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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의 록 사운드와 마음 깊숙이 파고드는 소울 보이스
U2, 밥 딜런의 프로듀서 다니엘 라누아 (Daniel Lanois), 조슈아 레드맨, 웨인 쇼터의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Brian Blade), 전설의 블루스 싱어 크리스 위틀리의 딸 트리시 (Trixie)가 만난 수퍼 밴드, 블랙 덥! 정말 좋은 음악이 무엇인지는 이 한 장의 레코드가 모두 말해준다. 단연 필. 청. 앨. 범 !!!
다니엘 라누아가 새롭게 하기로 작정한 블랙덥은 단순한 록 밴드가 아닌 그가 생각한 ‘소울’을 노래를 통해 드러내야 했다. “소울 음악은 존재의 이유가 분명한 영역이다. 그것은 많이 팔리고 말고의 비즈니스 문제 이상이다. 블랙덥은 그런 이유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단순한 능력 이상의 것이 필요했고, 밴드의 특성상 호흡도 굉장히 잘 맞아야 했다. 물론 블랙덥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메이칸 덥 문화에 대한 이해도 수반되어야 했고. 복잡한 관계는 간단하게 세 명의 멤버를 모으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다니엘 라누아가 기타를 잡고(한때 그는 ‘전설적인 기타리스트’로 불리기도 했다), 조슈아 레드맨, 웨인 쇼터 심지어는 허비 행콕과 함께 드럼을 치기도 했던 브라이언 블레이드가 스틱을 잡았다. 루이지애나를 중심으로 밴드에서 베이스를 치던 대릴 존슨이 베이시스트로 영입됐으며, ‘위대한 텍사스 블루스맨’이라 불리는 크리스 위틀리의 딸 트리시 위틀리가 마이크 앞에 섰다. 이들의 호흡은 앨범 발매 전에 공개된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blackdub.net) 등에 올린 여섯 곡의 비디오(앨범에 수록되지 않은 ‘I'd Rather Go Blind’는 다니엘 라누아가 트리시 위틀리를 위해 만든 곡이다. 이 곡은 그가 속한 레드플로어를 통해 싱글로 발매됐다)는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라이브를 그대로 올린 것으로 그들이 블랙덥을 함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준다.
“다니엘은 연주는 물론 가사마저 굉장히 놀라운 곡들을 썼다. 그가 쓴 노래에는 모두 진심이 느껴졌다. 우리가 마음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비밀, 사랑과 상실 혹은 기쁨과 희망, 두려움 등 어두운 마음까지 모든 것이 말이다. 밴드 이름 블랙덥은 분명 어떤 어두운 사운드를 의미한다. 하지만 다니엘은 언제나 이걸 밝게 지켰다.” 브라이언 블레이드의 이 말은 밴드를 이끌고 있는 다니엘 라누아에 대한 신뢰를 드러낸다. 그리고 굳은 신뢰는 팀워크로 이어진다.
블랙덥의 앨범 안에는 다니엘 라누아의 화려한 경력에 걸맞게 다양한 스타일이 적절하게 혼재돼 있다. 첫 싱글 ‘I Believe in You’는 밴드 이름답게 덥, 레게의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한 곡이다. 그런가하면 ‘Surely’는 섹시한 소울 디바를 연상케하고, ‘Caanan’은 오래된 교회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가스펠 합창곡 스타일이다. 덥 레게, 멤피스 소울은 물론 가스펠, 트립합 그리고 60년대 서프 음악 등이 사이좋게 자리 잡은 블랙덥은 보컬을 맡은 트릭시 위틀리의 단단한 목소리를 중심으로 소울의 균형추를 맞춘다.
이들이 또 하나의 슈퍼 밴드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뛰어난 뮤지션이 속해 있어서가 아니다. 단지 기계적으로 노래 잘 하고, 연주 잘 하는 멤버들의 결합체 이상의 것을 가지고 있고, 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이 혼재된 음악 안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하나로 지켜줄 무언가가 필요한데, 블랙덥의 멤버들은 모두 그 가치를 가지고 있다. 게다가 서로의 가치를 이해한다. “내가 뭔가를 독실하게 믿는 신자는 아니지만, 음악은 분명 경배할 대상이라 생각한다. 내 생각에 신이라는 것은 거대한 분자(分子)의 집합체다. 만약 당신이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고, 매일 밤 잠들기 전에 인생에 뭔가 작은 발전이라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신이 존재한다는 이유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금전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말이다. 내가 블랙덥을 좋아하는 것이 바로 이런 하나의 집합체라는 사실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하나의 가치를 추구한다. 멤버 각자에게 다를 수 있겠지만, 우리는 결국 같은 철학적 본질을 갖고 음악을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블랙덥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상업적인 성과를 넘어선 그것이 바로 우리 음악의 본질이다. 우리에겐 이걸로 충분하달까.” 다니엘 라누아의 이 한마디로 블랙덥은 벌써 음악 이상의 성과를 남기기 시작했다. 그러게, 벌써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