 관계는 끝이 있다.나아가 어떠한 시대, 국가, 개념, 철학적 사조 또한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러나 개인의 인간과, 철학과, 세대와, 사랑과, 가치가 끝을 마주한다고 시간이 멈추진 않는다.’
‘생과 사’는 멈추지 않는 세상의 흐름 속에, 그저 작은 개개의 인간들의 이야기, 가장 작게 태어나, 가장 큰 욕망을 품고 살아가다, 다시 가장 작은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적으로 지난 앨범의 처절하고 어둡던 색채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훨씬 다양한 색채를 가지고 있다.
마치 하나의 색으로 규정하기 힘든 우리의 삶처럼, 줄리아드림의 음악도 여러 가지의 색깔로, 또 여러 가지의 모양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글)이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