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퀴어 영화의 인기를 이어갈 ‘후회하지 않을’ 사랑이야기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파격적인 소재가 우선 눈길을 끈다. 부잣집 아들과 게이 호스트바 선수(호스트바에서 접대하는 남성을 일컫는 은어)의 사랑 이야기인 만큼 영화의 주된 공간은 게이 호스트바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장소여서 그 자체만으로도 파격적인데, 그 곳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하다. 거기에 한국 퀴어영화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정사장면까지 더해져 영화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다. 반면, 70년대 호스티스영화의 퀴어 버전이라고 할 만큼 영화는 통속적인 줄거리를 갖고 있다.
가진 것 없는 고아인 수민은, 70년대 호스티스 영화의 여주인공들이 그랬듯,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올라왔지만 결국은 몸을 파는 것으로 생계를 연명할 수 밖에 없다. 재벌 2세인 재민은, 가진 게 많은 만큼 지켜야 할 것이 많고, 꼭 그만큼 나약하다. 결국 영화는 “당신은 부자여서 도망갈 곳이 많겠지만, 난 아무 곳도 없어.”라는 수민의 말처럼 통속적인 멜로드라마로 흘러간다. 그러나 멜로드라마의 거장 더글라스 서크나 파스빈더의 영화가 그랬듯, 통속적인 드라마 속에는 계급과 욕망의 이해관계와 사랑의 감정이 촘촘히 짜여져 숨돌릴 수 없는 긴장을 자아낸다. 감독이 ‘통속극’이라고 명명하는 영화 '후회하지 않아'가 보여줄 격렬한 감정과 긴장의 드라마. 올 겨울, 이 멜로드라마가 던지는 신선한 충격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영화음악 이병훈(복숭아)
국내 최고의 영화음악창작집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복숭아의 멤버이자 3인조 밴드 VOY의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훈 감독이 작업한 ‘후회하지 않아 OST’는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임팩트있는 OST라는 평단과 관객들의 평가와 함께 영화의 파격성만큼이나 신선하면서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이 빼곡히 포진되어 있다. 이병훈 감독 본인이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모던락밴드 VOY의 Life, Night, 유앤미블루를 거쳐 현재 복숭아의 멤버로 라디오 스타, 짝패 등의 OST 작업을 맡았던 방준석 감독의 절실한 보이스가 인상적인 Hallelujah등 극 중 수민과 재민 두 주인공의 사랑과 갈등, 고뇌를 감동적인 선율로 빚어낸 다양한 스코어들을 만나볼수 있다.