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하게 비틀린 맛
다이얼라잇은 채송화(기타와 보컬), 김승일(베이스), 백수정(드럼)으로 이루어진 3인조 록 밴드다. 곡을 들어보면 알 수 있듯 이들은 2000년대 초,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포스트 펑크 리바이벌(개러지 리바이벌)’ 밴드의 음악을 모태로 한다. 하이브스(The Hives), 바인스(The Vines)가 연상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허나 그 원형에만 갇혀 있는 것은 아니다. 순간 킬스(The Kills)의 그림이 겹쳐 보이기도 하고, 그 예전 비키니 킬(Bikini Kill)과 같은 음악이 스쳐 지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개러지/펑크/포스트 펑크를 하는 밴드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자, 다이얼라잇이 드디어 정규 데뷔 앨범 [Minor World]를 내놓는다. 그간 발표했던 곡들도 있고, 공연 때 자주 연주하던 곡도 있고, 처음 듣게 되는 곡도 있다. 아주 모험적인 시도는 없다. 기존에 해왔던 스타일을 확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스타일 집착이 득이 되는 밴드가 있고, 실이 되는 밴드가 있는데 다이얼라잇은 전형적으로 전자에 속하는 밴드다. 여기 실린 10곡을 만나보면 된다. 이들의 음악은 직선적이고 심플하며 지저분한 사운드를 낸다. 하지만 기존 밴드들에선 만나보기 힘든 기묘하게 비틀린 맛이 있다. 당연하게도 그게 밴드의 매력이다.
‘Heaven’, ‘Satellite’, ‘Hello’ 등 미니앨범을 통해 먼저 공개했던 트랙들을 다시 짚어보면 명쾌해진다. 배후에 흐르는 것은 퇴폐와 염세, 허무, 증오, 욕망, 적의 등이다. 물론 그 전에 치밀한 사운드 구성이 있다. 배경에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기타 리프, 말들을 독액처럼 분사하는 보컬, 사운드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주는 베이스와 드럼 말이다. 어둑하게 내려앉는 ‘Johnny’, 밴드의 곡 중 가장 묵직한 전개를 보여주는 ‘Hunt’, 다이얼라잇 식 댄서블 록 ‘U.R.A’도 점검해볼 만한 트랙이다.
혹자는 이미 유행이 끝난 음악에 집착한다며 평가절하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중음악의 지난한 역사가 증명했듯, 지나간 것들은 반드시 돌아왔다. 게다가 음악인 모두가 ‘날마다 새로운 음악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질 필요는 없다. 기존의 언어로, 기존의 어법으로, 기존의 색채로 잘 조립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도 능력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거론해야 할 곡이 클로징 트랙 곡 ‘On The Road’다. 통렬한 한 방이다. 회전하는 리프, 주문에 가까운 읊조림, 중반부의 반전. 우리에겐 이런 곡도 있다는 걸 말해주는 듯하다.
[Minor World]의 커버 이미지는 황량하고, 스산하며, 뒤집혀 있다. 그 안엔 고립을 자처하는 고집 센 밴드의 모습이 있다. 남들이 가려는 곳 따위엔 철저하게 무관심한 뮤지션의 얼굴이다.
이경준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