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만나는 포츈쿠키 ? 유희종. 제주의 감성을 담은 그의 뉴프로젝트
절대적 자연과 상대적 시간에 대한 반응, 5일장 프로젝트. 그리고 제주.
인구 5만여의 한국 최남단 소도시, 제주도 서귀포. 저마다의 이유로 섬에 흘러 들어와 제주도민이 되거나 혹은 장기 체류하고 있는 이방인들. 자연과 교감하며 유유자적하듯 흘러가는 그들의 감성을 담은 노래 모음집 Five Days Market Project 앨범이 발매된다.
오일장은 동네마다 각각 다른 날, 5일 간격으로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향토 재래시장을 일컫는다.
포츈쿠키의 멤버이자 Five Days Market Project를 기획하고 프로듀스한 유희종은 제주도로 내려온 뒤로 한참 동안 텅 빈 시간 속에 방치된다. 그 속에서 서서히 눈을 뜨게 된 새로운 감성은 매일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의 모습과 서서히 흘러가는 시간을 마주하며 또다른 표현의 욕구로 자리잡는다.
- 포츈쿠키의 다른 멤버인 홍보람은 그러한 제주에서의 독특한 경험과 관찰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속에서 역설적으로 노동요의 느낌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 유희종은 절대적 자연과 상대적 시간에 반응함과 동시에 그 곳에서 만난 다양한 친구들과 교감하며 그들의 노래를 통해 덜 가공된 상태의 제주와 같은 소리들로 채워진 느슨한 앨범을 구상하게 된다.
총 6곡의 노래들은 잔잔한 포크부터 그루브 넘치는 일렉트로닉 팝까지 폭넓은 경계를 넘나든다. 첫 트랙인 'Spring Song'에선 Ollie Jones 의 전원적인 우쿨렐레와 하모니카 연주 뒤로 희미하게 오버랩 되는 신디사이져 소리를 통해 제주의 억새풀밭 풍경을 다소 앰비언트적인 분위기로 담아내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서는 노동요 같은 색채를 띄는 홍보람의 노래가 어쿠스틱 기타와 베이스 중심의 흥겨운 포크 팝으로 풀어 진다. 'Station'에서는 풀 밴드 구성의 스케일 큰 편곡을 시도해 광활한 랜드 스케이프를 표현해 내기도 한다.
앨범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오래 전부터 유희종과 알고 있던 친구들, 제주에서 처음 만난 푸른눈의 외국인들, 혹은 여행 차 제주를 방문한 이들이며 동시에 모두 이방인들에 가깝다. 그들과 바닷가에서 기타를 튕기며, 오름 억새풀밭을 누비며, 하루 종일 숲 속을 걸으며 놀멍쉬멍 만든 노래들이 쌓이며 자연스럽게 앨범의 형태로 완성되어갔다.
2008년 초 LP로 발매되었던 Fortune Cookie의 2.5집 'Art of cheese'의 제작과 커버디자인을 담당했던 Oyvind Renberg (Oslo)의 제주 여행으로부터 탄생한 'Monsoon Laundry'는 Oyvind 과 함께 시내에서 떨어진 귤밭 한가운데서 지내고 있던 유희종이 2주 넘게 지속되는 장맛비를 피해 좁은 방안에 갇혀있는 동안 만들어 졌다. 온종일 귓가를 때리는 빗소리와 방안으로 스미는 습기에 잔뜩 움츠러든 이방인들과 자연 사이의 긴장감을 유머러스한 가사와 빠르게 전개되는 사운드 스케이프에 담았다. 이들은 'Monsoon Laundry' 의 인트로와 하모니 파트를 위해 여자 보컬을 찾던 중 우연히 서귀포 이중섭 미술관 옆 오래된 카페를 지나치다가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소리를 듣게 된다. 노래의 주인공들인 Jenna Collie(Portland) 와 Carolyn Hulsey(Pensylvania), Ollie Jones (London)는 원어민 강사로 제주에 머물며 랍스타 밴드라는 이름으로 주말마다 모여 포크, 스탠다드 팝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때 카페에서 들었던 Jenna의 노래는 다양한 악기 편곡과 풍부한 색감들이 더해져 앨범에 'Station'으로 수록된다.
오랜 장마와 태풍 뒤 이어지는 여름의 뜨거운 햇볕 아래 유희종과 대학동기이자 동네친구인 유광국은 거의 매일처럼 서귀포 인근 외돌개를 찾아 수영하고 기타치고 해지면 모닥불 피우는 소년으로 되돌아간듯한 시간들을 보내며 바다의 영감을 노래로 옮겨보기로 한다. 기타와 보컬, 고요한 북소리, 그 위에 외돌개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들의 하모니가 더해져 '소년과 바다'가 완성되었다.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귀뚜라미 소리와 별이 가득한 제주의 가을 밤, Carolyn Hulsey(Pensylvania)는 8마디 블루스 형태의 첫 자작곡을 귤 밭 창고집에 모인 친구들에게 들려준다. 그 순간의 영감은 최소한의 악기편성을 유지한 채 미니멀한 기타 위주의 편곡과 멜로디언 솔로가 더해져 'Over & Gone' 으로 앨범에 담겨진다.
서귀포 바다의 영감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상의 제주를 담은 라이브 영상 공개
앨범에 수록된 6곡 모두 제주의 특정한 공간, 시간들과 연결되어 있다. 실제로 'Over & Gone'과 'Spring Song'이 쓰여진 공간인 귤 밭 한가운데 창고를 개조한 집, '소년과 바다'의 화자인 외돌개 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속의 일상적 공간이자 환상이 교차하는 법환동 해녀체험장, 'Station'의 이미지를 현실에 옮겨 놓은듯한 숲 속의 버려진 건물 등에서 사진작가인 김상태의 연출로 라이브비디오를 제작하면서 1년 넘게 느슨하게 진행 돼오던 작업은 다소 숨가쁘게 막바지로 옮겨갔다.
제주의 자연 아래 꾸미지 않는 모습 그대로 연주하고 노래하는 라이브 영상은 앨범의 제작 과정과 노래들이 간직한 영감의 원천을 압축하여 보여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