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허달림으로부터 온 작은 겨울 선물 - 고향으로 가는 길.
첫 앨범이 발매되고 정규 첫 앨범 이전의 작은 음반을 애써 다시 발매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첫 앨범 이전에 발표된 곡은 첫 앨범에 다시 담기는 것을 마지막으로 몇몇 초기 팬들의 CD장 속에서만 기억되게 되죠.
이렇게 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입니다. 노래하는 이가 초기의 미숙한 음악을 계속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울 수도 있고, 부족한 제작비 덕에 음악이 제대로 녹음되지 않아 내놓기 쉽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며, 아주 가끔은, 몇 곡 더 담긴 덕에 훨씬 비싼 1집을 더 팔아보려는 생각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와는 달리, 강허달림은 그녀의 첫 싱글 앨범을 다시 발매하기로 합니다. 예전 기획사로부터 판권을 인수하여 그 첫 앨범을 다시 판매하기로 했습니다. 그녀는 왜 다시 그 앨범을 세상에 내놓으려고 할까요? 그녀 생각에 첫 싱글이 너무도 완벽하게 만들어졌지만 시대의 불운으로 인해 얼마 팔리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을까요?
그녀의 첫 싱글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늘이 재능을 내린 천재의 탄생을 알리는 모든 면에서 너무도 완벽한 그런 기념비적인 음반은 결코 아닙니다. 그녀의 첫 싱글은 거친 곳도 많고 한편으로는 힘겹게 만들어진 음반이라는 느낌이 한번에 드러납니다. 좀 더 부드러워지고 넉넉해졌으며 보편적인 느낌들을 주는 1집에 비해 정말 거칠고 불친절하죠. 거기다 노래를 하며 그녀는 감정을 아끼지 않습니다. 나쁘게 말하면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장되어 보이는 감정이 여기저기 묻어있죠.
하지만, 그 음반 속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한 그녀만의 향기가 가득 차 있습니다. 그녀는 겨우 4곡이 들어 있는 이 싱글 안에서 미친 듯 쾌활하게 달려 나가다가 세상의 마지막이라도 온양 슬퍼하고 불처럼 분노하다 세상에 대한 자신의 느낌을 조용하게 말하는 것으로 짧은 앨범을 마무리합니다. 2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하고 많은 소리들을 들려줍니다. 그리고 그 네 곡을 통해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스스로 가사를 쓰고, 음을 붙이고, 한 명 한 명 마음에 맞는 세션을 찾아 그렇게 모아진 세션들과 함께 스스로 노래를 하고,그 소리들을 모아 스스로 프로듀싱을 해냅니다.
그렇게 강허달림은 네 곡이 담긴 아담한 한 장의 시디 위에 자신의 음악적 고향을 스스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음반 안에는 그녀 감정의 원형이 보존되어 있고 그녀 음악의 처음이 들어있습니다. 좀 더 듣기 좋게, 예쁘게 그려진 1집과는 달리 맨발에 아무렇게나 옷을 입고 생얼을 한 달림이 뱃속 깊은 곳에서 나오는 소리를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달림은 그 음반을 내어 놓고 자신이 스스로 만든 고향으로 여러분을 초대하고 있습니다. 많이 불친절한 가이드지만 저와 함께, 그녀 고향으로의 여행 한번 가시겠습니까?
자유기고가 - 김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