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만나고 싶은 컨템포러리 재즈의 리더, 케이코 마츠이 케이코 마츠이(Keiko Matsui)의 앨범에 대해 얘기하기 전에 그녀의 공연이 왜 아직 국내에서 성사가 안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매년 많은 공연 기획사들에서 케이코 마츠이의 공연을 우선순위에 올리지만 실행에는 옮겨지지 않고 있다. 해외 연주자들의 공연은 개런티나 스케줄 조절이 안 되어 이루어지지 않는데 기획사에서 준비를 잘하여 공연을 추진하다면 케이코 마츠이의 국내 공연 분위기는 충분히 조성되었다고 본다. 이렇게 내한 공연을 적극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케이코 마츠이의 음악은 앨범도 좋겠지만 공연장에서 느끼는 현장감이 음악 완성도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전통 재즈처럼 치열한 임프로비제이션이 있거나 재즈 스탠더드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기에 철저한 편곡 하에 한 겹 한 겹 쌓아 가면서 곡을 만드는 케이코 마츠이의 음악을 100% 즐기려면 몸으로 받아 드릴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있어야 한다. 동양의 정서를 전 세계인이 공감하게 만들다 케이코 마츠이를 얘기할 때 ‘빌보드 컨템퍼러리 재즈 차트 1위' 라는 타이틀은 꼭 거론하게 된다. 물론 매우 중요한 성과이지만 국내에 그녀의 음악이 소개된 것은 이런 거창한 타이틀보다는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는 TV 광고나 BGM 등에 사용되면서부터이다. 여기에 케이코 마츠이 매력이 숨어있는 것이다. 바로 ‘문화의 퓨전'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타문화에 대한 호기심을 중용을 지키면서 퓨전화 시켜 연주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속해 있는 문화 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동경을 세련되게 풀어냈고 문화 교류에 제한적인 요소가 되는 언어가 필요치 않은 음악은 그렇기에 전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전통 무용가인 어머니의 권유로 케이코 마츠이는 5살 때부터 클래식 피아노를 연주하게 된다. 중, 고등학교 시절에는 클래식, 소울, 영화음악, 재즈 등 여러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때부터 작곡과 연주에 자신의 끼를 펼쳐보이게 된다. 야마하 음악 재단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영화음악까지 만들게 된다. 대학 진학 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코스모스(Cosmos)라는 재즈 그룹을 결성한 후 앨범을 레코딩하게 된다. 재즈에 심취해 있을 때인 1986년에 지금도 그녀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음악적 파트너인 카즈 마츠이(Kazu Matsui)를 만나게 된다. 음악과 사랑을 동시에 성사시켜 결혼까지 이어져 미국에서의 활동을 본격적으로 열게 된다. 드디어 다음해인 1987년에 데뷔작 ‘A Drop Of Water'를 발표하게 된다. 풍부한 질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케이코 마츠이 이번 ‘Spring Selection'은 엄밀히 말하면 그녀의 새로운 앨범은 아니다. 그렇다고 음반 매장에서 흔하게 만나게 되는 베스트만을 골라 놓은 편집 앨범도 아니다. 2004년 봄을 맞이해 케이코 마츠이가 그동안 자신이 연주한 곡 중 최고의 곡을 선곡하여 다시 레코딩한 스페셜 앨범이다. 심장 박동을 서서히 자극하는 프로그래밍된 리듬과 다양하고 화려한 신디사이저 연주는 케이코 마츠이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지 오래 되었고, 이번 앨범에서도 그녀의 스타일을 만날 수 있다. 첫 곡은 케이코 마츠이의 1996년 앨범 ‘Dream Walk'에 실린 ‘Tribal Boat'로 서정적인 피아노 터치로 시작한다. 동양적인 타악기 소리와 플랫리스 베이스의 레가토 연주는 역시 케이코 마츠이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세 번째 곡 ‘Bridge Over The Star'도 ‘Dream Walk'에 실린 곡으로 국내에 많이 소개되어 케이코 마츠이를 뛰어난 멜로디 메이커로 인식시킨 멋진 곡이다. 이어지는 ‘Valley'와 여섯 번째 곡 ‘Presence Of The Moon'도 같은 앨범에서 선곡한 곡으로 ‘Dream Walk'를 케이코 마츠이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선곡이다. ‘Dream Walk'이 발매된 1996년에는 빌보드 컨템포러리 재즈 차트 3위에 오르고, 전미 FM 라디오 차트에서 앨범과 싱글 차트 모두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Dream Walk'의 인기는 여러모로 증명되고 있다. ‘Water Lily'는 케이코 마츠이의 히트 곡 ‘Doll'이 수록 되어 있는 1994년 앨범 ‘Doll'에 수록된 곡으로 물에 핀 수련(睡蓮)화의 이미지를 생동감 있게 연주하고 있다. ‘Grey Clifs'는 케이코 마츠이의 네 번째 앨범 ‘Night Waltz'(1991)에 수록되었던 곡으로 당시 미국의 올스타 재즈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유명 재즈인과 본격적으로 연주를 시작하여 이름을 알리게 된다. 영화의 배경 음악 같이 편곡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1942, From Russia'가 끝난 후 흐르는 ‘Bouncing Bougainvilla'는 분꽃과의 관상용 열대식물인 ‘부겐빌리아'를 연주한 곡으로 케이코 마츠이의 자연친화적인 발상을 엿볼 수 있는 곡이다. 1995년 ‘Sapphire'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요즘 유행하는 웰빙(Well-Being) 스타일을 음악으로 풀어 놓는다면 케이코 마츠이의 연주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마지막 ‘Beliver'는 그녀의 두 번째 앨범 ‘No Borders'(1990)에 실린 곡으로 차분하게 마무리 되고 있다. 케이코 마츠이 음악의 3인방인 카주 마츠이와 데렉 나카모토(Derek Nakamoto) 중 카주 마츠이는 역시 프로듀서로 참여하고 있지만 데렉 나카모토는 이번 앨범에서 빠져 있다. 케이코 마츠이가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고 싶어 한 것은 아닐까 한다. 케이코 마츠이는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기라성 같은 선배 연주자인 리 릿나워, 데이브 그루신, 데이빗 샌본 등을 제치고 재즈 차트에서 높은 순위에를 차지한다. 행복이 성적순이 아니듯 음악의 완성도도 판매 차트로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일본 여성 연주자가 미국에서 이렇게 성공적인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많은 사람이 찾는 음악에는 분명 선명하게 다가오는 이미지가 있기 마련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사무실에는 재즈에 대해 박식하다고 할 수 없는 평범(음악에 대해)한 사람이 한분 있다. 그런데 이 분이 묘하게 게이코 마츠이의 연주는 귀신과 같이 알아 맞춘다. 필자는 직업상 여러 음악을 듣게 되는데 간혹 게이코 마츠이의 CD를 플레이하면 ‘어, 마츠이다'라고 정확히 집어낸다. ‘신디사이저의 서정적인 멜로디 뒤에 뭔가 꿈틀거리는 이미지가 숨어 있다'라는 말이 게이코 마츠이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말이지 않을까 한다. 서양과 동양의 만남이라는 거창한 타이틀보다 연주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차별화된 음악을 선보이는 그녀의 자신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 Tribal Boat
2. Water Lily
3. Bridge Over The Star
4. Valley
5. Water Fairy
6. Presence Of The Moon
7. Grey Cliffs Byzantine
8. 1942, From Russia
9. Bouncing Bougainvilla
10. Beliver
11. Midnight Stone (Bonus Track) -드라마 꽃 보다 아름다워 삽입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